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를 처음으로 법제화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5월 12일 국회를 통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안 등을 핵심으로 대안입법된 개정안은 자영업자의 80%를 넘는 임차상인들의 애로를 덜어주는 민생법안이다. 그동안 임대차 분쟁의 대부분이 권리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임차상인의 재산권’에 대해 명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개정안의 핵심은 건물 주인이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세입자는 건물주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두고 “임차인의 ‘권리금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임차상인 권익 수호를 위해 현장을 발로 뛰어온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의 특별기고를 통해 이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12일 국회에서 상가권리금 보호를 골자로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하에 간신히 통과되었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 계약갱신요구권의 보장

2. 건물주의 임차인 권리금에 대한 방해금지 의무

3. 건물주의 권리금 수수 방해시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

4. 임차인이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목적 사용시 혹은 보증금 지급 능력이 없을 경우, 임대차계약 거절 가능

임차상인들 요구 대폭 축소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필자가 그동안 주장했던 바에 비하면 대폭 축소되었고 사실상 상가 권리금 부분이 법제화되어 용어가 삽입되었다는 사실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그동안 법 개정을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재건축 재개발시 상가권리금 보상이나 대체상가 마련(법 제10조 1항)

2. 임대차기간 보호범위는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법 제10조 2항)

3. 경매에 의한 건물 매각시 임차권 소멸에 대한 구제(법 제8조)

4. 임대료 인상율은 현행 9%에서 5%로 제한(시행령 제4조)

5. 환산보증금 제한 철폐(시행령 제2조)

6. 필요비 유익비 등 상가권리금과 반환 청구권의 신설

7.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신설 ​

임차인 권리보장 그나마 위안

상기 7가지 사항 중에 개정되어 신설된 내용은 6항의 상가권리금 뿐이다. 나머지 6가지 사항은 손도 대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개정된 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로 존재하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영세 임차상인들을 울렸던 상가 권리금이 임차인의 권리로서 보장된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법 개정에 따라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런 이유를 포함하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려면 본 개정 내용은 '아직도 멀었다'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상기 5항의 경우, '환산보증금' 제도의 철폐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기 1항과 3항의 경우처럼 임대인이 재건축, 재개발을 명분으로 임차인을 여전히 쫓아낼 수 있으며 건물이 경매로 매각될 경우 임차인은 상가 권리금을 전혀 구제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4억원이 넘으면 임대차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의 주요 상권은 이 기준을 초과하는 점포들이 대다수이다. 또한 임대인이나 건물주가 재건축을 핑계삼아 임차상인을 강제로 내쫓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물주가 새임차인과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해당 상가에서 1년 6개월 이상 거주하는 등 '비영리 목적의 사용'이거나 임차인이 보증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 조항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이 조항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

분쟁조정위 법적지위 얻어야

또한 상기 7항의 경우처럼 임차인이 임대인이나 건물주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 설치가 개정 법안에는 누락되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상에 문제가 생기면 임대인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구할 수 있지만 대다수 임차인들은 그와 같은 법적 대항력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거나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임대차목적물인 상가 건물이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에 따른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 권리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경우 대규모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해당될 수 있다. 그리고 '국유재산법' 따른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인 경우에는 권리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법10조에 신설됨에 따라 전국의 지하도상가 상인들 역시 권리금에 대한 혜택이나 적용을 받지 못함은 매우 유감이라 할 수 있다.

임대인 우월적 지위 여전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속 개정할 부분이 많다. 우선 법제화된 상가 권리금 손해의 배상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산보증금 철폐가 핵심이다. 또한 재건축ㆍ철거 등의 경우에도 퇴거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상기 2항의 내용처럼 임대차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

그나마 상임법 개정의 핵심으로는 건물주나 임대인이 기존 세입자와 새 임차인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물주가 직접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거나 높은 보증금과 월세로 세입자를 쫓아내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되므로 개정 이전의 법보다 진일보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임차인들은 개정된 법이 임대인의 우월적 지위에 비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특별 기고=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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