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 후 6개월만에 알찬 결실 거둬
지난 해 말,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된 것은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분명 역사적인 일이다. 그 동안 소상공인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언제나 소외돼 왔다. 농민이나 노동자 계층의 정치경제적 위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농민이나 노동자들의 경우는 일찍부터 조직화가 앞서서 진행됐고, 더 나아가 민주노동당을 필두로 하는 정치세력화까지 이뤄냈다. 반면 소상공인의 조직화는 일천했다.
소상공인은 언제나 찬밥신세!
일부 서비스 및 유통업을 중심으로 조합과 단체가 결성됐고, 횡적인 연합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기도 했다. 일부는 중소기업중앙회라는 법적단체에 소속돼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는 애초 제조업 중심의 기업 조직이었고, 서비스 및 유통업 관련 단체는 하나의 주변조직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를 기반으로 일부 정계진출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소상공인 출신 국회의원은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반면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가 광풍처럼 몰아치는 가운데 그 최대의 피해자는 소상공인업계로 귀결돼 왔다.
1996년 유통개방으로 수퍼마켓과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영세 소매업계가 초토화됐다. 2천년대 초부터 밀어닥친 대기업 MRO(기업소모품 도매업)로 인해 청계상가 등 영세도매업자들까지 생존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소매업은 물론 도매업까지 재벌대기업의 천국이 돼버린 것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의 폐지와 총액출자제한 제도의 폐지로 인해 족쇄가 풀린 재벌 대기업들은 돈이 된다 하면 심지어 떡볶이, 순대업까지 뛰어들어 영세 자영업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밑으로부터의 소상공인단체 결성 움직임
소상공인 업계의 조직화의 맹아가 싹트기 시작했던 것은, 차츰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 업계의 이같은 사회경제적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먼저 대형마트와 SSM으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 수퍼업계와 재래시장 연합체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와 전국상인연합회(회장 진병호)가 바로 그 것이다. 이 단체들은 2010년 말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이끌어내는데 큰 몫을 담당했고, 이 단체를 필두로 하여 비슷한 시기에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회장 김경배, 이하 전소연)가 발족되기에 이르렀다. 옥죄어오는 재벌대기업에 맞서서 소상공인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데에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처음 20여 개의 소상공인 단체로 시작된 전소연의 창립은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미 이전에도 소상공인 단체 연합체가 발족된 적이 있지만, 정치경제적 파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계속 추락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밑으로부터의 조직화가 아닌, 상층 간부 중심의 조직화라는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소상공인지원 의원 모임 탄생
작은 조직으로 출범한 전소연은 빠른 시간에 가맹 단체수가 급증했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예사롭지 않았다. 급기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김영환 의원과, 같은 위원회 소속인 정태근 의원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의원 모임(대표 김영환쪾정태근 의원, 이하 중골모)이 탄생되기에 이르렀다. 이 모임은 결성되자마자 순식간에 회원이 90여명을 돌파할 정도로 여야간에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이러는 가운데 소상공인 조직의 법제화의 시작은 아주 작은 계기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 해 4월경,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조길종 국민대 교수(컴퓨터시설관리업조합 이사장)와 김혜성 의원(미래희망연대)실 이호연보좌관이 만나, 평소 고민해 오던 소상공인 단체의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김혜성 의원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의기투합한 두사람은 바로 전소연 김경배 회장과 최승재 사무총장과 논의를 확대했고, 급기야 지난 해 5월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중소기업청 등 관계 기관 관계자까지 참여한 확대대책회의로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김혜성 의원실 주관하에 7월8일 공청회가 열리기에 이른다. 이 자리에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영환 위원장은 업계의 절실함에 비추어 연말 정기국회에서 그 어떤 법보다 최우선적으로 법이 통과돼야 함을 역설하였다.
한미 FTA 피해대책의 결과물
이런 와중에 미국의회의 한미 FTA 비준을 계기로 국내 정국은 급속도로 한미 FTA 비준 문제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이에 전소연을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업계 또한 ‘소상공인업계 보호 대책없는 한미 FTA는 반대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관심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한미 FTA 피해 대책 마련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이에 지식경제위원회 김영환 위원장은 김혜성 의원의 소상공인 지원법안과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특별법을 배합하여 위원회 명의의 통합안을 만들었고, 이를 한미 FTA 피해 대책법안으로 정부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10월 30일 여야간에 농민과 소상공인 피해대책을 위한 여야 합의안에 이 법안이 포함돼 우여곡절 끝에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역사상 첫 소상공인 법적단체
그 결과 관련법은 첫 발의 이후 통과되기까지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 기록을 남겼다. 이같은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 꼽힌다. 그 만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소상공인 업계가 공멸하게 되고, 심각한 사회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정치권에 형성돼 있었던 게 큰 요인이었다. 또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전소연 등 소상공인업계의 헌신적인 노력도 큰 힘을 발휘했다.
이제 역사상 처음으로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이나 경총과 같은 조직이 소상공인업계에도 생기게 됐다. 미국 전미 자영업 연맹은 기업관련 로비조직으로서는 영향력 1위 단체로 꼽히고 있다. 결국 표로서 결정되는 선거의 속성상 표가 몰려있는 소상공인업계는 무시못할 조직인 것이다. 530만 소상공인을 대변하게 될 소상공인 법적단체가 벌써부터 안팎의 주목을 받게 된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동홍 기자 sbnews777@naver.com
소상공인 법제화가 있기까지 막후에서는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에는 수많은 고비가 있었다. 특히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김재경 의원)에서는 이 법안이 왜 한미 FTA 피해대책 법안인가를 놓고 의원들간 설전이 벌어져 법안 심사가 유예될 번한 상황도 있었다. 또 10월 30일 여야 원내대표간 한미 FTA 합의 처리안이 민주당에 의해 부결되면서, 여야 합의안 또한 물건너갔다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선 법 통과부터
또 전소연 단체장들의 막후에서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처음에 소상공인 지원법안이 만들어질 때에는 소상공인 법적 단체에 많은 권한과 예산이 배정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통과된 법안 내용을 보면 소상공인 단체의 독자적 사업은 눈에 띄지 않고, 독자적 예산도 편성돼 있지 않다. 다만 정부로부터 약간의 보조금을 받게 돼 있는 정도다.
이에는 전소연 지도부의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릴 경우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예산이 추가되는 단체 설립에는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더군다나 소상공인 단체의 법제화는 반대하는 측도 만만치 않아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였다. 이에 따라 전소연 지도부는 먼저 법부터 만들어놓고 이후에 내용은 강화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던 것이다.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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