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영업자 근로장려세제 적용계획과 관련해 엉터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입금액에 업종별 조정율을 적용해 산정한 금액을 근로장려금 지급대상 소득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업종별 조정율표에 의하면, 소매업은 30%를 적용받는데, 편의점의 경우 홑벌이 가구 근로장려금 지급 적용대상 매출액은 연 7천만원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편의점은 이 정도 매출액으로는 인건비는커녕 임대료 납부가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는 자영업자에게는 근로장려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문제점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것에 대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당초 근로장려세금이 2009년부터 일용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지급되었으나,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2015년부터 지급하기로 법이 개정된 바 있다. 헌법학자들은 영세자영업자도 근로빈곤층에 해당되는데, 6년이나 늦게 근로장려금 수혜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 평등권 위반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제 와서 업종별조정율이라는 엉터리 제도를 적용할 것이라면, 당초부터 자영업자들에게도 근로장려금을 지급했어야 마땅했을 것이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6년동안 지급받지 못한 근로장려금 기회손실과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근로장려금 지급 포기 정책과 관련해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둘째,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파악 포기와 관련해 예산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파악 징세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파악은 복지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100조원이 넘는 복지예산을 300개 정도의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집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복지 프로그램은 소득을 기준으로 대상자 선정과 수혜금액이 결정되고 있다. 그런데, 일용근로자 등에 대한 소득파악 인프라인 사업자의 임금지급조서 제출비율은 30% 미만이다. 또한, 자영업자의 장부기장 소득세 확정신고비율은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에 대한 부실한 소득파악은 결국 복지예산집행 측면에서 형평성을 크게 왜곡하고 있고,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후 임기말까지 현행 6천억원 수준의 근로장려금 지급규모를 2조 5천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고, 복지정책 집행과 관련해 행복e음 시스템 등을 통한 복지예산 누수방지와 중복지급 등의 문제해결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근로장려세제는 그 자체로도 생산적 복지를 지향하는 양호한 복지제도로 평가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파악인프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장려금 지급 또는 복지예산 확대에 앞서 저소득층에 대한 정확한 소득파악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KDI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현행 근로장려금 수혜 대상자 중 3분위 이하 저소득층 가구는 수급자의 26%에 불과하다는 것과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예산의 70% 이상이 빌딩임대사업자 등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예쁜 미사여구로 포장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기초가 부실해 사상누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변칙은 또 다른 변칙을 낳기 마련이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장부기장으로 파악하는 것이 원칙이다. 장부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지급도 보고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에 따라 4대 보험료 부과 형평성 문제도 나타나는 것이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다면, 영세사업자의 장부기장비용 부담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차제에 정부가 영세자영업자 장부기장과 관련해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자문위원
관리자 @
<저작권자 © 소상공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