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평에서 60평 매장으로 넓혀, 중대형 마트에 도전

경북 문경의 나들가게 새마을점 여한규 대표는 업계에서 ‘작은거인’으로 통한다. 11평형의 작은 가게에서 월 매출 2억여 원을 올리기도 했다. 30대 초반이었던 86년 개점하여 일찍부터 매장에 소개 마케팅을 결합한 결과다.

전체 매출에서 내점 고객 매출은 30-40%에 불과하고, 전화 주문 및 배달에 의한 매출이 60-70%에 달했다. 문경에서는 새마을 수퍼 여한규 사장 하면, ‘그냥 믿고 맡겨도 아무 탈이 생기지 않는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취재 중에도 주문 한 가지가 떨어졌다. ‘맥주 한 박스를 그 다음 날 아침 7시 50분까지 갖다 달라’는 주문이었다. “25년간 약속을 어긴 건 딱 한 번으로 기억한다” 그 날은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선물세트 50개를 납품하는 일이었는데, 그만 거래처에서 약속시간을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25년간 딱 한번 약속 어겨

대부분 행사 관련 주문이 많은 편이다. ‘차 두 대에 80명이 여행을 떠나는데, 시장을 봐 달라’라는 식이다. 그러면 주류부터 과일류, 과자류, 생수 그리고 접시까지 세심하게 챙겨서, 일일이 박스에 메모까지 기록해 갖다 준다. 그러면 본인들이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알뜰하게 시장을 봐 온 결과가 되니, 고객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새마을 수퍼만의 원칙이 주효했다. 가장 좋은 물품을 어떻게든 조달하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약속된 날짜에 정확히 공급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한번도 깨진 적이 없고, 이 게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가게는 작아도 3명의 아들을 포함해 5식구가 생활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부 학교 거래처 같은 경우 따로 장부에 사인을 하지 않아도, 이 쪽에서 제출한 견적서를 한번도 의심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돈독했다.

사업 접느냐, 마느냐 고민

하지만 서서히 새마을 가게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인구 8만 명에 불과한 농촌 소도시에는 대기업 마트가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시내 중심가에 대형마트가 떡하니 들어섰고, 100-300평 규모의 중형 마트가 곳곳에 생겼다. 새마을 가게를 중심으로 500m 전방에 동서남북으로 들어서서 가게를 에워싼 형국이었다. 제 아무리 배달의 달인이라 해도 두 발 네 발 번쩍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그 사이 애들은 커서 연이어 대학생을 두 명씩이나 배출하게 됐다. 학비만 연 4천만원, 수년 전부터 가게를 접느냐 마느냐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처하게 된다.

조합으로부터 받은 나들가게 제안

그러고 있는데 수퍼마켓협동조합을 통해 나들가게 개점 제안이 들어왔다. 간판과 포스 비용을 정부에서 무상지원하고 점포 개점과 관련한 일체의 비용을 낮은 이자로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가게에서 가까운 곳에 점포 자리가 나 있었다. 그리하여 지난해 12월, 기존보다 5배나 넓혀 나들가게를 개점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개점 준비를 하면서 조합에서 실시하는 수퍼대학 교육을 이수했고, 또 인근 점포의 인테리어 및 진열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조합에서 실시한 수퍼대학 이수

그리하여 현재의 매장이 탄생했다. 조명은 고객의 동선을 따라 일직선으로 설치해 진열대에 빛이 고루 비치도록 설치했고, 매장 입구에는 고객들이 자주 찾는 물품을 배치했다. 또 주류와 같은 필수품은 안쪽에 배치해 고객들이 안 쪽으로 오가면서 여타의 물품들도 둘러보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조합의 교육은 큰 힘이 됐다. 일부 강의는 막연한 내용이어서 실제 적용하기가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도움이 됐다. 유통이라 하면 전문가다 자신했지만, 알고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알짜배기로 쌓아온 경험을 이론화한 교육이어서, 아차 하고 지나쳤던 여러 가지 빈틈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아직 매장 배치는 완료전이다. 2대의 평형 진열장이 더 필요하고, 냉장고도 2대 정도 더 들어올 예정이다. 매장 안 쪽 창고로 쓰여지고 있는 공간에 진열장을 배치하고, 따로 창고를 더 확보할 계획이며, 영업을 해 가면서 매장 배치 완료는 앞으로 서서히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매장 매출이 70%, 주문 매출이 30% 정도인데, 연말까지 월매출을 6000만 원 정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매장 배치와 구색이 완료되면 인근 중대형 매장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새벽 늦게까지 농산물 정리작업

매장의 물품들에는 여한규 사장의 25년에 걸친 영업의 노하우가 스며들어 있다. 쌀은 한꺼번에 많이 갖다놓지 않는다. 도정이 막 끝난 신선한 쌀을 적정량 갖다 놓고, 세제나 화장지와 같은 고객이 자주 찾는 물품의 경우 가장 저렴하게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신선제품은 부인 박순이씨 담당이다. 농산물을 구분하는 눈썰미가 매우 예리해서, 물품 구입 단계에서부터 매우 깐깐하게 물품을 고른다.

그리고 가게 문을 내리고 나서도 한참이나 물품을 일일이 다듬고 소포장을 해서 고객들이 가져가서 바로 씻어 먹을 수 있도록 정리해 놓는다.

그러고 나서 부부가 집에 오면 새벽 1~2시가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품에 하자가 있으면 바로 반품해 주는데, 아직껏 그런 일이 없는 걸 보면, 그 만큼 세심하게 상품 관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골 고객을 잡아라

무엇보다 고객관리가 중요하다. 문경시 문화관광해설사이기도 한 부인 박씨는 원래 책과 뜨개질을 좋아한다. 그런데 책을 보다가도 고객이 오면 언제나 눈을 마주치며 응대를 한다. 단골 고객들의 신상 명세가 다 머리 속에 들어 있어, 언제나 정담을 주고 받는다. 따로 마일리지 혜택을 부여하진 않지만, 단골고객에게는 좀더 싸게 구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도록 우대하여 관리한다. 여한규 사장은 고객들이 ‘어 내가 왜 이 가게를 자주 오지’ 했을 때 평소부터 매장의 여러 요소가 부각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곳은 친절해!’ ‘가격이 저렴 해!’ ‘제품이 참 신선해!’ ‘동선이 편리해!’ 등 은연 중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단골 고객층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

박씨부인과의 사랑

부인 박씨는 남편을 가리키며, “제주도가 어디 있는 줄도 몰라요”라며 웃는다. 가게에 틀어박혀 보낸 게 25년이다.

큰 아들이 졸업하고 훌륭하게 사회 정착을 했고, 둘째, 셋째 아들이 대학생인데, 부부는 한번도 졸업식이다 뭐다 할 때 챙긴 적이 없고, 큰 아들이 군대가 있을 때에도 면회 한 번 간 적이 없다. 그런데도 씩씩하게 자라준 아들들이 고맙고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두사람은 당분간 사람을 더 쓸 생각은 없다. 매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을 꼼꼼히 관리하는 게 사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둘이서 최선을 다 하고,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면 그 때 가서 생각해 볼 계획이다.

박씨는 전원주택을 꾸려서 손수 뜨개질한 옷을 진열해 놓고 지인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노후을 보내는 게 꿈이고, 남편은 평생 고생해 온 부인에게 그러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꿈이다. 두 사람의 사랑의 마음이 나들가게를 훤히 비춰주고 있었다.

<월간 「마켓월드」 제공>

편집자  editor@sbnews.or.kr

<저작권자 © 소상공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