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해각서 체결
롯데쇼핑(주)는 지난 11월 16일 오후 4시 부산시청 26층 회의실에서 부산도시공사, 부산시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롯데는 현재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동부산관광단지 상가시설 지구 내 약 10만m²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건립해 2015년 오픈하기로 했다. 이날 투자양해각서 체결로 롯데는 2013년 1월까지 사업협약 및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지상 3층, 연면적 13만2,000평방미터 규모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곧 착공할 예정이다.
기장군 기장읍 대변·시랑리 일대(부지 366만2725㎡)에 들어서는 동부산관광단지에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골프장,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호텔, 국립과학관, 전통 한옥마을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조성된다. 이 단지는 2015년부터 국내 관광객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외국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동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서면 롯데는 현재 부산시내 4곳의 백화점과 기존의 김해프리미엄아울렛을 포함해 부산 상권에 모두 6개의 대형점포가 가동하게 된다.
롯데는 2008년 10월 개장한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을 시작으로, 광주수완점(2009년 9월), 대구 율하점(2010년 7월), 청주점(2012년 11월) 등 4곳의 아울렛과 2008년 12월 개장한 프리미엄 아울렛 김해점 등 현재 모두 5곳의 아울렛이 영업 중이다. 또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이 곧 개장할 예정이고, 서울역의 현 갤러리아 콩고스 자리에 들어설 콩고스점(가칭)과 프리미엄아울렛 부여점이 2013년 상반기에, 이천점이 하반기에 개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2015년 동부산점이 오픈하면 모두 10곳의 아울렛이 가동될 예정이다.
2007년 여주점 첫 오픈
신세계 역시 복합쇼핑몰에 이어 전국적으로 아울렛 매장을 확대하여 업계 주도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신세계 아울렛은 2007년 5월 여주점을 시작으로, 2012년 3월 파주점이 오픈했으며, 2013년 9월에는 부산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기장군 장안읍에 매장 면적 3만1380㎡ 규모로 들어설 프리미엄아울렛 부산점은,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에 공식 등재된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연면적 29만4200㎡)과 연계해 신세계가 장기적으로 구상하는 ‘신세계관광벨트’의 한 축이 된다. 롯데 동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은 이런 신세계의 부산점과 불과 14㎞ 거리다. 롯데와 신세계 양측은 모두 부산과 울산을 아우르는 경남상권 장악을 위한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고급 쇼핑과 레저, 문화, 관광,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부산을 비롯한 경남권은 벌써부터 대형 유통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출점지역마다 마찰
신세계는 아울렛 점포수에 있어서는 아직 롯데에 많이 모자라지만, 신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교외형 아울렛 운영은 먼저 나섰는지라, 양측은 출점지마다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양측이 가장 먼저 정면충돌한 곳은 경기도 파주다. 신세계는 2011년 3월 18일 경기도 파주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었다. 여주 아웃렛에 이어 2호점인 파주 아웃렛은 개장 나흘 만에 방문객 25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맞서 롯데는 9달 뒤인 12월, 신세계첼시의 프리미엄 아웃렛과는 불과 6km 거리의 파주 출판문화단지 내에 프리미엄아웃렛 파주점을 오픈했다. 롯데 파주 아웃렛은 영업면적 3만5000㎡(1만여평)에 170여개 브랜드를 유치하며, 신세계의 영업면적(약 3만1113㎡)과 브랜드개수(165개)보다 한 발 앞서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쇼핑과 함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문화시설과 레스토랑도 들어섰다.
롯데가 파주에서 ‘발끈’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롯데가 파주의 통일동산 아웃렛 부지 매입협상을 진행하던 와중에, 신세계가 롯데보다 비싼 값을 제시하며 그 부지를 선점해버린 것이다. 롯데는 전면전을 각오한 듯, 파주 아웃렛에 이어, 여주에서도 신세계를 겨냥한 프리미엄 아웃렛을 준비 중이다. ‘국내 1호 프리미엄아울렛’인 신세계 여주 아울렛에서 20여㎞ 떨어진 이천시 호법면 일대 이천패션유통단지 내 상업지구에 매장면적 5만3000㎡의 초대형 아울렛을 조성해 2013년 9월 개장할 예정이다. 신세계도 이에 맞서 2014년까지 기존의 여주 아울렛 규모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양측은 파주, 여주, 부산에 이어 인천에서도 붙었다. 2012년 9월 롯데는 인천시와 신세계 인천점 부지 및 건물을 매입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신세계는 인천시를 상대로 매각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역상인 생존권은 어찌
문제는 이같은 대형유통업체들의 상권 쟁탈전이 그들만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프리미엄아울렛 첫발인 신세계 여주점이 들어설 당시부터 지역 중소상인들은 이에 반발했다. 2009년, 여주 아울렛 등이 들어설 패션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사업설명회가 진행되자 이천시 상인연합회는 “이는 지역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지역경제주권 말살 정책”이라며 시 당국의 정책에 강력 반발했다.
이천시상인연합회는 2009년 1월 기자회견을 열어 신세계 여주 아울렛의 예를 들면서 “대형패션 물류단지로 득을 보는 사람보다는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으며, 패션물류단지는 장차 유용하게 사용될 잠재적인 성장터전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주의 경우도 상권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고양시 파주시 중소상인들이 크게 반발, 2010년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롯데측은 수차례 협상을 통해 개장 이전인 2011년 8월 사업조정 타결을 완료했지만, 이미 영업을 하고 있던 신세계는 버텼다. 중소기업청은 2011년 3월 신세계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으나 신세계는 개장을 강행하다가, 4월 중소기업청이 사업 강제조정을 위한 중소 상인 피해조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 만인 2011년 말에야 중복브랜드 최소화, 상생협의회 구성, 노후시설 개보수 비용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상인들과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파주점에서 10km 정도 거리에 있는 덕이동에는 220여개의 중소 상인 점포가 밀집돼 있고, 파주 일산 김포 등을 포함할 경우 매장이 400여 개에 이른다.
롯데테마파크 특혜 논란까지
대전에서도 아울렛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들어 구봉산자락의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시켜 신세계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아울렛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다 지역 내 중소상인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데 이어, 또 중앙정부로부터 무상양허 받아 운영 중이던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의 대부분을 롯데에 제공하여 ‘롯데테마파크’라는 위락 및 유통시설들을 유치하겠다고 했다가 재차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미 대전에는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단일매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세계 그룹 아울렛몰이 영업 중이고, 고속버스 임시터미널 부지에도 대형 아울렛이 입점해 있다. 또 둔산동에는 이랜드 그룹의 대형아울렛 쇼핑몰을 입점시키기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전은 그야말로 아울렛 쇼핑몰의 메카가 될 판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중소상인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덕성 기자 sbnews777@naver.com
아울렛이란?
아웃렛(Outlet)은 1980년대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유통업 형태로, 주로 메이커나 명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매장들을 한데 모아 몰을 형성한 쇼핑센터를 말한다. 원래 과잉 생산품 또는 재고품을 판매하는 공장 자체의 직영점을 의미한다고 해서 팩토리 아울렛으로 통칭된다. 대개 중간 물류비와 유통단계를 생략하여 최저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 중심으로 임대료가 싼 교외에 매장이 많이 들어서고 있고, 의류는 물론 구두, 가구 등 품목도 다양화 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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