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내 서적코너가 연초부터 초등학교 신학기 참고서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만3500원을 줘야 살 수 있었던 기탄교육의 수학참고서 3권이 세트로 9900원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가에 비해 58%나 할인된 셈이다. 초등 참고서는, 신간의 할인율을 18개월간 10%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의 적용도 받지 않는 터라, 온·오프라인에서 어느 정도 할인 판매가 진행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60%에 육박하는 할인판매는 첨이다. 개학을 앞둔 학부형들로선 평생 한번 올 기회를 놓칠세라, 너도 나도 이마트로 몰려든 것이다. 한편 이마트 측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기탄교육과 6개월 전부터 협의를 거쳐 왔다”며 “그 결과, 판매가 되지 않은 재고분의 가격까지 반영해 매겨지는 참고서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기탄교육의 한 관계자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번 참고서 반값 기획이 진행됐지만, 관련 단체의 반발이 예상외로 컸다”며 “특히 이번 행사로 인해 동네서점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지속될 경우, 관련 단체들의 입장을 최대한 받아들여 동네서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반값 참고서로 서점 피해 불가피
이번 참고서 반값 행사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동네서점은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네서점의 경우, 참고서 판매가 매출의 80%나 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통큰 치킨이니, 통큰 안경이니 하는 희한한 상품으로 골목상권을 옥죄어온 대형마트들이 이제는 책까지 반값 할인판매를 한다니, 정말 기가 막힐 지경이다”며 “반값 참고서가 또 다시 등장하지 못하도록 대형마트 앞에서 동네서점의 사활을 건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박 회장은 또 “기탄교육을 비롯한 타 출판사들도 이 같은 행태를 또 다시 보인다면, 똑 같은 가격에 동네서점에도 책을 공급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정면 대결로 맞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탄, 행사전 기참고서 모두 회수
서점주인 “도둑놈” 소리까지 들어
동네서점 점주들의 반발도 연일 커지고 있다. 서동환 수원서점조합장은 기탄교육이 할인행사가 시작되기 얼마 전부터 동네서점에 이미 공급된 기존 참고서를 일제히 회수해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회수 전에는 기존 참고서를 권 당 8000원 내외로 판매를 했는데, 이달 초부터 9900원에 3권을 살 수 있는 반값 참고서가 느닷없이 등장하자, 기존 참고서를 구매했던 소비자들로부터 ‘도둑놈’이라는 항의까지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영호 부산서점조합장도 “기탄교육이 참고서를 회수해간 것은 사실”이라며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기존 참고서를 싹 회수해간 기탄교육이나,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는 초등 참고서의 맹점을 이용해 생활용품처럼 미끼상품으로 이용하겠다고 맘을 먹은 이마트 모두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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