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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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있어요?”
“네, 어서오세요! 냉장고 안에 있습니다. 어제는 덜 익었는데, 오늘은 잘 익었네요.”
“얼마에요?”
“네 3천원입니다.”
우유 배송 직원과 매입전표를 주고받는 바쁜 와중에도 우리들마트 홍혜선 대표의 눈과 귀는 손님을 향해 있다. 손님의 얘기를 잠시라도 놓칠세라 홍 대표는 바짝 긴장한 채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능수능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손님이 문밖을 나설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다.
거래처 직원과의 상품 인수인계를 모두 끝낸 홍 대표는, 그제 서야 숨을 가다듬으며 기자의 눈을 응시했다. 크지도 않은 작은 가게에 취재꺼리가 뭐가 있다고 방문했느냐며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동네마트 점주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위치한 우리들마트에선 뭔가 특별한 것을 느낄 있었다.
바로 웃음과 활기찬 모습이다.
때론 짜증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에게선 그런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손님과 다투거나 가정사로 인해 힘들 때가 있더라도 항상 웃음으로 극복한다는 홍혜선 대표.
홍 대표는 “이제는 웃음이 몸에 배여 내 일부가 되었습니다”며 “마트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기에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작은 점포든 큰 점포든 손님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웃음을 바탕으로 한 친절과 상냥함입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기자와의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네다섯 명의 손님들이 우리들마트를 찾았지만 자신이 구입했던 상품과 함께 꼭 한 가지 더 덤으로 가져가는 것이 있다.
바로 웃음과 행복이 그것이다.
10년 점원생활 끝에 내 점포 마련했지만...
홍 대표는 10년이 넘는 마트 점원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약 7년 전 그토록 원했던 작은 마트를 오픈한다.
마트 점원 생활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와 함께, 손님을 향한 그녀의 남다른 관심 덕택에 홍 대표의 첫 가게는 연일 상종가를 치며 동네 사랑방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가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결국 가게를 청산한 홍 대표는 오랜 투병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진감래라 했을까. 예전의 몸 상태로 다시 회복된 그녀는 지난 2011년 10월 지금의 우리들마트가 들어설 자리를 인수, 나들가게 신청과 함께 제2의 마트 점주로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홍 대표는 “내 가게를 다시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며 “이제 또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우리들마트를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서 최고의 나들가게로 만들겠습니다”라며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홍 대표의 평생지기
이처럼 홍 대표가 제2의 삶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항상 그녀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었던 남편 김영호 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거의 매일 싱싱한 야채와 청과를 도매시장에서 직접 구매해온 남편 덕택에 매출도 쑥쑥 올랐다. 그 당시 인근 마트에서 야채와 청과를 취급하기 않았기에, 우리들마트의 총매출에서 야채와 청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을 정도였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야채와 청과에 대한 홍 대표의 관심은 남다르다. 야채와 청과를 취급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공산품만으로 마트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주부 단골 고객을 잡기 위해서라도 야채와 청과를 꼭 취급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야채와 청과를 좀 더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새벽에 도매시장을 내집 드나들듯 옆에서 저를 도와준 평생지기 남편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들마트도 없었을 겁니다”며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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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기 지도요원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나들가게 점주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점포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고, 또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인식해야 합니다. 규모, 매출, 고객수 등 거의 모든 여건들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비해 열악한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나들가게를 신청한 우리들마트를 옆에서 지켜주고 끌어준 박춘기 지도요원의 얘기다.
그의 말처럼, 박 지도요원의 사고와 의식은 다분히 현실주의라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단점과 현재의 여건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현 시점에서 해야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점포 활성화를 위해 물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부 지원 테두리 내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점주의 마인드”라고 강조한다.
우리들마트 역시, 박 지도요원의 그러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재변신에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다. 지금도 박 지도요원은 강조한다. 점주의 마인드 변화가 없다면, 그 점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소상공인신문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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