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적합업종 지정돼야” - 서점업

완전도서정가제, 중소서점진흥법 입법 추진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에 서적을 공급할 때 정가 대비 45~60%에 공급하는 반면, 일반 서점에는 훨씬 비싸게 공급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동네 서점이 없어지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박대춘)에 따르면 국내 중소 서점은 98년 4.897곳에서 2003년 2.247곳으로 급격히 줄어 현재 남아있는 곳은 1.752곳으로 추산된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 각종 할인, 행사 등 저가 판매로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대형 서점들의 영업확대로 지역 중소 서점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고 있다

또한 각종 영상매체의 발달과 전자도서, 태블릿PC 등으로 도서구입비가 감소해 도서판매, 출판시장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

인터넷 서점 비해 시작부터 불공정

문제는 인터넷 서점의 할인, 마일리지· 경품 등 ‘도서정가제’를 무시한 불법, 편법 영업행태에 있다. 인터넷 서점들이 턱없이 낮은 할인가에 책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출판사로부터 현격히 낮은 가격으로 도서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대형 인터넷 서점에 도서 정가의 45%-60%에 책을 공급하는 반면, 일반 서점에는 70-75%에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서점은 할인·마일리지를 적용해 20%를 싸게 판매하고, 나온 지 1년6개월 이상 된 도서를 신간에 끼어 파는 방식으로 40% 가까이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여기다 대형서점들은 지역에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계속 개점하고, 롯데,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에서도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완전한 도서정가제’ 시행

이에 대해 서점연합회는 도서판매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전한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도서정가를 결정한 후 2년 동안 그 정가를 지키게 하고, 인터넷 서점은 직· 간접 할인을 모두 포함해 정가의 5% 수준 이내로 할인폭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들이 할인 행사를 통해 도서를 미끼로 부대 행사에서 수익을 올리는 왜곡현상을 바로잡고, 일반 서점의 불공정한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도 5% 이상 할인 판매를 하지 않고, 프랑스는 ‘랑법’을 통해 정가의 5% 이내로 할인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와 제도를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 공급가 차이 해소부터

또한 서점연합회는 도서 공급가의 차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에 서적을 공급할 때 정가 대비 45~60%에 공급하는 반면, 일반 서점에는 훨씬 비싸게 공급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원가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책 구경은 동네서점에서 하고, 구입은 인터넷에서 하는 것이 세태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부 사정을 모르는 고객들은 일반서점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원인들로 지역의 대형 서점들까지 폐업이 속출 하고 있다. 최근 국내 4위인 도서총판 학원서적판매도 문을 닫고 말았다.

한편 서점연합회는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 문제와 함께 정부에 ‘중소서점육성진흥법’ 입법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중소서점육성진흥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동네서점을 지역문화의 장으로 가꾸는 보호·육성하는 정책을 담고 있다. 동네서점에 독서대와 휴게실 등을 지원하여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서점을 문화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동네 서점을 살리고, 지역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이다.

최근 프랑스의 경우 ‘랑법’을 통해 도서정가제와 동네서점 보호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인터넷의 발달에도 동네 서점이 활성화되고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덕성 기자 sbnews777@naver.com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박대춘 회장 인터뷰

“중·고등 참고서로 버티고 있다”

“작가와 출판사도 결국 온라인, 대형서점에 눈치 봐야”

-인터넷 서점의 할인 판매의 문제는.

인터넷 서점은 정가의 50%에 납품받아 정가의 80%를 받고 판다. 반면 일반 서점들은 정가의 80%에 받는다. 사정을 모르면 고객들에게 나쁜 놈 되기 쉽다. 폭리를 취하는 줄 알 것 아닌가. 대형서점들의 영업점 확대도 문제이다. 지방 중소도시까지 지점을 확대하는 것은 지방서점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중소서점들의 사정은.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하루 16시간을 문을 열고 10만원 매출도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현재 중고등학교 참고서 판매로 서점들이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 판매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책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이고, 문화재라는 생각을 한다면 유통을 자유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 대형 인터넷 서점 몇 개가 시장을 좌우하게 되면, 결국 작가와 출판사들도 유통시장을 장악한 온라인 업체에 휘둘리고 눈치를 봐야 될 것이다. 가격 담합과 왜곡, 폭리 현상도 심해질 것이다.

-중소서점진흥법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문화가 없으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청소년들의 비속어, 폭력 등 퇴행적 모습이 난무할 것이다. 중소서점진흥법의 입법이 필요하다.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면서 잠깐씩 읽을 수 있는 독서대가 있으면 문화 쉼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해도 선진국은 서점이 더 잘돼서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온라인 서점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게끔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중소서점 경영 극복 방안은

수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대형 온라인 서점의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게 문제다. 더불어 선진국과 같은 제도를 미리 갖추도록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늦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향후 계획은.

서점연합회의 역사는 60여년이다. 지금은 회원들이 줄고, 영업이 잘 안되기 때문에 연합회가 어렵다. 규모를 줄이고 제도개선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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