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보조금지원 삭제

당초 협업화시범사업의 지원 항목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노른자위로 꼽히던 공동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원항목이 삭제되었다. 이달 중에 시행되고 있는 예비협업체 구성원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3개월 누적 실적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5,00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이 일괄 삭제된 것이다. 중기청은 이러한 구매자금의 보조금 지원을 삭제하는 대신에 컨설팅 지원, 정책자금 지원, 민간금융을 연계한 자발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장 구매자금 삭제를 접한 교육장은 술렁였다. 유일하게 협업체에 대한 현금지원이 가능했던 항목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이 항목은 애초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협동조합 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동력인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문제와도 직결되는 구매자금에 대한 보조금 지원의 문제는 일견 정부 주도형 협동조합 운동으로 비화될 소지를 다분하게 내포하고 있었다. 이번 협업화 사업의 협업컨설턴트로 참여한 한 컨설턴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정책 수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보조금 정책은 자칫 허약한 협동조합을 양산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과 함께 보조금 지원이 끝나면 협업체마저 해체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며 협동조합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협업 구성원 간의 진정성을 가진 사업계획과 사업추진 과정의 적극성 및 사업성공에 대한 가치공유가 가장 큰 핵심적 요소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공동네트워크 2천만원으로 축소

하지만 일부 예비협업체 관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애초 계획을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더 이상 협업사업 진행을 포기하겠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섞여있다. 안타까운 현장이 아닐 수 없다.

[표] 항목별 지원규모 변화 추이

이와 함께 교육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공동브랜드와 공동네트워크에 대한 지원 한도가 기존 5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축소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공동네트워크의 경우 ERP나 CRM프로그램 구축비 등이 지원 항목에서 제외되면서 홈페이지 및 쇼핑몰 구축 정도에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확인되었다. 소상공인들의 사업자 협동조합이 아직 규모면에서 영세하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동설비에 있어서도 지원의 규모나 방법이 혼선을 빚고 있다. 애초 교육 직전까지는 공동설비에 필요한 장소의 신축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도록 기준을 만들었다가 교육과정에 장소 신축 및 임차에 대한 항목은 삭제하고 대신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공동장소에 대한 설비만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일부 교육생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예를 들면 한 세탁업 협업체가 공동으로 세탁설비를 구축할 경우 설비를 할 장소에 대한 부분은 협동조합에서 신축이든 임차든 자체 해결을 전제로 하고, 공동으로 이용할 설비에 대해서는 3억원 한도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지원항목의 타당성은 중소기업청 본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공동설비 장소신축은 지원불가

교육을 마친 예비협업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서울의 한 협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처음 시행하는 정책이라지만 이렇게 수시로 지원기준이 변경되는 것은 수혜자에 대한 무시로 밖에 안보인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나들가게의 경우 POS나 간판 등에 대해 3년간 무상지원을 해놓고는 소상공인 협업체 지원에 대해서는 갈수록 조건이 까다로워진다”며 볼멘 소리로 정부당국을 성토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협업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당국의 정책기조가 이제야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보조금 지원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앓던 이빨이 빠진 기분”이라며 보조금 지원이 성사될 경우 구성원 간의 내분도 예상되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아직도 애매모호한 지원기준이 없지 않아 안타깝다. 속시원한 지원정책으로 소상공인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지원이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소상공인진흥원 한 관계자는 정확한 지원매뉴얼을 포함한 향후 협업화사업에 대한 청사진에 대해 이달 말 경 입장을 정리하여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흥근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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