소상공인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 구성을 준비중인 소상공인연합회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공동대표 중 한 명인 김경배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장이 추진위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는 김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연거푸 ‘이미 마음을 비웠다’라고 여러 번 말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중앙회, ‘전용’을 ‘횡령, 유용’으로

김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거듭 “나의 오랜 목표는 어엿한 소상공인 법정단체의 출범이지, 특별한 자리에 연연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는 “그 동안 소상공인업계를 위해 오로지 헌신만 하려 했던 사람이, 되레 법정단체 출범의 걸림돌처럼 돼 버린 것이 너무 아이러니하다”라면서도, “이러한 현실은 현실대로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해,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그 동안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발 잇단 흠집내기로 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월 김회장이 연합회장으로 있는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수퍼연합회)에 대해 대대적인 민원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퍼연합회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교육비를 수퍼연합회 일반 운영비로 ‘전용’해 쓴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같은 ‘전용행위’는 중소기업중앙회에 의해 ‘횡령, 유용행위’로 덧칠 돼 대다수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재판 계류중인데도...

또한 중앙회는 김 회장의 수퍼연합회장 자격도 문제삼았다. 이 사안은 현재 재판 계류 중인데도 불구하고 중앙회는 지난 2월 21일 김 회장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연합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게 드러났다며, 수퍼연합회장직 자격상실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중앙회의 이러한 결정은 이중적인 것이었다. 똑 같은 사안에 대해 중앙회는 지난 2011년 자체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중앙회에서 임의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판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들이 언론을 통해 계속 확대 재생산되자 중소기업청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김 회장 중심으로 법정단체가 이끌어지는 것은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서 추진위 내부에서마저도 지난 5월 14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김 회장 퇴진요구를 공식화함에 따라 김 회장의 마음도 결정적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근거리에서 김 회장을 지켜봐 온 한 단체장은 이런 현실에 대해, “중소기업계에도 ‘갑’과 ‘을’관계가 있는 셈”이라면서,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제 ‘갑’으로서의 횡포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후 막후에서는...

옥동자 낳기 위한 마지막 산통

소상공인연합회 준비, 우여곡절 속 ‘진전’

소상공인연합회(법정단체) 정상화 추진협의회(이하, 정상화 추진협)는 지난 5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소속 일부 단체장들이 주도한 이 날 기자회견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기자회견이라는 형식, 그리고 국회 정론관이라는 회견 장소, 그리고 성명서에 담겨있는 예민한 내용까지 두루두루 이날 기자회견은 메가톤급 파장을 낳기에 충분했다. 정상화 추진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소상공인연합회추진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김경배 회장의 2선 후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정성화 추진협은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여차하면 독자적으로 소상공인연합회를 추진할 수도 있음’을 넌저시 내비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의 합작품?

성명서에 연명으로 이름을 올린 단체들 중에는 다수의 지역 포럼이 올라와 있었다. 이들 포럼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주도해 만들어 온 단체들이다. 정상화 추진협이 중소기업중앙회의 막후 지원을 받고 있다는 강력한 추측을 낳기에 충분한 대목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연합회의 정상적 출범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정설로 굳어진 상황이어서, 이 대목은 매우 심상치 않은 부분이었다. 양측이 만일 손을 잡기라도 하는 날이면, 소상공인연합회의 빠른 출범이라는 흐름에, 심각한 난기류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주도권 싸움이었을까

이 상황에서 안팎의 궁금증은 단 하나로 모아졌다. 이들의 노림수가 최종적으로 어디에 있나 하는 것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빠른 출범이라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들은 결코 일정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김경배 회장을 낙마시킨 다음 또 다른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또 다른 소상공인연합회 추진체를 만들거나, 그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손을 잡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떠오른다.

이러한 상황은 소상공인연합회의 빠른 출범을 고대하고 있는 소상공인업계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것은 인가권을 쥐고 있는 중소기업청이, 갈라서있는 소상공인연합회 추진체 중 그 어느 쪽 손도 들어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 만나자

하지만 기자 회견 이후 일주일 동안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우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정상화 추진협은 이후 매우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것이다. 정상화 추진협의 핵심인물인 최승재 실무간사(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이사장)는 인터뷰에서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절대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중앙회는 처음부터 오해의 소지가 된다는 이유로 지역 포럼이 성명서 명단에 올라가는 것을 반대했다”며 중소기업중앙회와의 연관성 또한 강력 부인했다.

최 실무간사는 김 회장의 퇴진에 대해서도, “만일 실제 그렇게만 되면, 정상화 추진협이 따로 갈 명분은 대부분 소실되는 것”이라고 대답해 주위의 우려를 크게 불식시켰다.

이러는 가운데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정상화 추진협의 순수한 의도가 김경배 회장에게 전해지고, 김 회장도 “선뜻 정상화 추진협과 흉금 없이 대화를 나누겠다”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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