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의 지붕에서, 기와집 사이 돌담길에서 고향의 푸근함을 떠올리는 기성세대에게는 고택의 오래됨에서 이웃과 함께 정겹게 보내던 그 시절이 향수가 되어 떠오른다. 향수를 떠올리기에는 아직 부족한 젊은 세대에게 고택은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어느 선비의 글방이었다는 이야기, 격변의 시대를 보낸 독립운동가의 은신처가 되었다는 이야기, 대를 이어 나라에 공을 세운 어느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문화유산이다. 세월의 신비함과 오래됨의 정겨움이 함께 있는 고택이 조금씩 세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계간 ‘소상공인’ 제공>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안동하회마을과 경주양동마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한 경주 최부자의 고택, 파리장서로 유명한 임한중 선생을 비롯한 8인의 애국지사를 배출한 덕영의숙처럼 이름난 고택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명소가 되었다.

비단 이름난 종가가 아니라도 세월을 품은 고택은 그 자체로 의미가 된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이미 자연이 된 집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사는 사람의 방식에 따라 변해왔다. 그렇게 변해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고택에 들어서면 한옥의 풍경이 오감을 통해 전해지면서 고즈넉하다, 단아하다, 고졸하다 등 한국의 미를 말할 때 쓰이는 각종 형용사들이 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고택을 누구나 가질 수는 없지만, 언제든 찾아가 머무를 수는 있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늘고, 고택의 문화적 요소를 인식하면서 ‘고택체험’이 인기가 높다.

각 지자체마다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한옥마을’이 하나둘 늘어났다. 외국인은 물론 가족단위로 주말을 보내고가는 이들도 많다. 그저 지켜만 보던 문화재에서 직접 만지고, 뛰어놀고, 살아보는 문화가 되었다.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보다 손으로 느끼고 몸으로 체험하는 고택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했던,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체득하게 된다.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은 전주시 완산구 교동(校洞)과 풍남동(豊南洞) 일대에 700여 채의 전통 한옥이 모여있다. 이 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고 일본 상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발로 형성되어 오늘까지 그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룻밤을 묵으며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사적 339),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연회를 열었던 오목대와 이목대, 한국 천주교 순교 1번지인 전주 전동성당, 전주향교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안동하회마을

하회마을은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동성마을로 총 127가옥에 전체 437개 동으로 이뤄져 있고,. 이중 12개의 가옥이 보물 및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하회마을에서의 고택체험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냈던 서애가 ‘징비록’을 쓴 옥연정사에서 고택체험이 가능하다.

산청 남사예담촌

안동의 하회마을과 견주어 지는 산청의 ‘남사예담촌’은 양반마을, 전통마을로 유명하다. 옛스런 담이라는 의미의 ‘예담’처럼 담장 속에 한옥의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봄날에는 특히 7백 년 된 원정매의 후손 매화나무가 꽃을 피워내 여행자들을 위한 선경이 펼쳐진다. 고풍스런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단속사지의 정당매, 산천재 앞뜰의 남명매가 선사하는 봄풍경도 볼만하다.

구림마을

전남 영양군 군서면 구림마을은 일본 아스카문화의 시조인 왕인박사와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를 배출한 곳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다 되어라’란 의미의 안용당은 340년 역사를 품은 한옥 민박집이다. 450년간 대동계의 집회장소인 대동계사는 단정하고 규모가 커서 단체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TIP 고택 체험 정보 찾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전통한옥 체험숙박 통합 홈페이지인 ‘한옥에서의 하루(http://korean.visitkorea.or.krhanok)’에는 전통한옥 숙박시설의 위치와 주변 관광지, 체험 프로그램, 가격, 예약방법 등 상세한 정보를 살필 수 있고 지역별유형별 한옥 검색이 가능하다.

TIP 해외에서 배우는 고택 상품들

일본에는 고택체험 프로그램인 <료칸>이 있다. 50년 전부터 자리잡은 <료칸>에는 그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있다. 전통 방식의 온천문화와 오카미, 가이세키 요리 등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콘셉을 바탕으로 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고, 지금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체험 상품이다. 프랑스에는 지트(GITE)라는 농촌지역 전통숙박 프로그램이 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시작한 지트는 프랑스의 고택을 특징과, 프로그램, 정원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한 자료를 제공하고, 지트에 가입된 고택은 심사를 통해 등급을 관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명문가의 전통과, 스토리를 체험하고, 양반밥상을 통해 한국문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그저 보고 자는 고택체험에서 고택관 관련된 다양한 문화 상품과, 체험 서비스에 대한 개발노력이 필요하다.

편집자  editor@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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