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등 한입 두말 서슴없이 … 유통법 개정은 ‘다시 물건너’

사진=대형마트들이 상생 기미를 보이는 듯 하지만, 아직 그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다. 사진은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을 반대하는 마포 망원시장 상인들의 촛불집회 모습.

대형마트 및 SSM 등 대기업 유통사들이 진정으로 중소상인들과 상생할 생각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명분과 여론에 밀려 눈앞에서는 상생하는 제스츄어를 보이면서도 뒤로는 결국 골목상권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것인가. 자유시장주의 체제에서는 무한경쟁이라는 정글법칙만 통하고, 상생이란 한낱 허울일 뿐인가.
전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투쟁 열기가 겨울 초입의 때이른 추위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기업 유통사들은 국회 국감장이나 유통산업협의회 등에서는 상생을 말하다가도 막상 현장에서는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들을 보여왔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은 국회 상임위(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새누리당의 처리 보류로 법사위 상정이 막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하지만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위한 조례 개정을 마친 지자체들에서는 대형마트 휴무가 점차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일부 갈등지역에서는 유화적 국면이 얼핏 보이는 듯하지만, 워낙 힘겹게 맞서온 중소상인들은 무얼 얼마나 믿어야 할지 아직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자율 합의 진정성 있나
지식경제부는 11월 15일 오전 7시30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대중소유통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갖고 양측이 상생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은 중소상인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15년까지는 3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에 대형마트 출점을 자제하고, 1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에선 SSM의 출점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자율 휴무를 실시하며, 쇼핑센터 등에 입점한 대형마트도 자율휴무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이미 이에 앞서 10월 22일 오산 세교점 등록을 재신청하고, 하루 뒤인 23일에는 서울 남현동 신규 점포 등록을 신청했으며, 서울 합정점 개점도 밀어붙일 계획인 것으로 드러나, 대형마트측의 상생 진의를 의심케 했다.
홈플러스는 여론의 비난이 일자 11월 20일 마포 합정점, 관악 남현점, 오산 세교점 등 새점포의 개점여부를 유통산업발전협의회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며, 종전 태도에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제1차 유통산업협의회가 열리던 지난 11월 15일에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앞 노상에서는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결사반대 결의대회’가 열렸다.
한편 미국계 대형유통사인 코스트코는 서울시 등 지자체 행정처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일 영업을 강행하더니, 최근에는 대구점 등 일부 점포들이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조례에 따라 문을 열지 않은데 이어, 최근 발족한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광명점 입점은 강행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도 표류
지난 16일 유통법 개정안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의 의무 휴무일을 매달 2일 이내에서 3일 이내로 확대하고, 점포 영업을 하루 최대 12시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수산물의 매출 비중이 51% 이상일 경우 대규모 점포 규제에서 제외됐던 기준도 55% 이상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반발을 의식한 새누리당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사위에서 처리하기를 보류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12월23일) 내 유통법 개정안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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