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 이하 동반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7월부터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접수를 시작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를 희망하는 업종의 단체들은 동반위에 소정의 신청서를 작성해 적합업종 선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받은 동반위는 1~2개월 정도 시장현황과 관련한 자체조사를 벌인 후, 조사결과를 관련 실무위원회에 넘기게 된다. 동반위의 최종 적합업종 가부에 대한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온갖 산고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신청 후 통상 5~7개월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 해 적합업종 선정 과정
지난 해 제조업 분야 적합업종 선정과정에서도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동반위는 지난해 4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하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어 5월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신청을 접수하고, 신청 품목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동반위 논의를 거쳐 지난해 9월 27일 1차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품목을 발표했다. 이어 11월 4일, 12월 13일 등 총 3차에 걸쳐 적합업종 품목을 최종적으로 확정짓고, 각각에 해당하는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그 결과 제1차 16개, 제2차 25개, 제3차 41개 품목 등 총 82개 품목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나머지 149개 품목은 반려(철회)됐고, 2개 품목이 판단유보, 1개 품목이 실무위 위임품목으로 정해져 실제 선정된 품목은 79개에 머물렀다.
제조업 분야의 경우 동반위 결정은 1차 발표는 ‘사업이양’, ‘확장자제’, ‘진입자제’로 3분해 발표했고, 2차부터는 ‘일부 사업철수’, ‘사업축소’, ‘확장자제’, ‘진입 및 확장자제’ 등으로 구분해 발표됐다.
대기업들의 전략
올해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 과정도 지난 해처럼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상 업종 및 지정 방식을 두고 대·중소기업간 이해 관계가 크게 엇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조업 분야의 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치밀한 전략과 대응이 돋보였다.
이들은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데이터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타당성 보고서까지 제출해가며, 심도깊은 논리로 중소기업계의 주장을 압도하려 했고, 광범위한 언론 플레이까지 동원했다. 중소기업계의 주장이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을 때에는 대기업 협상단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실제 결정력이 없는 낮은 직급의 직원들을 협상단으로 내세우는 등 기약없는 시간끌기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현재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을 주도하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 대강의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 절차가 끝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부터 바로 선정작업에 들어간다 해도 대선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11월까지 이제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노골적인 시간끌기 전략이 가시화될 수 있다.
고비때마다 동반위의 선택 중요
더불어 동반위의 적극적인 의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운찬 전 위원장이 이끈 1기 동반위의 경우, 대기업들의 방해 행위에 대해 정면으로 돌파하거나, 정부의 미온적인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성의있는 협력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지난 4월 말 출범한 유장희 위원장의 제2기 동반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섣부르다. 유 위원장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전주 중앙시장을 방문하는 등 취임하면서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적합업종 지정 공청회가 개최된 이후의 일정 추진은 사실상 지지부진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열린 동반위의 적합업종 지정 공청회장은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 날 공청회 말미에 발언기회를 얻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차 떠난 뒤 손들면 아무 소용이 없다”라고 말하고, “지금 이순간에도 대기업들의 무차별한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김 회장은 “원래 동반위 측이 6월부터는 적합업종 지정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했는데, 아직껏 그 구체적인 일정마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뭔가”라고 의문을 표시하고, 공청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고 천명했다.
소상공인업계, 비상대책위 출범
그리고 이어 소상공인 관련 단체장들이 9일 오전 동반위를 항의 방문해, “조속히 적합업종 지정 절차에 착수해 줄 것과 중소기업적합업종품목 실무위원회에 소상공인 관련 위원을 추가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업계가 이렇게 동반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선회한 계기는 지난 6월 29일 개최된 동반위 중소기업적합업종품목 실무위원회가 아무 성과없이 공전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날 실무위원회 결과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이후 속개될 7월 18일자 동반위 본회의 일정 때문이었다.
동반위 본회의 안건 상정은 실무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뤄져왔기 때문에 이번 실무위원회 논의 결과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이 날 실무위원회가 중요한 논의 없이 종료됨에 따라 이후 열리게 될 동반위 본회의도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았던 것이다.
9일 소상공인단체장들의 동반위 방문이 있은 후 동반위는 “18일 본 회의에 앞서 16일자에 실무위원회를 한번 더 개최한다”라고 공지했다. 앞으로도 각 고비마다 동반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적합업종 선정 가이드 라인
현재 동반위의 용역을 발주받아 연구를 진행해 온 중소기업연구원은 보고서에 ‘서비스 적합업종 주요 고려사항(가이드라인)’으로 △생활형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업종일 것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업종을 우선 지정할 것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해도 소비자 만족도가 감소되지 않을 것 △국내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외국기업의 침투 가능성이 적을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 제조업의 가이드라인과 일관성을 유지하되 서비스업 특성에 맞게 일부 재조정 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하지만 서비스업종은 범위도 넓고 시장 상황을 예측할 만한 데이터가 없으며 워낙 업계의 이해가 첨해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 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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