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인트는 주유소가 아니라 정유사의 경쟁촉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알뜰주유소 정책 같이 주유소들 간의 대리전으로는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한 반면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이야기다.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8일 지식경제부 국감에서 “정부가 기름값을 잡기위해 경쟁 무풍지대에 있는 정유업계의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정부가 거대기업인 정유사를 직접 상대하기는커녕, 손쉽게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알뜰주유소를 내세워 3~6%인 유통마진을 쥐어짜서 주유소들간의 대리전을 시키고 있다”며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가 정부와 정유사 사이에 끼여서 가격인하 경쟁을 하고 있지만, 가격인하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일반주유소 중에서 자금력이 없는 곳은 폐업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본격적인 정유사들간의 경쟁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주유소들이 구조조정을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올해 7월 폐업신고 주유소 수는 지난해 7월 대비 40% 증가한 17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체제 속히 도입해야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에 비해 휘발유 42원, 경유 50원 저렴하고 주변 주유소 판매가격(20원) 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알뜰주유소가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고, 일반주유소의 신용카드 할인이나 정유사 포인트 적립 등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높지 않아 알뜰주유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2일에는 알뜰주유소 1호점이 7개월만에 문을 닫아 알뜰주유소도 수익악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이 드러났다.
9월 현재 알뜰주유소는 716개(시장점유율 5%)이고 연내 1,000개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자영주유소(212개)는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정부 주도의 농협(368개)과 도로공사(136개)의 고속도로 주유소가 간판만 바꾼 것이다.
정유사간 경쟁을 위해서는 공급선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공급물량을 전적으로 기존 정유사에 의존하면서 정부는 주유소 개수 늘리는 데만 급급해왔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고유가의 주범은 주유소보다는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정유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유사들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고질적인 담합과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챙겨왔다”며 “지난해에는 고유가 여파로 사상 최대인 146조원의 매출과 5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유사들은 경기 불황에 고유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땅짚고 헤엄치기’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일반 대기업 직원 연봉의 1.5배를 주면서 500~1000%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기름값도 원가공개 하라
아울러 지난해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만 5,200억원에 이르렀다. S-오일에 3,400억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된 아람코오버시스컴퍼니(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생산기업 아람코 자회사)는 9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5년간 무려 2조360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정유업 경쟁이 치열한 일본은 국내기업에 비해 매출은 4배 많지만 영업이익은 비슷하다”며 “정유사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시장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방송과 신문에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 붓고 정관계에 로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최근 행정법원이 이동통신 요금 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듯 기름값의 원가 공개도 필요하다”며, “또한 주유소 경쟁체제를 만들기보다는 정유사 경쟁체제가 구축되도록 정부의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알뜰주유소 가격인하 효과 미미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이 전국대비 43원 싸지만, 직접지원된 국민세금을 제외하면 실제 가격인하 효과는 21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홍의락 의원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알뜰주유소를 통해 공급된 물량은 1억 8567만 리터이고, 알뜰주유소 전환 인센티브 중‘시설개선 자금’과 ‘품질보증 프로그램’으로 지원된 금액이 각각 31억 7천만원, 9억 2천만원으로 1L당 22.05원씩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었다.
결국 일반주유소에 비해 평균 43원 가량 싸다고 말했던 것에서 세금을 빼면 실제로 인하된 효과는 20원에 불과하고, 직접지원 이외에 세액 감면과 같은 특혜까지 고려하면 인하된 가격은 모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셈이다.
또한, 현재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석유관리원의 알뜰주유소 전담 인원은 각각 24명과 10명으로 전국 743개 알뜰주유소를 관리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특히, 품질관리를 전담하는 인원은 10명에 불과해 품질관리에 구멍이 뚫려있다.
이에 대해 홍의락 의원은 “정부가 알뜰주유소의 유가인하 효과를 내세우면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요금할인분을 충당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마구잡이식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대폭 떨어져도 알뜰·무폴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떨어져도 판매가는 상승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사진)이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알뜰주유소 유가 현황 관련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의 가격 형성 및 유가 인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영, 농협, 고속도로휴게소 등 3개 운영주체별 알뜰주유소가 본격 영업을 개시한 지난 3월부터 9월말까지 각 유종별 국제유가의 가격 변동폭과 알뜰주유소 유가의 가격 변동폭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결과, 알뜰주유소 유가와 국제유가와는 아무런 연동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급락했던 2월 2주부터 3월 4주까지와 7월1주부터 8월 4주까지, 국내 폴·무폴·알뜰주유소의 각 주차별 가격 변동폭을 리터당 가격으로 환산·분석한 결과, 국제 유가가 급락했던 7월의 경우 국제 유가의 평균 변동폭은 휘발유의 경우 최대 70원, 경유는 40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오히려 알뜰·무폴 주유소의 휘발유는 20원, 경유는 16원씩 상승했다.
알뜰주유소가 생기면 주변 일반주유소들도 가격 인하의 압박을 받을 것이므로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매번 기름값 인하효과는 국제유가 때문이 아니라 알뜰·무폴 주유소의 확대로 이뤄낸 결과라고 밝히던 지식경제부와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실을 밝히지 않은 석유공사의 알량한 양심불량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에 지적된 부분이 정부와 석유공사만의 문제가 아닌 정유사와 연계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뜰주유소 문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유업계의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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