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타운대 에체베리아 교수, ‘ISD 제도는 사법주권의 포기’

한미 FTA는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다.
그런데 한미 FTA 협정은 “분쟁 당사자가 투자와 관련해 생긴 분쟁이 협의 및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투자유치 국가를 상대로 투자자는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제11.6조 1항 가,나)”는 투자자 국가중재 회부 제도(이하, ISD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법이 한미 FTA 협정과 상충될 경우, 법 적용의 일반 원칙인 '신법 우선의 법칙'과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의해 한미 FTA 규정이 우선하게 되며, 국가가 ISD 제도에 의해 제소되면 국내법이 아닌한미 FTA 중재절차에 따라 국가가 국제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한국 법제도가 한미 FTA 심판대에
이 제도는 상호주의에 따라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따라서 미국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회원국인 캐나다에 세계 최대 메탄올 생산 회사인 메타넥스라는 회사가 있는데, 1999년 미국을 NAFTA 협정에 따른 국제 중재에 회
부하는 사건이 발행하자 미국 여론이 들끓었다.

메타넥스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회사의 휘발유 첨가제 제품인 ‘MTBE’에 대해 발암성이라는 이유 등으로 불법화하자 이를 국제중재에 회부한 것이다. 메타넥스 사는 주정부의 조치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9억7천만 달러의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2000년에, ISD 제도가 미국헌법이 주에 부여한 공공정책 권한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한미 FTA의 마지노선’ 책 80쪽, 송기호 著)

ISD 제도 ‘사법주권의 포기’
또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에체베리아 교수는 ISD 제도에 대해 ‘사법주권의 포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법체계마저 뒤흔들고 있는 ISD 제도는 벌써부터 국내법의 무력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가 6년 이상 논의 끝에 어렵게 만든 유통법의 ‘전통시장 보호구역’ 조항과 상생법의 SSM 규제 조항이 FTA에 의해 실효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유통업체가 국내업체에 투자를 하거나 점포를 내게 되면, 얼마든지 이 법조항을 이유로 국가를 국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국회와 정부는 현재 신소재, 신에너지 등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법을 만들어 대대적인 지원을 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투자자들은 그러한 지원 법이나 정책에 대해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권리를 갖게 된다. 이에 대해 FTA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외국 투자자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면,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외교관계에 따른 치외법권은 해당 공관이나 해외 외교관에 한정되지만, ISD 제도에 의한 투자자 보호는 단순한 해당 투자자에 대한 치외법권이 아닌, 그 투자와 연관된 전체 산업분야에 대해 국가와 법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결과를 일으키게 된다.

최근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유 업계는 물론 식품업계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인데, 한미 FTA와 함께 이러한 정부의 정책도 더 이상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해당 업계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입법권 지켜야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8월 국회에서 한미FTA를 국회에 상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한미 FTA를 국민적 합의와 국회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통과시킨
다면, 스스로 국회의원임을 부인했다는 엄청난 비난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미 두 번씩이나 이같은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시키려 했던 정부 여당은 과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최소한의 국가 통치권과 국회 입법권을 지키고자 했나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내 수출업체나 외국에 투자하는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수를 위주로 하는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은 한미 FTA와 함께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있다. 그런데 그 동안 그러지 않아도 소외된 이 업계 사람들은 더 이상 하소연 버팀막이 없어지게 된다. 열심히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아놓아도, 국가 기관은 더 이상 이들을 도울 힘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자  kdong02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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