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국회로 모인 점주들은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5년까지 쌓여온 울분과 분노들을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을 비롯한 사회단체 관계자, 그리고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한꺼번에 토해냈다.
이날 민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참여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위원회, 전국편의점 가맹점주사업자단체 협의회,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편의점 점주 피해자 증언 및 가맹사업법 개정 필요성’ 토론회를 개최하며,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21세기 신노예계약
또 민 의원을 포함한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수십 년 간 편의점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온 불공정거래 관행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진입과정, 운영과정, 폐점과정 등으로 세분화시켜 지적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편의점 점주들은 그러한 관행으로 빚어진 ‘피해 사례’를 눈물로 호소하는 등 점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불공정 가맹계약을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피해 점주들은 ▲허위과장 정보 제공 피해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피해 ▲근접출점에 따른 피해 ▲과도한 해지위약금 피해 등을 사례별로 낱낱이 소개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대한 점주들의 분노가 예상 밖으로 컸다. 특히 눈물로 호소한 피해사례는 그동안 빗장을 걸고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 대기업들의 병폐와 횡포를 한꺼번에 들춰내기에 충분했다.
병들고 아파도, 이사를 가야 해도, 또 적자가 나도 점주들은 24시간 매장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 21세기 신자유시대에 살아가는 편의점 점주들의 현실이었다. ‘논두렁에 편의점을 열어도 본사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주들의 비아냥거림도 토론회에선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가맹사업법 개정, 상생의 시작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상생’이다. 그동안 편의점 점주들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 왔다. 하지만 편의점 본사들은 점주들의 그러한 분노와 울분을 짓밟으며 오히려 몸집을 불렸다. 그 잘못을 바로잡자는 것이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된 목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편의점 업계 바로세우기가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 올지 현재로선 미지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지금까지 칭찬과 격려를 받을만한 일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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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 편의점 업계
“대기업 편의점 횡포 반드시 막겠다”
가맹사업법 개정 국회토론회 연 민주통합당(동대문 을) 민병두 의원 인터뷰
-지난해 말부터 민변, 참여연대와 함께 편의점 실태조사를 진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는 ‘서민들의 관심사’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서민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편의점의 불공정거래 문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편의점 문제를 다루면서 저희 지역구인 동대문지역에서 편의점을 하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산뜻한 편의점의 매장분위기와 달리 정작 거기서 일하시는 점주분들은 정말로 근심걱정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점주들의 울분과 목소리를 직접 접하신 당사자로서, 의원님의 솔직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작년 12월에도 편의점 불공정거래 관련 국회에서 토론회를 했습니다. 그때 참석했던 어떤 편의점 점주 분께서 하셨던 말씀이 두고 두고 가슴에 남았습니다. “99개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가 가진 1개마저 가져가려고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어떤 점주께서는 “논두렁에 편의점을 오픈해도 본사는 이익이다”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가슴에 맺히고 맺혔던 울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가맹사업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꼭 통과시켜서, 편의점 점주분들의 억울함을 달래드리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현행 편의점 가맹사업법의 문제점은
편의점 문제를 크게 구분해보면 ▲진입과정의 불공정 ▲운영과정의 불공정 ▲폐점과정의 불공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진입 과정의 불공정’은 특히 ‘허위 과장 정보제공’이 심각한 상태인데,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운영과정의 불공정’은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영업지역 미보호 과도한 미송금 위약금 ▲담배소매인 지정의 불공정과 담배 광고료 ▲강제발주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암’에 걸린 사람에게도 24시간 심야영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셋째, ‘폐점 과정의 불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해지 위약금’입니다. 해지를 원할 경우, 10개월~15개월 분의 ‘미래 예상 수익’을 점주가 본사에게 물어줘야 했습니다. ‘인테리어 잔존가’까지 포함할 경우 그 금액은 통상적으로 5천만원~1억원에 이릅니다. ‘속아서’ 편의집을 오픈한 다음, 15시간 가까이 일을 해도 자기 인건비도 못 챙겨서 그만두려는 사람에게, 5천만원 이상의 금액에 해당하는 10개월~12개월의 미래 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이러한 편의점 점주들이 겪고 있는 억울하고 부당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 질문의) 그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편의점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관 상임위에선 이번 개정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가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다른 의원들이 상정한 것과 함께 심의될 예정입니다. 다른 의원님과 함께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전제로, 상임위의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는 ‘취지’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부적인 법리, 정합성, 부작용 가능성 등은 함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풀어나갈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가맹사업법의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연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빠르면 4월 임시국회 또는 6월 임시국회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4월 2일 국회에서 민병두 의원실-참여연대-민변이 함께 ‘편의점 점주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한 이후 언론보도가 많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의원들도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대선을 거치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편의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문제는 ‘동네에서 실천하는’ 경제민주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야당-정부가 서로 협력해야 하며, 나름대로 공감대가 있는 법안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이 임의가맹형 점포라고 주장하는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365, 롯데마트999에 대한 의원님의 입장은
대형마트로 시작했던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SSM의 형태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더니, 최근에는 ‘마트형 편의점’의 형태로 다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 상생법, 가맹사업법의 맹점을 활용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먼저, 해당 대기업들은 대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은 정치권이 추가로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 중인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지
저희가 대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허위 과장 정보제공 규제 ▲영업지역 보호 설정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금지 ▲사업자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 ▲과도한 해지위약금 등입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계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위과장 정보제공, 영업지역,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과도한 해지위약금 등은 중소형 프랜차이즈에 해당하는 이슈가 아닙니다. 다만, 사업자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는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자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는 결성-협의-협약권 정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체행동권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협의가 결렬될 경우 현재도 있는 제도인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크게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 업계가 향후 해결해야 될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는
편의점 산업은 본사와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의 3자 관계로 구성됩니다. 특히나 최근 몇 년간 편의점 업계는 ‘점포 남발’을 통해서 가맹점주의 희생을 댓가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하나의 증거가 점포당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본사의 수익은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입니다.
그 결과, 억울한 점주들 입장에서는 ‘속아서’ 시작하게 되고, 제 아무리 운영해도 ‘적자’에 허덕이게 되고, 그만두고 싶어도 엄청나게 과도한 해지위약금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던 것입니다. 점주들의 피눈물을 통해서 얻은 본사의 이익증대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렇게 볼 때, 편의점 업계가 향후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상생의 정신’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 본사-가맹점주-소비자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평소 정치인으로서의 포부와 비전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의 역할에 대해서 “말없는 다수에게 목소리를 주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가 소외된 사람 없이 더 크게 ‘통합’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그런 활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주부, 자영업자, 어르신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런 분들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우리사회의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그리고 경제성장이 ‘선순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012년 의정 활동을 자평하신다면
2012년 제19대 국회 이후 최근까지 주로 역점을 두었던 의정활동은 ▲일감몰아주기 근절 관련 입법 ▲외환-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국형 토빈세법’(=외국환거래세법) 발의 ▲가계부채 문제 및 약탈적 대출 방지를 위한 ‘공정 대출법’ 발의 ▲편의점 문제를 비롯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 ▲수입 외제차의 폭리 근절을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준비 등의 활동이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 활동들이었습니다.
현장고발 편의점 업계
“우리는 노예입니다”
지난 4월 2일 국회에서 열린 ‘편의점 점주 피해자 증언 및 가맹사업법 개정 필요성’ 토론회에서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불공정거래와 횡포를 성토하는 점주들의 울분과 분노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점주들은 하나같이 주장했다. 자신들은 하루 24시간을 일하고도 100만원 남짓 벌지만, 폐점도 맘대로 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신노예라고. 특히 모 점주는 건강상 그만 두고 싶어도 계약 기간과 위약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장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 편의점 점주의 현실이라며 울분을 토했다.<김>
사례 1
광주광역시의 어느 CU
노예계약으로 남편 건강만 악화
“당시 남편은 갑상선 및 임파선 전이암 치료 후라 일반사무직으로 근무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생계를 위하여 일할 업종을 알아보던 중 지인으로부터 개발담당자를 소개받았습니다.
허허 벌판에 편의점 오픈 후 주변으로 5-6개의 편의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2012년 5월경 편의점 50m 이내 편의점 두 배인 50평 규모의 세븐일레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하였습니다.
매출 하락으로 운영이 힘들고 남편의 건강상태도 나빠져서 폐점을 요청하였습니다. 1월28일 내용증명을 보냈으니 4월 29일 폐점이 가능하다면서 그마저도 소장이 접수되었으면 폐업이 힘들고 폐업하기 전까지는 24시간 영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분명 편의점 오픈부터 잘못되었으며, 무엇보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무조건 24시간 영업을 강요하는 행위는 지탄받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우리 남편이 근무하다 죽어 나가야하는 겁니까?
최근 극심한 두통과 스트레스 부정맥으로 너무 힘들어합니다. 지켜보기 힘듭니다. 하루속히 편의점을 폐점하고 남편이 건강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갑상선과 임파선 전이암으로 직장을 그만둔 남편을 대신해 시작한 편의점이 생계는커녕 오히려 CU(구 훼리미마트)의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불공정 거래 조건으로 인해 손과 발이 완전히 묶인 한 주부의 울분이다.
그 점주는 대학교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약 5일간 새벽 3시부터 아침 8시까지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본사에서는 영업 중단이라면서 계약해지 예고까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그녀는 남편과 함께 24시간 CU를 지키는 중이다.
사례 2
진주시 한 세븐일레븐 허위 과장광고에다 비상식적인 거래까지
“2010년 7월 19일 첫째 아이를 낳았고 두 달이 되었을 무렵 처음 개발팀 직원을 만났습니다. 그때 개발팀 직원은 지금 저희가 폐점한 위치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하기 위해 본사에서 2-3년 전부터 시장 조사를 하였고 오픈을 할 경우 한 달 500만원 최저보장 해 주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울산으로 가야되기 때문에 편의점 오픈을 망설이는 저희에게 개발팀 직원은 매출이 보장되는 자리기 때문에 1년 뒤 쯤엔 자리를 잡고 매출도 오를 것이니 1년만 하고 울산 가시라고 했습니다. 본인이 책임지고 양도 양수인을 구해주겠다고 호언장담 약속을 했습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1년이 지나고 매출이 오르기는커녕 인건비 벌기도 힘들어 15시간씩 근무를 서야했습니다.
개발팀 직원은 양도 양수인을 구해주겠다는 건 ‘말’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저희 매장 가까이에 세븐일레븐 중앙점을 오픈시켰습니다. 근접 출점으로 인해 매출이 점점 떨어졌고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져 폐점이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폐점 위약금이 6,000만원이었습니다.
1년 지났을 그때 폐점 위약금이 6000만원이라더니 2년 반 지난 지금 폐점 위약금 산정금액도 6000만원이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그래도 어렵게 폐점 결정을 한 거였고 울며 겨자 먹기로 폐점을 결정했지만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밤낮으로 일한 결과가 6000만원이라는 빚이 추가되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달 500만원 최저 보장을 해주겠다는 세븐일레븐 개발팀 직원말만 믿고 편의점을 시작했지만, 약속과 달리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고 폐점을 결정한 또 다른 점주의 얘기다. 세븐일레븐은 이 점포 바로 인근에 또 다른 매장을 오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 점주는 6000만원을 대출받아 편의점을 시작했지만, 다른 도시로 이사가야할 상황에 놓여 폐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담당 직원은 이사 갈 지역에 대체점포를 만들면 위약금(6000만원)을 줄여주겠다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는 6000만원이라는 위약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또 다시 2300만원을 대출받고 폐점동의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비정상적인 계약은 무효라는 본사의 버티기에 공정거래위에 조정 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오명석 세븐일레븐 가맹점주 협회장
손발로도 부족해 이젠 입까지 묶어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정보 교류의 목적으로 지난 2010년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협회 회원을 확충하고 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점주를 찾기 위해 2011년 초에 신상품 전시회 AT센터 앞에서 홀로 유인물을 돌리며 알려왔지만, 역시나 혼자 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는지 가맹 본부의 건장한 체구의 남성 5~6명으로부터 제지당하면서 결국 몇 장 돌리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하루 20시간 근무를 하게 된 점주가 인터뷰 했다는 이유로 새벽 2시 넘어서 건장한 남자 4명을 대동하고 점포로 와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갔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그날 새벽에 여자혼자 근무서는 점포에 ‘남자 3명을 데리고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렵다’라고 저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현재 가맹본부는 점주들에게 대놓고 말합니다. 점주님 카페 활동하시죠? 그렇다면 우리도 원칙대로 합니다. 또는 점주님 어제 인터뷰 왜 했어요? 앞으로 모든 지원금 없을 줄 아세요.“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주들의 처우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한 온라인 활동이나 인터뷰 등의 대외적 활동에도 조직적으로 개입해 협박이나 회유성 발언으로 점주들을 억압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모든 가맹본부들이 협박성 발언을 일삼고 있지만, 점주들은 대항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오명석 회장은 주장했다.
특히 오 회장은 “편의점 문제가 연일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본사에서는 민·형사상의 손해배상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그들의 압박에 못이긴 일부 점주들이 ‘온라인 활동과 인터뷰 금지’의 합의를 하게 됐다”며 “201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면 믿겠습니까? 이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그는 (주)세븐코리아 가맹본부로부터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출두를 앞두고 있다.
논두렁에 출점해도 본사는 ‘수익 짭짤’
점주는 규정묶여 24시간 일해도 월수 100만원 넘기기 힘들어
한마디로, 월 순수익 500만원 보장은 결국, 허울에 불과하며,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때는 이미 늦었다
“편의점 피해실태를 조사했더니 상황이 의외로 심각하더군요. 동등한 조건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또 그들의 영업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 채 점주들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난해 말부터 편의점 본사들의 불공정 관행과 횡포로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의 피해사례를 직접 조사하고, 또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실에서 나온 얘기다.
이번 편의점 실태조사에는 민 의원 외에도 참여연대와 민변(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함께했다. 이들은 갑의 위치에서 행사하는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과 횡포뿐 아니라 그로 인해 빚어진 피해사례를 모아 지난 4월 2일 국회에서 ‘편의점 점주 피해자 증언 및 가맹사업법 개정 필요성’ 토론회를 통해 대대적으로 터뜨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편의점 점주들은 그동안 쌓여온 울분을 한꺼번에 터뜨리며 편의점 본사들의 불공정 관행과 횡포를 싸잡아 매도하는 등 지난 3월 민 의원이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도 힘을 실어줬다.
가맹사업법 개정된다
이에 앞서 민 의원은 지난 3월 14일 국회에서 참여연대, 민변, 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회가 참가한 가운데 ‘가맹사업법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날 민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프렌차이즈 및 편의점 불공정거래 해소는 ‘동네’에서 실천하는 ‘경제민주화’ ▲서민들의 삶의 공간에서 경제민주화 실행 ▲‘생계 곤란’으로 힘겨워하는 편의점주들에게 ‘대한민국 치안정책’과 ‘보건의료 정책’까지 책임전가 불가 ▲‘논두렁에 편의점을 만들어도, 본사는 이익’인 구조를 점주와 본사 간 상생 차원에서 개선 필요 등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맹계약서의 불공정 해소를 위해 사전등록 의무화 및 시정명령권 부여 ▲계약내용과 다른 가맹계약 체결 시 철회가 가능하도록 ‘냉각 기간’ 설정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금지(부당한 구속행위로 규정) ▲부당하게 과도한 위약금 금지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법적 지위 보장 ▲허위과장 정보제공 시 형사처벌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조항 폐지 등이다.
“과당 경쟁, 공정위 책임”
“2000년 2826개였던 편의점 숫자가 불과 10년 만에 2만1221개(2011년 말 기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책임이 크다.”
민병두 의원실 주장이다. 지난 9일 민병두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5대 메이저 편의점 본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업체 간 직선거리 80미터 이내에는 근접출점을 자제한다’는 내용에 대해 공정위가, 지난해 2000년 말 문제가 있다고 시정명령을 내렸던 것. 이후 편의점 거리제한이 폐지되자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민 의원실 설명이다.
실제로 불과 10년 만에 편의점이 약 7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나들가게도 인수 대상
골목슈퍼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시행된 나들가게 마저도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경남지회에 따르면 나들가게사업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일부 나들가게 점주들이 많게는 5천억에서 적게는 1억이 넘는 권리금을 받고 점포를 메이저 편의점에 넘긴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금도 일부 메이저 영업사원들이 목이 좋은 나들가게를 찾아다니며 점주를 높은 권리금으로 회유하고 있다는 것이 나들가게 지도요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 500만원 보장”...그러나
이처럼 편의점들이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자 업계의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그러다보니 ‘월 최저보장 수입 500만원’ 등의 허위과장 광고가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게 됐으며, 너도나도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수익을 내지 못해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노예계약뿐이었다.
이와 관련, 민 의원실 관계자는 “월 최저보장 수입 500만원의 의미가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500만원의 ‘순이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BGF(CU) 본점은 ‘별지명세서’라는 방식을 통해 매출액 대비 본점의 이익 35%를 가져가고, 전기·수도·인건비 등 대부분의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부담시켜, 결과적으로는 채 150만원도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또 “한마디로, 월 순수익 500만원 보장은 결국, 허울에 불과하며,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때는 이미 늦었다”며 “5년 장기계약으로 인해, 5천만원~1억원 내외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월 최저보장 수입 500만원 보장’은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이며, “허위 과장된 정보제공 등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가맹점사업법 제9조 제1항에도 위반된다는 것이 민 의원실 주장이다.
이에 민 의원은 지난해 말, 6,544개의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한 BGF를 공정거래위에 고발한 상황이다.
적자가 나도 ‘24시간 연중무휴’
길을 가다 접하게 되는 ‘24시간 연중 무휴 편의점’은 가맹점주를 ‘24시간 강제노동’의 굴레로 빠트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동네 편의점들은 새벽에 이윤을 남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점의 강압에 의해서 24시간 연중무휴 강제노동을 해야 하며, 적자 영업상태에서도, 심지어 암에 걸려서, 중병에 걸려서도 ‘24시간 연중무휴 강제노동’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편의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계약해지를 위협하거나, 각종 지원을 끊는 방식을 통해서 ‘24시간 강제노동’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맹사업법 제12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제3호’의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편의점, 경찰·보건 수행기관 아니다
특히 지난 3월에 발의된 개정안 중 논란 소지가 큰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금지’와 관련해 민 의원은 “편의점 점주들에게 대한민국 ‘치안정책’과 ‘보건의료정책’의 책임을 떠 넘겨서는 안 된다”며 “치안정책과 보건의료정책은 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책임질 일이지, 편의점 점주들의 책임질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이번 개정안이 ‘심야영업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심야영업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영업 상황이 괜찮은 편의점들은 지금처럼 심야영업을 본사와의 합의에 의해 하면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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