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이마트는 제소 불가, 기탄교육은 ‘부당한 염매’로 제소 가능” 의견
이마트와 기탄교육이 지난 1월 초 선보인 초등학생용 반값 참고서(본보 1월 24일자 이마트 반값참고서 파장 만만찮아 참조)를 둘러싼 사회적 파장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번 반값 참고서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를 비롯한 전국 동네서점인들의 반발이 연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동네서점들은 서점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과 도서정가제의 재정비 움직임으로 그나마 재기의 희망을 갖게 됐지만, 기존 가격보다 58% 싼 이번 할인행사 때문에, 거의 영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지식공공재나 다름없는 책이 한 대형유통사의 이익 창출수단의 도구로 전락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거품이 빠진 반값 참고서가 학부모들의 교육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어, 이번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점인, “법으로 따져보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의 잣대를 들이대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일부 서점인들 사이에선 “이마트와 기탄교육이 ‘부당한 염가판매’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함께, 이마트 매장 앞 집회까지 하자”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동네서점과 대형유통사와의 분쟁으로까지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영호 부산서점조합장은 지난 8일 가진 전화통화에서 “조만간 열리게 될 한국서련 이사회에서 공정위 제소 및 집회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며 “이와는 상관없이, 부산조합 차원에서도 공정위 부산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부당한 염가판매’를 이유로 이마트나 기탄교육을 제소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다 하루 앞서 통화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실장도, 이번 반값 참고서와 관련해 “이마트와 기탄교육을 공정위에 제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법률검토를 의뢰했지만, 공정거래법상 이마트를 대상으로 해서는 제소할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이마트에만 싸게 참고서를 공급하고 동네서점에는 공급을 하지 않은 기탄교육의 ‘가격차별정책’과 ‘부당한 염가판매’ 등은 문제삼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도권에서 20년 이상 서점을 운영해온 이아무개 씨는 “이마트는 이번 반값 참고서 제작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올 정도로 치밀함을 보였다”며 “한국서련은 제2의 반값 참고서가 또 다시 출시되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점 단체, 제소가능성 문의했지만...
이처럼, 서점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마트를 상대로 한 공정위 제소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변의 판단도 판단이거니와, 과거 통큰피자와 통큰치킨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도 관련 대형유통사들이 공정위에 제소됐지만, 공정위는 큰 문제가 없는 걸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애당초 서점 단체의 환 관계자도 이번 반값 참고서가 출시된 이후, 이마트와 기탄교육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또 이를 근거로 제소가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를 공정위에 질의했지만, 공정위로부터 맥이 빠지는 답변만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그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인 동네서점을 배제한 채 이마트에만 반값 참고서를 전량 공급한 기탄교육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의 ‘제5장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등의 조항을 어겼을 것으로 판단하고 제소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며 “하지만, 공정위는 불공정행위심사지침에 의하면, 시장점유율이 10%가 넘어야만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그는 또 “기탄교육의 이번 반값 참고서 물량(6만권)의 경우, 초등 참고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안 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공정위의 그러한 답변이 있었기에, 더 이상의 제소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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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10% 이하...
“불공정심사대상서도 면제”
“기탄교육의 이번 반값 참고서 비중이 몇% 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단지 이마트가 초등 참고서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또 동종 업계 출판사도 많기 때문에 10%는 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다.”
서점 단체와 공정위 사이에서 오간 대화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기자의 질문에, 공정위 시장감시국의 해당 사무관이 지난 2월 3일 답변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사무관은, 시장점유율이 10%가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 자료나 통계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통계 자료가 없다”라고만 답했다.
그는 또 “시장점유율이 10% 이하일 경우, 심사면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불공정행위심사지침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당시 질의했던 그 관계자가 확대해석을 했던 것 같다”며 “시장점유율이 10%가 넘지 않는다고 해서 직권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시장점유율이 10%가 넘는다고 해서 꼭 직권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절차를 밟아 제소를 하면 된다”며 “법령상 어떤 행위 요건을 충족해야 된다는 등의 안내를 했을 뿐이며, 제소든 공정위 직권조사든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점인들은 “공정위가 불공정행위심사지침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형마트 3사들이 시장점유율 10%가 넘지 않는 제품들만 골라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반값 기획상품을 출시해도, 공정위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늘어놓을 테냐”며 “소비자들에게 싼 제품을 공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관련 업계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선에서 행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싸게 파는데 뭐가 문제?
이번 반값 참고서의 시장점유율이 얼마이든, 한국서련이 제소를 하지 않는 이상, 반값 참고서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행위 심사면제대상 예외조항을 엄격히 적용하는 시장감시국 외에도, 경쟁사업자 간 담합여부를 조사하는 카르텔(담합)조사국의 신아무개 과장도 “이마트(유통)와 기탄교육(출판)은 경쟁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국에서 조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이마트를 상대로 한 공정위의 직권조사 가능성은 더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 설령 제소를 하더라도,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힘없는 동네서점들로선 그저 텅 빈 가게만을 홀로 지키는 것 외에는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제3의 반값 참고서가 등장하더라도 말이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과 이마트의 통큰피자, 그리고 홈플러스의 반값라면에서 시작된 가격 파괴는 분명 소비자들에게는 득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네치킨, 동네피자, 동네슈퍼들은 오히려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왜 그렇게 비싸게 팔았느냐”라고.
여기엔 “싸면 그만”이라는 일반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함께, “싸게 파는데 공정거래법상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는 공정위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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