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안전보호용품 시장규모는 1조원 대로 추산되며, 안전 의식의 고조에 따라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는 약 3천여 개의 전문 업체들이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타 안전보호구를 취급하는 철물점 및 소매점까지 포함하면 관련 업체는 1만 여개, 종사자는 4만 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1~4명의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는 생계형 업체들이다.
대기업 MRO로 인한 피해
그런데 이 안전보호구 업계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건설경기의 악화다. 건설 경기 악화는 안전 보호구 업계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전체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절하는데 한계가 있다.
한데 안전보호구 업계는 이 같은 건설경기 악화 이외에 대기업 MRO 업체들의 시장 잠식으로 더 큰 치명타를 입고 있다. 대기업 MRO 업체들은 10여 년 전부터 야금야금 시장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해당 그룹 계열사들의 물량을 휩쓸어가기 시작하더니, 1차 협력업체는 물론 2차, 3차, 4차 협력업체들의 물량도 중간에서 채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시장을 넓혀 여타의 그룹사에도 손을 뻗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안전보호구 업체들 사이에는 수십년 동안 거래해 오던 우량 거래처들을 하루 아침에 뺏기고 망연자실해 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업계는 이미 전체 물량의 40% 이상을 이들 대기업 MRO사들이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다.
책임, 경북툴링까지 가세
더욱이 제조사들 또한 책임, 경북툴링, 동신툴링과 같은 중견 산업용구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중소 유통업체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중 단가 체계를 채택하고, 이들 중견업체에는 매우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대주는 반면, 여타 중소 대리점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단가에 물품을 대 준다.
이리 되면 상대적으로 싸게 물품을 받은 중견 유통업체들은 중소 대리점들에 비해 더욱 유리한 단가에 물품을 공급하게 된다. 그 결과 중견 유통업체 쪽으로 시장 쏠림 현상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대기업 MRO 사들에게 물품을 대주는 쪽도 대부분 이들 유통 중견업체들 몫이다. 그만큼 여유있는 가격에 물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업계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또 있다. 안전보호구 업계에도 요식업체들처럼 교육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그리하여 안전보호구를 판매하려면 소정의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안전보호구 업계 내의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더불어 더욱더 산업안전을 도모하고, 불량 안전보호구를 추방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는 절실한 문제다.
우리가 단결한다면?
이 와중에서 뜻있는 안전보호구 업체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안전보호구 업계 협동조합 설립 추진위원장인 아주세이프티(주) 곽우동 대표이사는 “이러한 때 조합을 중심으로 우리가 단결돼 있다면, 업계를 보호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단결만 돼 있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우선 “제조사들이 중견 유통업체와 손잡고 농간을 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단결을 밑받침으로 제조사들과 협약을 맺어 시장교란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중가격제와 같은 잘못된 행태들을 강하게 제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 MRO 사들에 대한 대처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일 안전보호구를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도록 해놓기만 하면, 더 이상 대기업들이 안전보호구 유통업에 발을 걸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려면 조합과 같은 법적 토대를 갖지 않으면 안되게 돼 있어서 조합 설립이 절실하다.
사진=지난 15일 저녁 안전보호구 업계 관계자들이 산업안전공단이 실시하는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가운데가 곽우동 위원장
Interview = 안전보호구 업계 협동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곽우동 위원장
안전보호구 업계만 뒤처지고 있다
세상 변화에 우리도 적극 뛰어들어 살길 찾자
- 어떻게 조합을 추진하게 됐는가
우연한 계기로 소상공인 업계가 모여서 강력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주최 공청회에 참여하게 됐다. 딴 세상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제과, 수퍼, 자동차 정비, 화원, 공구, 베어링 등 각종 소상공인 업계들이 연대하여 중소기업 적합업종 문제, 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 해결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 업계만 뒤쳐져서 밖에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도 뭔가 노력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현재 소상공인 업계는 전체적으로 큰 전환기에 놓여 있다. 안전보호구 업계 뿐 아니라 소상공인 업종 대부분이 심각한 존폐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기업 MRO 업체들로 인해 안전보호구는 물론, 공구, 베어링, 문구업계까지 고사될 처지에 놓여 있다.
대기업 마트들로 인해 수퍼, 재래시장, 청과점, 정육점, 의류점 등도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소매는 물론 도매까지 거의 모든 골목 상권이 어려움에 빠져 있다. 업계 전체적으로 가만히 있다가는 그냥 죽어나가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하여 각 업계는 업계대로 조직을 만들거나 강화하고, 그러면서 다 같이 연대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는가
개개 업체나, 개개 단체가 각기 내는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함께 내는 목소리는 강하다. 그 결과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대폭 인하될 예정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가 실시되게 됐다. 이러한 성과 이외에 중소기업청 내에 3천억원대 이상의 기금이 조성돼 매년 소상공인 업계 경쟁력 강화에 쓰여지게 됐다. 또 중소기업 중앙회처럼 소상공인단체도 법제화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우리도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이 같은 대열에 합류할 필요가 있다.
- 협동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전국적으로 80개 이상의 업체들이 자본금을 갹출하여 발족하게 되고, 매월 회비를 내 운영되게 된다. 다 함께 참여하여 우선 대기업 MRO를 막기 위한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중견 유통업체의 전횡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아울러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소상공인 기금의 지원을 받아 공동구매 사업 및 업계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로 하여금 안전보호구 업계도 교육을 의무화해 업계의 과당 경쟁을 해소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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