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은 개인용 PC 구매에 있어서, 대기업 브랜드를 더 구매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들마저 대중소기업간 상생 의지가 매우 결여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기관 대기업 PC 구매율 74.3%
현재 공공부분 개인용 PC 조달 시장은 4,300억 원 규모다. 2012년 8월까지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중 공공기관들은 대기업 PC 를 구매하는데 2,194억원(74.3%), 중소기업 PC를 구매하는데 760억원(25.7%)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마저도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있는 외국계 글로벌 PC회사로부터의 매입 부분을 대기업 매입으로 치환하면, 중소기업 부분 매입률은 20% 미만으로 떨어지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종류별 구매 규모로 보면 교육기관의 대기업 구매 비용이 가장 높다. 2011년 조달청자료에 따르면 교육기관은 1,562억(36.8%)을 컴퓨터 구입비로 지출했고, 그 다음 국가 기관이 860억원(20.2%),. 지자체가 736억원(17.3%)을 지출했다. 그런데 교육기관은 구매비용도 높았지만, 대기업 브랜드 구매 비중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육기관은 대기업 브랜드를 72.9%(1,139억원) 구입한 반면 국가 기관은 43.8%(376억원), 지자체는 53.2%(391억원)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PC 기술수준 높은가
그렇다면 대기업 브랜드 제품의 기술 수준이 눈에 띄게 좋은가. 그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용 PC 시장은 이미 단순조립 생산이 주를 이루게 돼, 대중소 기업간 기술력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컴퓨터 제조사들은 프로세서, 운영체계, 하드디스크 등 주요 부품을 컴퓨터 사양에 맞게 조립하여 판매하고 있다.
주요 부품 가격대는 이미 거의 균일하고, 이를 단순 조립함에 따라 가격대도 큰 차이가 없다. <표2>를 보면 대기업 브랜드 사양과 중소기업 브랜드 사양의 성능 및 가격대 가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용 PC시장 협소해져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 또한, 과거 브랜드 인지도에서 가격대비 성능으로 관심이 이동해 있는 상태다. 그 결과 현재 국내 개인용 PC의 57%를 중소기업 및 골목의 소상공인 업체들이 조립해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영업의 주력을 다른 제품군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력 따먹기 식의 개인용 PC 분야 대신, 좀더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TV, 테블릿 PC 분야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대기업들은 기존 국내 생산체제에서 중국 생산체제로 전환해 있는 상태고, 대부분 OEM 생산 체제를 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소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협소해진 시장으로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과거 개인용 컴퓨터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스마트폰 쪽으로 소비형태가 변해가고 있어 국내 중소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갈수록 경영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가격 후려치기
그런데도 대기업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개인용 PC 판매 시장에 대한 집착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예를 들어보자. <표3>을 보면 삼성전자의 영업의 주력은 이미 모바일 PC(스마트폰)으로 옮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개인PC, 노트북 판매 비율이 전체의 12%에 불과하고, 이중 조달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개인용 PC는 21만대로 삼성전자 전체 컴퓨터 매출의 0.17%에 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정부에 대해 조달 시장에서 대기업 판매 비중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9월 대표이사 명의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보낸 공문에서,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품목에서 개인용 PC 품목을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측은 공문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뚫고 나가는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계속 개인용 PC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측 논리는 전체 PC시장에서 모바일 PC 와 테블릿 PC를 빼고 주장하여 자료의 설득력이 훼손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 측 논리라면 현재의 PC분야 1위는 HP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실제 글로벌에서의 컴퓨터 분야 판매 1위는 애플과 삼성으로 서로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국내 개인용 PC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 원가의 50% 수준으로 가격을 후려치면서까지 공격적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이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TV, 테블릿 PC 분야 등 자체 경쟁력이 강할 뿐 아니라 부가가치도 높은 쪽에서 승부를 내려 하지 않고, 이미 사향산업으로 분류되는 개인용 PC 분야까지 놓지 않으려고 혈안이라는 비판이 무겁게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이라도 상생의지 가져야
아울러 중소 컴퓨터 제조업계는 대기업들도 문제지만 이 같은 대기업들의 행태에 맞장구를 치는 공공기관이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전국 공공기관들이 문구, 산업용재 등 소모성 자재들을 대기업 MRO를 통해 구매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중소 유통업체들이 다 죽어간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다.
개인용 PC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의 상태를 방치하면, 국내 개인용 PC 업체들은 수년 내에 고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에 중소 컴퓨터 제조업계들은 개인용 PC를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해, 조달분야에서만큼이라도 개인용 PC 제조업체들이 숨통을 트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용 PC를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하게 되면, 대기업들은 PC 구매 비율을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 개인용 PC 구매를 둘러싼 공공기관들의 상생의지가 더더욱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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