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의 골목상권 잠식을 비판하는 지적들이 국감현장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오영식 의원은 8일 “이미 엄청난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는 유통재벌들이 동네 상권까지 장악하려는 탐욕도 부족해 생존권을 호소하는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정말 가혹하고 부도덕하다”며 “대형마트 입점 이전에 사전적 규제조치로써 주변상권에 대한 매출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상생을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는 선진국 사례들을 들었다. 오 의원은 “독일, 프랑스 등 서구에서는 일찍부터 대형마트를 주거지역이나 산업지구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도시계획에서 금지하거나, 상업지역이라 하더라도 대형유통업체가 그 지역 상권에 미치는 매출영향평가를 거쳐야 허가하는 등의 엄격한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형마트는 거의 도시 외곽에 있고 월마트는 아직 뉴욕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시카고에만 1호점이 있는 정도이다. LA에서는 매장 규모를 5분의 1로 축소해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소개했다.
오 의원은 “대형마트·SSM의 의무휴업은 절반이상의 효과를 미쳤다“며 ”대형마트 입점 전에 사전적 주변상권에 대한 매출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효과 분명히 있어”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효과는 시장경영진흥원 조사나 여신금융협회의 카드매출 실적, 서울시 조사 등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상생의지 없는 대형마트를 제재하기 위해 허가제ㆍ품목제한ㆍ징벌적 과징금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이어 “최대 3천만원만까지 부과하는 현행 과태료는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닌가”고 반문하고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해당일 수입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고, 위반이 반복되면 영업정지 및 취소도 가능하도록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대놓고 국내법을 무시하는 것은 지난 3.15일 발효된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 즉 ISD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한국 코스트코 프레스톤 드레퍼 대표에게 “대형마트와 중소상인의 상생발전을 위한 규제는 다수 선진국에서도 행해지고 있는데,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제한이 한미FTA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는가, ISD 제소를 검토해 본적이 있는가”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중소 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SSM에서 판매량이 많지 않은 담배, 소주, 막걸리, 라면, 종량제 봉투, 건전지, 두부 등을 판매제한 하려는 서울시 방안과 관련, “단기적으로 통상조약과 상충되지 않는 품목을 면밀히 검토해서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품목제한을 강제하고, 상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국내 대형마트들이 자율적으로 판매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고 질의했다.
김 의원은 또 “대형마트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온갖 편법으로 입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주변 재래시장의 매출에 영향을 많이 준다면 입점을 허가하지 않도록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하는 것 아닌가”고 제안했다.
편법등록 영업도 지탄
대형마트들이 영업규제를 피하기 위해 쇼핑센터나 복합쇼핑몰로 편법등록하는 행태들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영업시간 규제 피하기 방법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유통산업발전법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돼 있어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가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국내 4대 대형마트(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킴스클럽) 중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점포는 전국 27개에 달했다”며 “이들 점포는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으로 등록되어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대규모점포등에 의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정부가 말로만 골목상권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법망의 허점을 틈타 영리행위를 하는 대기업 유통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방안과 상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규제 완화 지경부가 앞장
민주통합당 노영민 의원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앞장서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고 물었다.
노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제3차 경제활력대책협의회에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으로 농민과 납품업체, 마트 입점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영업규제가 더 강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기재부의 입장은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이를 건의했다는 점”이라며, 지경부가 ‘투자의욕 고취와 소비촉진을 위해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특히 중기청도 ‘지경부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따른 영향 분석 중이므로 전통시장 및 중소상인 보호,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 밝히고,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의무휴일 등 규제방안은 국회와 지경부, 중기청, 소상공인단체 등이 함께 1년 이상 논의과정을 거쳐 만든 제도인데, 중기청은 이를 하루 아침에 뒤집어 버리고 대기업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빅3 시장점유율 90% 육박
민주통합당 정호준 의원은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곳의 지난해 말 시장점유율이 88.8%에 달하고 매출액은 32조7천억원에 이른다”며 “이들 3사의 2005년 점유율은 55.2%로, 7년만에 33.6%포인트 급증”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마트의 점유율이 38.0%로 가장 높았고 홈플러스 32.0%, 롯데마트 18.8% 순이었다. 특히 홈플러스의 경우 2005년과 비교해 시장점유율이 16.5%포인트로 가장 많이 늘었고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각각 10.1%포인트와 6.6%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이들 국내 대형마트 소위 ‘빅3’사 사장들이 국감 증인출석을 거부해 빈축을 샀다. 국회 지식경제위 국감에서 민주통합당은 최병렬 이마트 대표이사,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이사를 8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은 지난 5~26일 테스코그룹 아시아 CEO 콘퍼런스 및 정례회의 참석을 위한 영국 출장임을 내세워,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최병렬 대표이사는 7~9일 중국 출장, 노병용 대표이사도 해외출장 등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반면 허승조 GS리테일 대표이사, 소진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 백정기 BGF리테일 대표이사 등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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