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위원장 강창일. 사진)국감이 열띤 공방 속에 지난 24일 종료됐다. 소상공인들과 밀접한 국감은 8일 과천 지식경제부, 9일 대전 중소기업청 현장 국감에 이은, 2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종합 국감이었다. 본지는 그 현장을 빠짐없이 지켜봤다. 전반적으로 위원들은 시종 진지하고 생산적인 국감을 실시했다는 평이다.
총평 1= 대형유통업체 대표들 증인 출석
강창일 위원장 “대기업들 왜 욕먹는지 고민을 …” 질책
소상공인들에 있어서 이번 국감은 모처럼 대부분의 대형유통업체 CEO들을 직접 대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지식경제위원회 위원들이 국감장에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8일 진행된 지식경제부 현장 국감에는 코스트코 코리아 CEO인 프레스토 드레이퍼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고, 편의점 업계 빅4라고 할 수 있는 BGF 리테일 백정기 대표, GS리테일 허승조 대표, 코리아세븐의 소진세 대표, 미니스톱의 심관섭 대표도 모두 참석했다.
코스트코, ISD와 연관시키지 않을 것
이 날 국감에서 코스트코 코리아 프레스토 드레이퍼 대표이사는 민주통합당 박완주 위원이 “직접 소송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휴일영업을 재개했느냐”고 질의하자 “비록 영업제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소송으로 해당조례안이 효력을 상실했다고 봤기 때문에 휴일 영업을 재개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박 의원이 “작금의 의무휴업 규제를 한미 FTA 상의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와 연계시킬 의도가 있느냐”라고 묻자, 드레이퍼 대표이사는 “ISD를 잘 알고 있지만, 해당 구청과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답해, 당장은 ISD와 연계시킬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이같은 질의로 앞으로 언제든 대형 유통업체 영업규제와 관련해 ISD 문제가 붉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이어 편의점 업계 대표들을 상대로 하는 질의에서는 주로 편의점 아이스크림이 이번 여름 일률적으로 1500원에 팔리는 것과 업계간 담합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민주통합당 이원욱위원(경기 화성을)의 관련 질의에 대해, GS리테일 허승조 대표는 “한국편의점협회(이하 협회)에서 상의해서 가격을 내렸다”라고 답변해 사실상 담합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같이 참석한 협회 회장 BGF 리테일 백정기 대표가 관련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수습을 시도했고, 허 대표도 “말이 헛나왔다”며 바로 수정하려 했지만, 위원들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이 의원은 “두 사람이 위증을 했다”며 강하게 성토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관련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중에 있는데, 이번 국감 과정에서 편의점업계의 담합의 일단이 드러난 것으로 보여져 앞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대상베스트코, “사업확장 정당했다”
9일날 이어진 중소기업청 감사장에는 현재 중소 식자재 도매업 시장에 진출해 물의를 빚고 있는 대상 베스트코 이원석 대표이사가 출석해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합법적으로 사업확장을 하고 있다”고 답변해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보다 못한 강창일 지경위 위원장은 이 대표를 상대로 “이러니까 대기업들이 욕을 먹는다”라며 강하게 질책을 했다. 강위원장은 “법망을 피해 교묘하게 사업확장을 해내고, 냉혈한처럼 구니까 중소상인들에게 욕을 먹는다”라고 몰아세우면서, “정글보다 못한 산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규제법을 만들 수 밖에 없다”라고 역설했다.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여부 모호한 답변
이번 국감 마지막날에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 국감장에는 대형마트 빅3 업체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홈플러스 대표이자 체인스토어협회장인 이승한 대표이사, 이마트 최병렬 대표이사, 롯데마트 노병용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참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이 날 관련 쟁점은 지난 22일 이뤄진 지식경제부 주관 유통업계 상생협력을 위한 ‘유통발전협의회’ 발족계획과 관련된 것이었다. 위원들은 “‘유통발전협의회’가 이뤄지면 현재 진행중인 의무휴업일과 관련한 행정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는가”하는 점과 “이 협의회에 농협 하나로 마트 및 코스트코가 참여할 것인가”를 주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체인스토어협회 이승한 회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당연 취하가 진행될 것이며, 하나로 마트 및 코스트코도 잠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얘기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과 관련한 민주통합당 오영식 의원(서울 강북)의 질의에 대해 이 회장은 “인근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고, 이와 관련한 추가 질의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답변은 그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반면 익산시에서 붉어지고 있는 롯데마트 확장 문제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은 질의를 통해 노병용 대표이사의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서로 제로섬 게임 아니다
대기업 대표들에 대한 질의를 마무리하며 강 위원장은 한번 더 대기업들의 자제와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강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기업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시비하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대기업들과 중소기업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말고, 상생 윈윈하며 같이 사는 관계로 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같은 돈을 벌면서 왜 욕을 먹는지, 왜 악덕기업으로 비쳐지는지, 그리고 상생 동반성장해야 되는지 깊게 고민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지난 18대 국회 때 대형유통업체 증인들이 국회 증인 참석 요구를 계속 기피한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자꾸 그렇게 참석을 안 하니 뭔가 구려서인가하고 오해를 하게 된다”라고 말하며, “국회에도 자주 와서 서로 소통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총평 2= 성과
여야 공감대 속, 상생법 등 개정 빨라질 듯
지난 9일 진행된 중소기업청 국감장에서의 결론은 “국회가 나서서 빨리 법의 미진한 점을 보완하자”였다. 이 점에서는 위원들 뿐 아니라 답변에 나선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입장도 똑 같았다. 이 날의 주요 이슈는 대상 베스트코의 “중소 식자재 시장에 대한 무차별적 잠식”의 문제였다.
“도둑 개점 문제 심각” 지적
주로 수원, 광주광역시, 인천 지역에서의 대상 베스트코의 행태가 문제가 됐다. 이 곳들 중 광주와 수원 대상 베스트코 개점과 관련해서는 공히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업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상 베스트코 측이 제대로 개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개점을 해버리는 소위 도둑 개점을 한 것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지경위 위원들과 증인으로 나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회장 등은 중기청의 판정을 신랄히 비판했다.
이들은 “이같은 도둑 개점 방식을 정식 개점으로 해석한 중기청의 판정은 스스로 제시해 놓은 사업조정제도 시행 지침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중기청 지침 상의 영업 개시시점으로 보여질만한 아무런 징후가 없는데도, 중기청이 이를 정식 개점으로 판정한 것은 명백히 대기업 쪽에 편향된 판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송 청장은 “이는 대표적인 입법상의 불비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그는 “그러나 중기청 입장에서도 입점 예고제 등을 도입한 상생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해 중소 상인들이 어려움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강행하면 속수무책
아울러 이 자리에서는 중기청의 일시정지 권고 제도가 전혀 현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재는 중기청에서 중소 유통업 측의 사업조정을 받아들여 대기업 유통업체에 대해 일시정기 권고 조치를 내려도, 대기업 측이 영업을 강행하면 전혀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일시정지 권고제가 아닌 ‘일시정지 명령제’로 법을 개정해 강행력을 높이고, 벌칙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대부분 수긍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법안 소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에 새누리당 홍일표 위원을 임명해 정기국회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로 했다.
총평 3 = 동반위에 호된 질책
“연구용역 발주 시스템에 문제 있어”
24일 열린 마지막 날 국감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 이하 동반위)가 지난 해에 발주했던 ‘적합업종 연구용역 보고서’가 도마에 올랐다. 이 문제는 민주통합당 이원욱 위원(경기 화성을)이 집중 제기했다.
이 위원은 동반위로부터 넘겨받은 한 권의 적합업종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은 권당 700-800만 원씩 투자된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한 권에 12쪽 남짓되는 보고서가, 어떤 품목의 경우 불과 2쪽 정도의 내용에 불과했고, 어떤 품목은 제목만 있고, 내용은 전혀 빠져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보고를 위해 총 연구용역비로 16억 원이 들어갔는데, 이렇게 부실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또한 이 의원은 그나마 이 보고서가 실제 동반위 논의 과정에서 자료로 활용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용역 납품 시기와 적합업종 지정 시기가 선후가 바뀌어 있어서, 적합업종 지정 발표 이후에 납품된 보고서도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의원은 동반위의 자료 제출에 대한 비협조의 문제도 제기했다. 관련 보고서를 요청한 후 1달여가 지나서야 자료를 넘겨 받았다고 말했다.
총평 4 = 국감장의 말...말...말...
송종호 중기청장 “나도 가슴을 가진 사람”
“포스코는 국민기업이다”
“아니다. 포스코는 이제 사기업일 뿐이다”
국감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여야 의원들이 첨예하게 부딪친 이 말들을 놓고 포스코쪽 증인으로 나온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은 연신 난감해 했다. 길다랗게 이어진 공방 시간 동안 그는 시종 엉거주춤한 채였다. 원래 박 부사장은 안철수 대선 후보가 포스코 사외 이사 재임시절 계열사를 너무 많이 부풀렸다는 문제 때문에 불려나온 것이었다.
“자기들이나 잘 하지”
그런데 질의가 이 문제보다는 안 후보의 처신의 적절성 여부 쪽으로 흘러버리자, 난감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질의를 사외 이사로서의 안 후보의 적정성 여부, 안 후보에게 지급된 급여의 정당성 여부, 더 나아가 포스코 경영진 잘못 여부로까지 몰고 갔고, 급기야 이를 도 넘은 정치공세로 규정한 야당의 반발로 결국 국감장은 고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하는 수 없이 강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하마터면 속기록에 위원들의 막말 부분이 기록될 뻔 했다. 이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포스코가 국민들로부터 기대와 사랑을 많이 받아서 국민기업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은 이제 사기업이 분명하지 않은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인지, 이 문제를 제기한 여당측 어느 의원도 이 문제와 관련해 당일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증인석에 같이 나와 앉아 있었던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 사장들과 공무원들에게도 위원들은 할 말이 없어지게 됐다. “자기들이나 잘 하지”하는 비아냥거림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송 청장의 하소연
“머리와 가슴이 떨어져있는 게 한스럽다” 9일 진행된 대전 중기청사의 국감장에서 송 청장이 한 말이다. 광주광역시와 수원에서의 대상 베스트코 개점과 관련해 중기청이 사업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 송청장은 중소상공인측 증인으로부터 중기청이 중기청임을 포기했다라는 비난을 받았고, 강위원장으로부터는 자꾸 회피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송 청장의 발언은 “감정적으로는 당연히 대상베스트코를 불법으로 몰아붙이고 싶지만, 이성적으로 따져봤을 때 그러기는 어려웠다”라는 뜻으로 읽혀졌다.
이날 송청장은 계속 질타를 받았지만, 끝까지 ‘추궁을 혼자서 안고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던 것이다. 이러한 송 청장이 “상생법 등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정부 입법으로라도 고쳐나가겠다”고 한 말을 어떻게 지켜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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