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골목 빵집과의 상생 요구 받아들여야”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은 한국 제과업계의 산 증인이다. 16세부터 빵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평생 한우물을 파 왔다. 현재 전국 100여 곳의 프랜차이즈를 거느린 빵굼터 CEO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가 어떻게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 회사로부터 동네빵집을 사수하고자 노력하는 제과협회 수장에까지 오르게 됐을까.

16세 소년 고향을 등지고...

전남 곡성 지역 16세 소년 김서중은 고향을 뒤로 하고 서울행 기차를 탔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곧잘 했다. 하지만 왠지 아버지는 소년의 중학교 진학을 극구 반대했다. 그런데 우연찮게 입학시험을 봤던 게 장학생으로 뽑혀 중학교까지는 진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또 다시 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했다. 중학교 졸업 후 바로 공무원으로 진출하기를 원했다. 할 수 없이 소년은 스스로 사업가로 성공하겠다며 상경길에 올랐다. 그리고 빵 공장에 취업해 빵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번번히 실패의 나락으로

그 후 그는 꼬박 4번을 제과점 창업에 나섰다가 모두 실패하는 쓰라린 맛을 봤다. 불란서 제과, ‘영국빵집’, ‘알렉산더제과’, ‘나폴레옹빵집’. 그가 냈던 빵집들이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도 있다.

워낙 20대 초반부터 사업을 시작해, 쌓았다 허물어지고, 또 쌓았다 허물어지고 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하나 둘 느껴지는 게 있었다.

연거푸 실패를 맛본 그는 잠시 제과점의 꿈을 옆으로 밀쳐두고 90년 아이디디자인이라는 제과점 전문 인테리어업체를 차린다. 실패의 막다른 골목에서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제과점 인테리어는 자신이 있었다.

그가 선뵌 인테리어는 빵집을 아늑한 카페로 한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편의성 있는 동선을 만드는 게 첫 번째고, 젊은 트렌드에 맞게 베리커리형 카페 형태로….” 더불어 그는 같은 비용이면 최소의 마진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인테리어를 공급했다.

오랜 동안 업계에 종사하면서 쌓아온 네트워크에, 사업은 실패해도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결코 어긋남이 없었던 그였던지라, 소문은 금방 퍼져갔다. 이에 따라 인테리어 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의 오랜 꿈이었던 제과점 프랜차이즈 사업도 차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프랜차이즈는 달랐다

인테리어 컨설팅을 하면서 그는 상권 분석이나, 제과점 운영 컨설팅을 같이 해주었다. 그런데 이 게 인기를 끌었다. 그의 도움을 받아 개점하면 성공한다는 소문이 일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그는 97년 법인설립을 하고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막 시작할 무렵에 국내 굴지의 제과 프랜차이즈업체인 파리바게뜨의 경우 이미 가맹점 600호 점을 넘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파리바게뜨는 한번 개점했다 하면 인근 제과점을 사그리 먹어치우는 제과업계의 황소개구리였다. 아울러 가맹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과도한 원료비, 인테리어비에다 주기적인 리모델링 비용으로 가맹점들은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관계였다. 더욱이 이 회사가 공급하는 빵의 태반이 냉동빵이어서 국내 빵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지도 못했다.

빵굼터 탄생

이에 반해 김 회장은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를 꿈꾸었다. 본사가 할 일은 이익추구가 먼저가 아니라, 가맹점이 자리잡도록 철저히 돕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빵은 각 가맹점에서 직접 굽도록 하고, 차별화된 맛을 균일화하기 위해 기술을 공급하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된 브랜드가 ‘빵굼터’라는 브랜드였다.

‘빵을 굽는 터’라는 뜻인데,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고, 순 우리말에 3음절이어야 한다는 그의 고집스러운 고민 끝에 탄생했다. 아울러 이 회사 운영 시스템에는 거듭 사업에 실패해온 사람이 느끼는 성공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가장 먼저 그는 가맹점 신청 과정에서 준비가 덜 된 사람일 경우 과감히 돌려 보낸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여러 번 체험했다.

존경받는 성공인 되고 싶다

김회장은 “후배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성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더불어 성공하는 게 그의 성공방식이다. 이런 면에서 이제 그의 꿈의 반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그가 세운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철저히 그가 배우고 깨우친 것을 나누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스타일은 업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지난 해 2월 대한제과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제 그의 어깨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업체들에 밀려 벼랑에 몰린 골목 빵집을 사수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제빵인 모두의 꿈을 위해

취임 후 김회장은 가는 곳마다 “프랜차이즈 빵 가게가 기존 빵가게로부터 500m 이내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는 주장을 펴 왔다. 이에 대해 대부분 황당하다는 평이 많았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해 “동일 가맹점간 500m 이내에는 추가 개점을 할 수 없다”는 업계의 준칙을 발표했다. 이에 김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로 하여금, 동일 브랜드 뿐 아니라 일반 빵집들과의 거리도 500m의 이격거리를 준수하도록 하는 입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것은 서로가 상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그는 대한민국 제빵인의 최소한의 꿈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최희숙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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