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는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시장진출에 맞서 골목상권을 보호키 위해 마련한 ‘중소기업 사업조정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야 의원들은 사업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편법개점, 기습개점을 막을 수 있는 보다 현실성 있는 강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적극 주문했다.
실효성 높여야 한목소리
민주통합당 오영식 의원은 9일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올해 들어서만도 신청된 사업조정 건수는 78건으로 이중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관련된 것이 44건에 달한다” 며 “하지만 이 가운데 사업조정심의회 권고가 행해진 건수는 9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지난해 이후부턴 단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사업조정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대기업이 사업의 인수 개시 또는 확장을 강행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시정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 내용을 공표하는데 그치지 말고, 사업조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행을 명령하고 벌칙조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오 의원은 대기업에 대한 사업조정 권고와 관련해서도 “이행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추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과징금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추징하여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표 말고는 막을 방법 없어
무소속 김한표 의원도 “사업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9년 상생협력법이 개정됐지만 이후 지난 7월까지 사업조정 신청 건수 509건 가운데 합의가 이뤄진 것은 172건, 조정 권고된 사례는 9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기업이 SSM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기습개점으로 일시정지 권고를 무력화시켜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현행 법규상 권고를 무시하고 사업을 개시하더라도 공표 이외에는 사업개시를 막을 방법이 없는데, 권고를 명령으로 바꾸어 이행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또 “대기업이 SSM형 편의점을 직영할 경우 사업조정 대상이 되지만 SSM이나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편의점이 아닌 동네 슈퍼마켓 형태로 골목상권에 진출할 경우 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며 “홈플러스의 365플러스, 롯데쇼핑의 롯데마트999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클럽(마트) 역시 농업협동조합법상 농협중앙회가 피신청인 자격이 없어 사업조정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김 의원도 “대기업이 일시정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제재조치가 없어 이행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과징금을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정하면 이행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망 교묘히 피해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사진)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유통·상생법을 통해 의무휴업과 적합 업종 품목지정제도, 사업조정제도 등의 방패막이를 들었지만 대기업이 동네 슈퍼마켓 형태로 골목상권에 진출해 사업조정 대상에서 벗어나는 등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SSM 가운데 사업조정신청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은 ‘홈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 9월말까지 전체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조정건수는 392건으로, 이 가운데 홈플러스가 총 176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다음으로는 롯데수퍼(92건), GS수퍼(56건), ㈜에브리데이리테일(30건) 순이었다.
대형마트와 SSM, 서점 등에 대한 사업조정이 내려진 523건 중 자율조정이 350건, 반려된 것은 88건으로 나타났다. 조정권고의 경우 총 9건으로 대형마트는 한 건도 없었고, SSM이 5건, 서점 등 기타가 4건으로 나타났다.
SSM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 및 처리결과에 따르면 신청 대비 자율조정된 것이 279건(71.2%)로 가장 많았고 반려된 것이 65건, 조정권고된 것이 5건이었다. 특히 2011년 이후에 사업조정심의회의 권고가 내려진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박 의원은 “사업조정 기간 중 자율조정 실패, 사업조정 권고, 이행명령에 이르기까지 상당기간 소요되고 그만큼 중소기업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정지 권고를 미이행할 경우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력화 주원인은 ‘중기청’
이같은 사업조정제도가 힘을 못쓰고 있는 데는 중소기업청의 방만한 운영 탓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통합당 전순옥 의원은 “현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에 의한 사업조정제도가 중기청의 소극적인 운영과 행정으로 인해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중기청이 전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1킬로미터 이내에 대형마트 및 SSM이 입점하려면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 유통법 시행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지기 전에 법망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꼼수 개점을 한 사례가 대형마트 7개, SSM 1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재 모두 전통상업보존구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은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탈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각 지자체로 이양하는 한편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과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근본적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했다.
기습·위장 개점 3년새 153%나
민주통합당 노영민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SSM, 기습개점 및 위장개점이 최근 3년간 153%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근래 SSM은 인근 지역 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 등의 반발로 대기업 지분 50% 미만 위탁가맹점 형태의 입점이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8월 현재 대기업 SSM은 19.1% 증가한 반면, 위탁 가맹점 형태의 입점은 153%나 늘었지만, 사실상 대기업 소유의 SSM이 가맹점으로 위장을 해도 이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의원은 “롯데 마켓999와 같이, 무늬만 편의점 형태로 하는 편법개점도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GS25, 패밀리마트 등은 편의점 형태로 매년 1000여개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며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직영일 경우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기가 어렵고, 또 일단 개점 후에는 일시정지 권고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미리 사업자등록을 하여 허가절차를 마무리 한 다음에 다른 점포가 입주하는 척 하다가 기습적으로 SSM을 개점하는 기습개점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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