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터치스톤 에너지 협동조합(Tou chStone Energy Co-operatives, U.S.A).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들이 아직 미미한 우리로서는 에너지 협동조합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누구들이 모여 무얼 두고 협동한다는 건지. 단순히 생각하면 같이 출자하여 발전소를 만들고 거기서 생산된 전기를 받아쓴다는 정도일 텐데, 기술이나 자본력, 행정 시스템 등을 생각할 때, 그게 그리 쉬운 일일까 싶은 것이다. 쉽든 어렵든 터치스톤 에너지 협동조합 사업은 결국 그게 전부다.
미국 최대 전기 네트워크
터치스톤 에너지는 미국 47개 주 900개 이상의 지역 전기협동조합들의 연합회다. 터치스톤은 매일 4천 2백만 명의 미국 시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한다. 미국 군(county) 80%에 이들 조합이 만들어져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전기 이용자 네트워크인 것은 불문가지다.
400만 km의 전력선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며, 발전, 송전, 배전 등에 걸쳐 모두 1300억 달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조합의 88% 이상이 재생 가능 자원으로 만든 전기를 공급한다.
터치스톤에 가입한 각 지역 전기협동조합들은 당연히 조합원(전력 사용자)들이 운영하고 소유한다. 또 이익은 사업에 재투자하고 일부 조합원들에게 환원하기도 한다.
터치스톤 협동조합은 가장 낮은 값에 믿을 만한 전기를 공급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소비자 만족에 있어서도 다른 산업조합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미국 고객만족도 지수(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ACSI)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터치스톤은 100점 만점 중 평균 81점을 받아, 공공산업 만족도인 74점을 능가했다.
“지역과 함께 발전”
현재 터치스톤에 가입해 있는 여러 협동조합들은 애당초는 전기시설이 들어오지 않는 낙후된 농촌지역에 전기를 끌어 오기 위해 지역민들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설립한 조합들이다. 한 예로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블루 리지 전기 회원기업(Blue Ridge Electric Membership Corpo ration)’은 1930년대 중반 심각한 경기침체 중에 결성되었다. 아직 대공황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시기인지라 주 정부가 주도하고 그나마 힘있는 지역주민들이 합심하여 기반시설을 만들었다. 지역사회의 절대적 필요성에서 출발한 만큼 이후 조합원들은 하나 둘 늘었고, 조합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기에 조합이나 조합원이나 서로 신뢰와 열의로 조합을 키워나갔다.
여기까지 과정은 여타 협동조합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전기협동조합의 경쟁력은 협동조합이 갖는 특성 가운데 하나인 ‘지역성’이라는 가치에 그 핵심이 있다.
원전이든 수력이든 대형발전소 위주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은 사실 생산도 생산이지만 송전이 더 큰 문제일 때가 있다. 원전이든 수력이든 발전소 입지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 발전소에서 많은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공급해야 할 지역은 광범위할 수 밖에 없다. 먼 지역까지 전기를 보내야한다. 최근 우리사회 주요 뉴스로 거론되는 밀양 송전탑 문제도 여기서 기인한다.
고정관념만 벗어면
그런데 우리동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우리 동네에서 쓴다면 어떨까. 당연히 송전문제는 쉽사리 해결된다. 생산문제는 어떨까. 지역민들이 스스로 출자해서 만든 소형 발전시설(풍력, 소수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에서 마을 단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그 답이다.
이같은 방식의 에너지공급 시스템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여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이는 에너지를 특정지역에서, 특정 주체만 생산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만 벗어버리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가 곧 이용자인 방식’으로 난방을 하고 밥을 끓이는 사람들도 많다. 그 가운데 전기협동조합들이 자리하고 있다.
덴마크 스웨덴 등 사례 많아
재생에너지를 소규모로 공급하는 협동조합 사업들은 많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에너지 시스템은 각지에 분포된 많은 소전력 생산시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전력생산 시설의 상당 부분은 거대 기업이 아니라 이용자이거나 지역사회이다.
덴마크의 풍력발전의 23%는 협동조합이 담당하며(조합원은 10만 명, 가동 터빈 3200기)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80%도 농업협동조합이 운영한다. 난방을 위한 열공급망 역시 구역별로 쪼개져 있는데 덴마크의 430개의 구역 난방공급망 중 85%는 소비자생협이 운영한다.
스웨덴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도 농민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이탈리아의 레가협동조합은 움브리아주 3천 세대의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지역의 1만 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미국의 풍력협동조합은 24개 주에서 전력을 공급하는데 미국 전체 축전량의 17%를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농업협동조합은 전력공급이 안 되는 촌락에 바이오매스와 태양열로 가동하는 전등과 화덕 등을 제공한다.
영국의 에너지포올(Energy4all)은 7개의 작은 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 수력, 태양광 발전을 지역단위로 전개한다. 주민과 지자체가 공동출자한 협동조합이란 점도 흥미롭다.(김형미 iCOOP생협연합회 국제팀장, ‘공정하고 분산적이며 공유하는 에너지와 협동조합’)
지역사회와 환경
터치스톤 협동조합들은 지역사회와 환경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블루 리지는 재생에너지 개발 파트너십을 형성해 조합원들이 최소한 월 4달러를 그린에너지 사업에 기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조합원들은 식목사업이나 주립공원 환경 개선사업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팔미토(Pal metto) 전기협동조합은 골프장에 그린에너지를 공급하는 특별 이벤트를 벌였다. 41년 전통을 가진 PGA투어 베리전 헤리티지(Verizon Heritage) 골프 토너먼트와 손잡고 이 토너먼트를 그린에너지를 이용하는 첫 PGA 토너먼트로 만들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브런즈윅(Brun swick) 전기조합원들은 지역의 한 마을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열기구 비행 행사를 열어 매일 이 열기구가 비행할 때마다 해당 팀이 자선기부금을 내는 일도 펼쳤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
<저작권자 © 소상공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