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전통시장 현장시장실을 가다

서울시의 전통시장 살리기가 본격 가동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관내 지자체로부터 추천받아 선정된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해, 상인과 이용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답을 찾는 현장시장실을 운영했다. 특히 이번 현장시장실은, 그저 책상에 앉아 도표 넣고, 그림 넣고, 결국에는 예산만 지원하고 끝내는, 그런 탁상행정이 아니었다. 작게는 시장상인들의 현실적 어려움이 무엇인가에부터 시작해, 크게는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전통시장을 속속들이 파헤쳐보는 현장행정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홍선 산업경제정책관, 그리고 소상공인진흥과 직원들이 3박4일 동안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느꼈는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 보았다.

유통시장 전면개방, 대형할인점 골목상권 홈쇼핑․인터넷쇼핑으로 인한 젊은 층 방문 단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이 다시 되살아날 전망이다. 최근 서울시가 현장 밀착형 행정을 표방하는 등 전통시장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시장상인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또 해답까지 모색하는 ‘전통시장 현장시장실’이다. 이러한 현장시장실이 6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서울시내 6개 전통시장에서 열렸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3박 4일간 정릉시장, 수유시장, 영천시장, 망원시장, 망원월드컵시장, 신중부시장에 머물면서 시장상인, 소비자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청책토론회 등을 순회 개최하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모색했다.

서울시는 이번 현장시장실은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동시에 시민들의 향수를 담고 있는 전통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 마련됐으며, 상인들과 함께 시장을 열고, 상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면서 꼭 필요한 현실적인 지원과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시민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현안도 볼 수 있는 '현장시장실' 홈페이지(http://www.seoul.go.kr/runningmayor/)도 문을 열었다.

첫째날, 관광자원화 모색

첫째 날에 열린 ‘정릉시장 현장시장실’은 오전 7시부터 성북구 정릉4동 주민센터에 마련됐다. 이번 현장시장실은 상인과 시민의 목소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듣고 해법을 마련하기 해 4단계, 즉 ‘시장준비→시장주변→시장안으로→10년 후 우리시장으로’ 나눠 진행됐다.

‘시장준비’ 단계에서는 정릉시장 안팎 대청소로 오전 7시부터 상가 대청소를 실시해 전통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3不(불결, 불친절, 불신)을 해소했으며, 이어서 열린 ‘시장주변’ 단계에서는 자원을 활용한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릉동에 위치한 ‘박경리 고택’을 찾아 문학도서관 건립을 검토하고, 정릉동 공영차고지를 방문해 친환경 차고지 조성과 복합커뮤니티 건립에 대해 상인들과 의견을 나눴다. 또 정릉동 289번지 일대를 둘러보며 서민밀집지역 범죄예방디자인 도입과 한옥밀집 지역 및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배경지 등을 활용한 관광자원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연결 고리도 모색했다.

특히 이날 박 시장은 지난 3월 문열 연 ‘서울시중소유통물류센터’에서 물품을 공급받고 있는 골목가게를 직접 방문해 그 효과를 확인했으며, 전통시장 컨설팅 시장닥터의 운영현황과 체험점포의 매출 변화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700여개 중소슈퍼마켓이 상품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중소유통물류센터는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시장닥터의 지도를 받은 한 점주는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며 “시장닥터의 지도를 통해 고객들을 대하는 마음자세를 새롭게 가지게 되자,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매출도 올랐습니다”라며 연신 웃음을 보였다.

둘째날, 상생협력 모범사례 청취

현장시장실 둘째 날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에서 즉석 청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상생사례 청취 이후에는 발전방안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박 시장은 망원시장 내 점포를 찾아다니며 상생협력실태를 확인하고, 이어 망원시장 ‘아나바다 장터(벼룩시장)’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 시장들은 홈플러스 합정점 출점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판매 품목제한 등을 합의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간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알려진 곳이다.

홈플러스 합정점 출점 당시, 격렬하게 싸웠던 상인회의 한 관계자는 “출점 이후 지금까지 그 여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상인들 스스로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로 홈플러스와 싸워보자고 단결한 이후, 상황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며 “올 연말이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째날, 실질적인 지원방안 모색

셋째 날인 19일에는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현장시장실이 열렸으며, 첫날의 정릉시장처럼 4단계로 나눠 현장시장실이 운영됐다.

아침 7시부터 영천시장 206개 점포를 대상으로 시작된 대청소 이후에는, ‘서대문보건소 천연동 분소’를 방문해 인근 영천시장 상인들을 위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도입 방안을 찾아보고, ‘영천주택 재개발지역’을 찾아 현안도 청취했다.

이어 ‘이진아 도서관’을 방문해 영천시장과 합동프로그램 운영, 고서점과 연계 방안 등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독립문 및 서대문독립공원’ 등 인근 문화자원과 시장을 연계한 관광자원개발 등에 대한 방안도 논의했다.

또 실질적인 지원방안 모색과 함께, 오후에는 같은 명칭을 쓰고 있는 경북 영천공설시장과 자매결연식, 영천시장 CI게양식, 영천시장 과거․현재 사진전, 영천시장 배송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상인들을 만났다.

마지막날, 특성화 시장 발전가능성 찾아

현장시장실 마지막날에는 국내최대 건어물시장인 ‘신중부시장’을 찾아 건어물특화거리와 고객쉼터를 둘러본 후, 신중부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상황과 건어물을 이용한 101가지 안주개발과 이 안주를 활용한 협동조합 형태의 호프광장설립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청취했다. 특히 박 시장은 호프광장설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직접 방문한 한 건어물 가게의 점주는 “시장님이 특성화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며 “현재 추진 중인 호프광장이 만들어질 경우 서울의 또 다른 명물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귀뜸했다.

이후 박 시장은 현장시장실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상인연합회가 주최한 ‘전통시장 다시 살림 프로젝트 대토론회’에 참석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본인의 의지를 표명했다.

3박4일 ‘현장시장실’ 투어 ‘성황리에 끝나’

'전통시장 다시살림 프로젝트’ 토론회로 마무리

박원순 시장은 현장시장실 마지막날인 6월 20일, 서울라마다호텔에서 서울상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전통시장 다시 살림 프로젝트’ 토론회에 참석해, 전통시장 현장시장실 운영결과 소감과 ‘전통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한 방안과 의지’를 발표하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어 박 시장은 ‘’이번 전통시장 현장시장실은 대형마트 입점 등으로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전통시장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시에서는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몇몇 시장상인회 관계자들은 “전통시장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망원시장이나 신응암시장의 성공사례를 보고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박 시장은 “아시아 최대의 관광도시인 태국의 일등상품은 스마일(smile)"이라며 ”항상 웃음으로 고객을 응대하다 보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것“이라며 상인들도 마인드를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진병호 서울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3박4일 동안 아침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강행군을 해준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며 “특히 시장상인이나 소비자들의 애로점을 현장에서 듣고, 또 이를 정책수립 시 적극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현장시장실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시장 성공사례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통시장 성공사례로 망원시장상인회 서정래 회장이 ‘전통시장 난리났네’ 사례를, 신응암시장상인회 정영우 이사가 ‘반찬을 세계화한다’ 사례를 각각 발표해 참가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홈플러스 합정점 출점 이후 매출이 격감했던 망원시장은 올 초부터 상인회가 중심이 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매주 2,4째 주에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전통시장 난리났네’란 카피를 마케팅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서 회장은 “이 할인행사에는 거의 모든 시장상인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홈플러스 출점 이전의 수준까지 매출이 올라왔다”라고 밝혔다. 현재 망원시장상인회는 고객 증대를 위해 매주 전단작업을 하고 있으며, 지역 케이블방송에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신응암시장 역시 망원시장에 버금가는 마케팅기법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신응암시장상인회는 지난 3월 ‘끄떡반찬, 봉황김치, 키토산꽃게김치’ 등 3개 상품에 대한 상표등록출원을 끝내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상인회는 매출 확대를 위한 상품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자체 브랜드와 배추를 형상화한 캐릭터를 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한 컬러비닐봉투 사용 외에도 고객 편의 차원에서 배달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정 이사는 손님이 물건을 사든 안사든 올 때마다 친절하게 고개를 숙인 한 반찬가게 주인에게서 영감을 얻은 ‘끄덕반찬’처럼 항상 친절한 미소로 고객을 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바라보는 전통시장’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보면 각종 편의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된 매장에서 카드로 상품을 구매하는 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경향에 비춰볼 때 주차공간과 화장실 개선, 카트 대여 등 편의시설 확충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가격표시제 시행, 신용카드사용과 현금영수증 발행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우리전통시장사랑대출’ 출시

서울시의 이번 전통시장 다시 살리기에는 서울상인연합회(회장 진병호), 우리은행(은행장 이순우), 서울성북구청(구청장 김영배), 서울신용보증재단(이사장 서재경),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대표 이전영) 등 6개 민간 단체장들이 동참했다.

박원순 시장은 ‘전통시장 다시 살림 프로젝트’ 토론회 2부 행사에서 이들 6개 단체장이 참가한 가운데 ‘전통시장 다시살림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함께 모으기로 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이번 협약의 일환으로 전통시장 및 나들가게 사업자 전용 대출상품인 ‘우리전통시장사랑대출’를 출시하는 한편, 전통시장 정보통신화 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폰 카드결제기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전통시장사랑대출은 전통시장 및 나들가게 사업자를 대상으로 매출증빙서류 없이도 사업장 및 주택 보유형태에 따라 대출 가능한 상품이며, 만기 목돈상환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일일자동상환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높은 금융비용 부담, 운영자금 부족 등으로 고민하던 전통시장 사업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상생지원 방안으로 1,000억 규모의 우리전통시장사랑대출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전통시장 상인들의 자립기반과 서민 및 지역경제의 근간인 전통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통시장대표 125명은 ‘전통시장 상인의 자세와 고객친절 향상’을 위한 결의문을 낭독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영욱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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