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횡포로 중소 무인경비업계 시장 흔들
중소 무인경비사 ADT캡스 공정위 고발

무인경비업계에서 대기업들의 시장 침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에스원, 캡스, 텔레캅 등 빅 3사는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을 버젓이 자행하고, NSOK, 조은세이프 등 대기업 계열사 업체들도 불공정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중소 경비회사 숫자는 10년 새 50%나 감소했다. 2000년 전국 250여 지역경비회사가 2014년 9월 현재는 120개로 줄었다. 최소 2천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독과점은 더 심화됐으며, 외국계 대기업을 통해 국부는 외국으로 유출됐다.
국내 무인보안서비스 시장의 각 사별 점유율은 이미 대기업으로 거의 다 넘어갔다. 2012년 기준 에스원이 시장의 약 절반을 장악했고, ADT캡스와 KT텔레캅이 뒤를 이으며, 이들 3사 합계 점유율은 85%를 넘어서고 있다. 이 와중에서도 대기업들은 그나마 남은 시장마저 장악하고자 중소회사의 고객 뺏어가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특히 ADT캡스의 불공정행위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게 중소 경비회사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것도 이제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감의 결과다.

부당한 고객 유치
공정위 민원을 제기한 중소 경비회사들 가운데 하나인 대전 소재 ㈜에스시큐리티(대표 김학수)는 ‘무인경비 시장지배적 사업자 캡스의 지위 남용 행위에 따른 중소 무인경비기업 피해’라는 제하의 공정위 민원신청(박스기사 참조)에서 “ADT캡스의 무차별적인 영업공세로 고객 해지가 발생하여 경영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며 “2013년 이후 캡스의 영업으로 인한 해지피해는 고객확인 결과 밝혀진 것만 해도 총 18건으로 피해금액만도 7천720만 원에 이른다”고 고발했다.
민원에 따르면 최근 캡스는 ㈜에스시큐리티 고객에게 2개월 이상 무상서비스 제공, ㈜에스시큐리티 고객을 캡스의 영업협력자(전략파트너)로 유치하려는 시도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캡스의 이러한 행위는 중소기업인 당사에게는 치명적이며, 이는 중소기업 업계 전반의 공통사항이기도 하다”며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야기할 ‘시장지배적 사업자 캡스의 지위남용행위’를 법규위반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 주시기 바란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ADT캡스의 중소 무인경비회사의 물건에 대한 무차별 영업이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정식 신고사건으로 접수,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8월 12일 민원인 측에 보낸 처리결과 통보에서 “최근 본 민원과 유사한 민원이 다수 접수되어 피민원인(ADT캡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본 민원을 정식신고 사건으로 접수하여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부당한 지위 남용
ADT캡스는 외국투자전문회사인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이 주인이다. 현 최진환 대표이사 취임 이후 ‘소규모 자영업자, 주택 등’ 중소 경비회사의 주시장을 주 영업대상으로 하여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2018년까지 매출 1조원과 60만 고객 확보를 목표로 전력투구 중이다. 매출 1조는 보험회사 출신의 최 대표 발탁 조건이었다. ADT캡스는 지난해 매출 6,410억 원, 43만 고객을 달성했다. 에스원에 이어 업계 2위다. 국내보안시장에 사모펀드가 뛰어들어 시장질서를 흔들고 무조건 고객을 늘리려는 영업정책으로 중소 경비회사 고객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는 게 중소 회사들의 하소연이다.
캡스는 이른바 ‘덧방 공사(기존 타사 무인경비 장비를 철거하지 않은 채 자사의 장비를 옆에 설치하는 공사)’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여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정위가 정식 신고사건으로 접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캡스는 ‘전략파트너(ASP)’라는 영업전략으로 중소 회사의 기존 고객을 빼앗아간다. 전략파트너란, 캡스 본사와 영업소개 계약을 맺고, 영업을 지원하는 고객을 가리킨다. 파트너는 주변의 지인이나 사업동료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캡스와 계약이 성립되면 일정 소개비(수수료)를 받는 일을 한다. 이런 영업전략으로 기존 중소 경비회사의 고객을 저인망식으로 훝어간다는 게 중소 회사들의 주장이다.

업계 자정노력 거부
그간 중소경비회사들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대기업의 사업 방해 행위에 대해 동방성장위원회 자율협약을 통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요구해왔다.
첫째, 중소경비회사의 고객을 월정료 인하, 카메라 추가 설치 등으로 유인하여 가로채는 행위를 금지하고, 그런 사실이 확인 될 경우 그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하라는 것.
둘째,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대기업의 소규모 사업장 재계약 및 신규 영업 금지.
중소 경비회사들이 모인 한국무인경비협동조합은 중소 경비회사의 고객을 빼앗아 갈 경우 지금까지의 개별회사 차원에서 소극적 대응을 넘어 조합차원의 공동대응, 대기업 불공정행위로 고발조치키로 결의했다.
또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중소 경비회사가 담당하기에 적합한 규모인 300 평방미터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재계약 연장을 중지하고, 신규영업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다른 사업자,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매출액 기준 3%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이나 불공정거래(경쟁사 고객 유인행위, 다른 사업자 사업방해 행위, 대기업 지위이용 행위)는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같은 조합의 요구사항에 대해 다수 회사가 중소기업 고객 침탈 금지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이었으나, ADT캡스만이 중소경비사 고객에 대한 영업 행위 금지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민원 신청 내용>
‘무인경비 시장지배적 사업자 캡스의
지위 남용 행위에 따른 중소 무인경비기업 피해’
당사는 대전광역시, 세종시에서 무인기계경비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으로, ADT캡스의 무차별적인 영업공세로 고객해지가 발생하여 경영상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캡스의 영업으로 인한 해지피해는 고객확인 결과 밝혀진 것만 해도 총 18건으로 피해금액만도 7천720만 원에 달합니다.
최근 캡스는 당사 고객에게 2개월 이상 무상서비스 제공, 당사 고객을 캡스의 영업협력자로 유치하려는 시도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수 영업사원의 시장경쟁이 아니라, 캡스 본사 최고경영자의 지시와 회사차원의 정책으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현장자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ADT캡스의 이러한 행위는 중소기업인 당사에게는 치명적이며, 이는 중소기업 업계 전반의 공통사항이기도 합니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캡스의 지위남용행위’를 법규위반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정거래위 답변>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사의 민원은 ADT캡스(이하 ‘피민원인’)가 중소 무인경비업체인 귀사의 고객을 부당하게 유인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본 민원과 유사한 민원이 다수 접수되어 피민원인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바, 본 민원을 정식신고 사건으로 접수하여 처리할 예정이며, 신고사건 처리절차 등 자세한 사항은 사건접수 통지 시 별도 안내해 드릴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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