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나들가게 사업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 ‘유통체계 혁신 및 나들가게사업의 발전방안’의 하나로 나들가게통합물류센터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중기청은 전국 20곳 통합물류센터 건립 구상안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업계 내부적으로도 말들이 많았다.

이 당시, 일부에선 나들가게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기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기재부가 예산을 당연히 배정해줄 것으로 중기청이 과신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나들가게 숫자를 단기간에 늘릴 목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통합물류센터를 유인책으로 이용했다는 조심스런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통합물류센터는 무산됐고, 20곳에서 5곳으로 축소하고 재신청한 시범사업마저도 2011년도 예산국회의 높은 벽에 막히고 말았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중기청을 포함한 관련 부처 내부적으로도 통합물류센터 건립 움직임은 감감무소식이다.

속만 태우는 곳은 나들가게 점주들 뿐. 통합물류센터만 만들어지면, 대형마트나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믿었던 점주들마저도 “이젠 포기해야죠”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나들가게들이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들가게가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다른 업종들 사이에선 “우리도 이제 구매파워를 키워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통합물류센터에 대한 업종별 소상공인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옥외광고 종사자부터 자전거 판매업자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이들은 물류센터만 있으면 침체된 소상공인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선 공동구매를 통해 기존 공급가를 대폭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배송을 통해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구매파워를 키워 제조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는 부분이다.

그동안은 ‘제조사-대리점-소매점’으로 이어지는 한정된 틀 속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물류에까지 직접 뛰어들겠다는 것이 소상공인 업계의 최근 동향이다.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지원 자격을 묻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의아해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정부의 소상공인 물류정책은 동네슈퍼에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 대비, 효과가 컸던 것도 아니다.

일부에선 이런 현상에 대해, 왜 슈퍼에만 잔뜩 지원을 해주고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느냐는 보상심리 때문이라고도 풀이하고 있다.

아무튼 소상공인 업계가 스스로 자구책을 찾겠다는 것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소상공인신문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