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골잡이 리오넬 메시는 지난 3월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데포르티보와의 경기에서 17경기 연속골을 터뜨려, 75년 만에 전세계 프로축구 정규리그를 통틀어 최다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이어 18일에도 홈 경기에서 선제골과 추가골을 잇따라 터뜨려 18경기 연속 골을 뽑아냈다.
말이 쉬워 18경기지, 보통 선수들은 18경기에 한 골도 감지덕지다. 그것도 날고뛴다는 스페인 프로 무대에서 말이다. 암튼, 이날 득점을 포함해 올 시즌 42골을 작성한 메시는 정규리그 득점 레이스에서도 2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크게 앞서 1위를 지켰다. 메시는 2012년 한 해 동안에도 91골을 넣어 게르트 뮐러(독일)가 1972년에 세운 한 해 최다골(85골) 기록을 40년 만에 넘어섰다. 그는 축구황제 펠레에 버금가는 축구천재로 불린다. 그의 기록행진은 어디서 마침표를 찍을지, 전세계 축구팬들의 흥밋거리다.
이런 메시가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소속인 건 축구팬이면 다 안다. 하지만 이 FC바르셀로나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구단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TV를 보면 메시는 적청색의 줄무늬 축구복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적청색은 스페인 카탈루냐어로 ‘로스 블라우그라나(Los Blaugrana)’라 하는데, 이는 그가 속한 FC바르셀로나의 애칭이기도 하다.
프로 구단이 협동조합이라니. 협동조합이라면 대개 소비자나 공동구매나 협업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우리로서는 프로 구단이 협동조합이라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살림을 꾸려갈까.
주가없는 FC바르셀로나
지난해 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발간한 ‘왕초보를 위한 입문서-앗 이것도 협동조합’이라는 소책자를 한 번 펼쳐보자.
<리오넬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FC바로셀로나는...(중략) 축구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들어 축구클럽으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FC바로셀로나에게 ‘최고의 주가를 올리다’란 찬사는 적합하지 않다. 왜냐하면 FC바로셀로나는 협동조합으로, 그들이 발행하는 주식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축구협동조합이란 뭘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축구팬에 의해 소유되고 축구팬에 의해 통제되는 클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FC바로셀로나의 주인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조합원 전체인데, 연간 27만원 정도의 조합비를 내면 누구나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2010년 현재 조합원은 약 17만 5천명이며, 이중 3만명은 스페인 국외 거주자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구단주를 임명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FC바로셀로나는 조합원이 6년마다 투표를 통해 구단주 격인 회장을 직접 선출한다. 현 회장인 산드로 로셀은 2010년 역대 최고 득표율인 61.35%로 선출되었다. 전임 회장 호안 라포르타의 경우는, 임기 중 불신임안 투표가 부쳐지기도 했다.(중략)
또한 FC바로셀로나는 협동조합 자율과 독립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재원은 조합비 증액과 상업적 수익을 통해서만 조달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다거나 외부자본을 영입하는 것은 허용이 안 되는 것이다. 2006년 에이즈에 노출된 전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유니세프와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적청색 줄무늬 축구복에 기업광고가 아닌 유니세프 로고를 넣은 것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1899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연고지로 창단된 FC바로셀로나는, 오늘날의 성공이 협동조합이었기에 오히려 가능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FC바로셀로나는 Football Club(FC)이기 이전에, Football Cooperative(FC)인 것이다.>
사업체와 결사체의 간극
협동조합이 뭘까. 협동조합을 하면 뭐가 좋을까.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오랜 산고 끝에 내린 정의다.(그래픽 참조)
써넣고 보니 더 헷갈린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헷갈림의 핵심은 협동조합이 사업체이냐 결사체냐 하는 것으로 정돈해 볼 수 있다. 현장에서도 결사체 모델만 강조하는 경우와 비즈니스 모델만 강조하는 경우 등 양 극단을 발견할 수 있다. 양 극단의 생각 차이는 상당하다. 결사체주의자는 “협동조합” 하면 곧바로 ‘협동’, ‘희생’, ‘공동체’ 등을 연상한다. 사업체주의자는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나 개인사업자보다 우리 사업 형태에 유리할 것이라는 공리적 생각을 더 앞세운다. 개개 조합원을 만족시키고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따위는 명분용 장식일 뿐이다. 하지만 양 극단은 항상 위험하다.
연맹의 정의대로라면 협동조합은 이 양자를 다 아우른다. 그리고 구체적 현장에서는 각 협동조합은 이 양 극단 사이 어디엔가 각각 위치할 것이다. 그럼, ‘지금 우리’가 만들려는 협동조합은 어디에 위치하고, 또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 사실 그게 현실적 고민이다.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이 고민해야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하고, 그래서 ‘뜻맞는 5인(협동조합기본법)’이 모여 조합을 꾸려야 한다. 이 고민을 하지 않을 량이면 굳이 협동조합이라는 형태의 조직을 꾸릴 이유도 구차해진다.
세 마리 토끼 잡으려 애써야
김성오 한국 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프레시안, 3월 15일 “이명박, 바로 이것 때문에 역사가 재평가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의 요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달성하고자 하는 열망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키워드는 ‘공통 요구의 발견’과 ‘열망의 조직’이다. 단순히 조직 결속력을 유지 강화하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일은 “괜한 에너지 낭비”라는 얘기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비즈니스다. 설사 공통의 요구가 있고 또 그 요구를 달성하려는 강한 열망이 있더라도 비즈니스가 가능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아직 우리사회가 협동조합 태동기인 만큼, 협동조합이 기업으로 살아남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게 무너지면 비전이 약화돼 ‘협동조합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 요원해진다. 일반 협동조합은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하지만 살아남기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협동조합은 조직 원리와 의사 결정 방식, 마케팅 포인트, 다른 회사와 관계 맺는 방식이 개인 사업이나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 협동조합은 단순한 돈벌이 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심지어 협동조합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도록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우선 기업으로 성공해야 하고, 다음에는 조합원을 만족시켜야 하며,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를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적어도 협동조합이라면 말이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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