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전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 이하 연합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홈플러스는 편의점 사업 진출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만일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소상공인들의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 기사는 성명서 전문이다.

우리는 최근 홈플러스(회장 이승한)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변종 SSM의 출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진즉부터 우리는 홈플러스가 편의점업 진출을 준비해 오고 있는 과정을 예의 주시해 왔다.

지난 4월부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이 매장 입구 쪽에 김밥과 삼각김밥 등 일일 조리식품을 진열하여 편의점식 영업방식을 가미했고, 목동점, 뚝섬점 등 몇몇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시작하더니, 급기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성수점을 편의점 형식으로 개편해 오픈했다.

골목 상권까지 겨누는 새로운 편의점

그런데 우리는, 올해 말까지 시험 점포를 4개점 이상 오픈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에 들어갈 것이라는 “홈플러스 CVS(Convenience Store, 홈플러스의 편의점 브랜드) 진출계획”이라는 문건을 최근 입수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홈플러스 CVS는 영업 면적을 25평으로 하고, 24시간 영업을 하며, 국내 추가 입점 점포 수를 최대 3천여 개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편의점 업체들이 다루어 온 과자, 생활 잡화류, 즉석식품 외에 청과, 야채, 과일, 수산, 축산, 두부, 계란 등의 품목을 구비하게 돼 있다. 이것은 무늬만 편의점일 뿐 기존 SSM의 규모를 대폭 줄여 맞춤형으로 골목 안까지 침투하겠다는 저의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더욱이 이 시스템을 하루 24시간 내내 가동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선전포고를 멈춰라

현재의 상생법 상 편의점업은 직영이 아닌 한, 사업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파고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골목 사이사이의 영세 업체를 저인망식으로 걸러내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이미 홈플러스는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했으며, 홈플러스 CVS 전담팀을 조직해 관련업계의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준비를 철저히 하면 할수록 수퍼, 청과상, 정육점, 베이커리, 어물전 등 자영업자들이 속절없이 무너져갈 것이며, 또 한 차례의 지각변동이 골목상권에 몰려올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자영업자들

93년 국내에 대형마트가 처음 들어선 이후, 20여 년 만에 유통법과 상생법이 통과되는 동안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대형마트업계 매출은 9조 2천억원이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 매출은 같은 기간 9조 3천억원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5년 110,685개였던 수퍼가 2009년 79,200개로 2만여개나 줄었으며, 2010년 자영업자수는 547만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55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2007년 604만 명에서 만 3년 만에 60여 만명이나 줄어들 정도로 타격이 크다.

대기업들의 전방위적 시장잠식으로 자영업자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빚만 늘고 있다. 2010년, 소상공인진흥원이 전국소상공인 1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매출액이 400만원도 안 된다는 응답이 58.4%였고, 순이익이 1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도 57.6%였다. 소상공인 10명 중 6명은 월 매출 400만원, 순이익 100만원도 못미치는 극빈층으로 나타났다.

또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수도권 자영업자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5000만원 이상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고, 1억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사람도 28%나 됐다. ‘부채가 없다’는 자영업자는 22%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도권 자영업자의 한달 평균이자는 20여만원이고, 매달 50여만원 이상을 이자로 지출하고 있는 자영업자도 52.3%나 됐다.

상생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

현재의 상황을 방치할 경우 그 끄트머리에서 어떤 상황이 빚어지게 될지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이 주된 원인이 되어 빚어진 영국에서의 폭동이 우리나라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어렵게 어렵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유통법과 상생법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은 49%의 지분만 갖는 프렌차이즈 편법 개점, 또는 야간작업을 거쳐 아무도 모르게 개점하는 기습개점방식을 일삼아왔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 사회에서 재벌들이 매장을 열고자 할 경우, 그렇게 치졸한 방식으로라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골목상권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있고, 이 문제가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는 이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상생의 물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선에서 홈플러스와 대기업들은 영세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을 벼랑으로 모는 행위를 자제하길 바란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소상공인은 물론 전국민적 지탄과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임을 다시 한번 경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