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영업’으로 논란을 빚던 미국계 대형마트(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여론의 비난에 밀려 결국 손을 들었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 양평점이 지난 11월 11일(일요일) 의무휴업을 실시한데 이어, 대구점도 11월 25일(일요일) 의무휴업일을 지켰다. 휴무에 앞서 코스트코 측은 홈페이지에 휴무를 사전공지하기도 했다. 지자체의 조례가 속속 개정되고, 여론 또한 외국게인 코스트코가 한국상황을 너무 무시한다는 쪽으로 쏠린 탓이다. 코스트코는 의무휴업 준수 뿐만 아니라, 여태껏 외면해왔던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 동참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코스트코는 의무휴업과 관련, 한마디로 ‘할테면 해보자’라는 식의 행태를 보여왔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영업규제 처분 철회를 요구하며 제기한 행정소송에 동참하지 않고도, 법원의 판결에 편승해 최근까지 휴일 ‘배짱영업’을 강행했다. 서울시 등 지자체의 강력한 제제에도 강공 드라이브를 버리지 않았고, 프레스톤 드래퍼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의원들의 추궁을 당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유통업계는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영업규제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바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광명점 마무리 공사...곧 개장
하지만 상생을 외면한 코스트코의 공격 경영은 단지 ‘배짱영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골목상권 침탈은 국내 대기업 유통업체들을 무색케 한다.
코스트코측은 지난 5월 25일 KTX 광명역 역세권 유휴부지 현장에서 광명점 건축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이날 착공된 코스트코 광명점은 연면적 1만 270평(3만3천967㎡) 지상 5층 규모로, 도시지원시설 부지를 철도시설관리공단과 30년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이달 말(12월말) 개장을 앞두고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광명점이 오픈하면 코스트코측은 서울 양평동에 있는 코스트코 코리아 본사까지 이리로 옮길 계획이다.
당연히 인근 지역 상권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광명 군포 안양 의왕 등 4개 지역 18개 상인단체는 지난 7월 ‘코스트코 이케아 광명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궐기했다. 대책 위원회는 지역 슈퍼마켓조합, 새마을상가번영회, 시장상가협동조합, 가구협회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광명시청 앞 항의대회를 시작으로 연일 저지대회를 열고는 “코스트코와 이케아의 광명 입점이 취소되는 그날까지 목숨 건 투쟁을 벌일 것”을 결의했다.
상인들은 이날 대회에서 광명시에 ▲지역경제의 균형발전과 상생을 바탕으로 한 KTX 광명역 활성화 대책 마련 ▲코스트코와 이케아의 광명 입점을 원점에서 부터 재검토 ▲유통산업상생발전추진계획의 수립 및 유통산업의 실태조사 즉각 시행 등을 촉구했다.
이케아까지 진출 설상가상
광명KTX 역세권에는 세계 최대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뿐만 아니라, 유통판매시설 부지(23,655평)에 세계 1위 가구업체인 다국적 유통기업 이케아가 2014년 입점을 목표로 대규모 점포 개설을 준비 중이다. 지역 상인들은 더 절박해졌다.
광명시 수퍼마켓협동조합 김남현 이사장은 “코스트코는 소매와 함께 도매기능도 겸하고 있어, 대형마트나 SSM과는 달리 지역상권은 말할 것도 없고, 인접도시의 전통시장과 슈퍼마켓까지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코스트코와 이케아가 광명에 입성하는 순간 우리 중소상인들은 삶의 기반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세계 최대 홈퍼니싱 기업인 이케아는 광명점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가구 뿐만 아니라 식기, 의류, 침구류, 인테리어용품까지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케아가 들어서면 광명, 시흥, 안양, 군포, 구로, 금천 지역의 중소 생활용품 제작업체와 전통시장, 중소상인들은 너나없이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특히 국내 가구산업은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케아는 관세도 내지 않고 완성품 가구를 수입할 수 있어 원자재에 8%의 관세를 무는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라고 한다.
광명시에 불만도
고사위기에 처한 상인들은 광명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대책위원회는 “광명시는 코스트코 광명점이 개장하면 300여명의 고용증대와 함께 연간 13억원 이상의 세수확보가 가능해, KTX 광명역 주변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정홍보를 하고 있지만,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에게 닥칠 피해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민했을지 의문이다”며 “광명시는 코스트코와 이케아 유치 단계에서는 단 한 번도 우리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도 없고, 피해대책을 강구해 본 적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해왔다”고 성토했다.
광명시의회에서도 사안은 불거졌다. 지난 7월 18일 문현수(통합진보당) 시의원은 시정 질문에서 “외국계 대형유통업체를 입점시켜 놓고서 상생을 논하는 것은 괴변”이라며 광명시를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양기대 광명시장은 “광명역 활성화를 위해 외국계 다국적기업의 유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상생의 측면에서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광명시는 골목상권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인근에 주차장과 고객 쉼터 등을 설치하고 유통물류 기반 조성을 위해 공동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지만, 생존 위기에 몰린 상인들로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울산점 영업강행, 천안점은...
한편 코스트코는 창고형 할인점 국내시장 커지자 경쟁우위 선점 노려 전국에 공격적으로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코스트코는 지난 8월 31일 울산 북구에 울산점 매장을 열었다. 2009년 부산에 매장을 연 이후 3년만의 신규 출점이다. 이로써 국내에는 서울 양평, 양재, 상봉점, 경기 일산점, 대전점, 대구점, 부산점, 울산점 등 모두 8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동탄2신도시 입점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울산점 입점도 일파만파를 야기했다. 2010년 8월부터 시작된 논란은 울산 북구청이(청장 윤종오)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워 건축허가신청을 3차례 내주지 않자, 손해배상소송과 형사고소가 이어지다가 결국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 직권으로 허가가 나왔다. 울산지역 중소상인들과 상인 단체는 물론이고 울산지역 단체장과 시구의원들은 코스트코의 입점을 결사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트코는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 의견도 무시하고 자율조정 기간 중에 영업을 개시했다. 울산북구의회는 이에 맞서 ‘코스트코 영업중단 및 사업조정 자율협상 촉구 결의안’을 냈다. 중소상인들과 코스트코간에도 끝없는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확장
코스트코 천안점도 중소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천안시가 제3산업단지 확장 부지에 코스트코 입점을 허용하자 민주통합당 박완주 의원과 중소상인살리기 충남네트워크(회장 유임상)는 지난 10월 25일 천안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천안시는 말로는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뒤로는 이들에게 땅장사를 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천안시가 코스트코에 매매한 3산단 확장부지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스트코가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도 이처럼 국내 점포를 확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이어 이랜드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 양재점의 경우 연매출이 5000억원, 일평균 매출이 13억~14억원에 이른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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