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대 이사장이 자유한국당 주찬식 서울시의원을 규탄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임차권의 양수 양도를 금지하는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는 6월 28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서울시 지하도상가관리 조례 개정(안) 결사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이날 대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인 주찬식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의 압력으로 이번 조례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면서 “40여 년 동안 허용해 왔던 지하도상가 임차권 양도 양수를 금지하는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 정책을 믿고 지하도상가를 구입했던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치로 소상공인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인대 이사장은 “지하도상가 양도 금지는 40년간 이어진 관행을 파기하며 상인들의 재산권을 몰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러한 조치는 사전에 공청회를 개최하여 상호 간에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일방적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서 양도 양수를 중단시키려 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대 이사장은 또한 “민생을 보호한다는 자유한국당이 조례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가진 자를 위한 정당임을 여실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이날 행사에 참가해 “이번 조례개정 입법예고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며 “서울시는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를 타파하고 지하도 상가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선근 민생거북선위원회 위원장은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2015년부터 권리금 보호가 되고 있다”며 “조례 개정안은 그것을 무효로 돌리고 권리금을 건물주(서울시)가 가져가려고 획책하는 횡포”라고 비판했다.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하고 있는 지하도상가 상인들

서울시, “신의 성실 원칙 어겨”

서울시는 지난 6월 8일 지하도상가의 ‘임차권 양도 허용’을 삭제하는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조례 제11조는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 등과 관련해 “조례에 따라 발생한 권리와 의무를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 양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임차인은 조례에 따라 발생한 권리나 의무를 타인에게 양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하는 이유에 대해서 “임차권 양수·양도를 허용하여 불법권리금이 발생하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시의회의 지적과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조례 개정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6월 말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서울시는 9월 정기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를 금지할 계획이다.

조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서울 을지로, 명동, 강남, 영등포 등 25개 구역 지하상가 2788개 점포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받고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정인대 이사장은 “2015년 5월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서울시가 감사원·행자부 지적을 모면하기 위해 면피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공유재산 중 지하통로는 행정재산이지만 지하점포는 일반재산”이라며 “일반재산에 대해서는 양도·양수를 인정해야 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도 있었기 때문에 서울시의 일방적인 개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지하도상가는 1960~80년대 서울 시내 인구 과밀지역인 도심지 또는 인구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의 교통난 해소와 도시기능의 원활화를 꾀하고 유사시 유동 인원의 방공 대피소로 활용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당시 서울시는 시내 주요지역의 도로 지하에 지하도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으나 빈약한 서울시 재정 형편으로 직접 시공하지 못하고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설했다. 서울시와 계약을 맺은 건설사들은 상가를 설치하겠다는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상인들은 건설회사가 요구한 대로 임대 보증금을 지불했다.

이 돈으로 지하도상가를 건설했으며 이후 완공한 지하도상가의 시설물 일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 했다.

이런 연원이 있어서 서울 시내 지하도상가는 서울시와 임대차 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지만, 상인들의 재산권은 개인재산으로서 그 가치를 법으로 보호받아 왔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는 성명서를 내어 “1970년대 지하도상가 건설 이후 현재까지 40년간 허용해 온 서울시의 임차권 양도 양수를 믿고 많은 상인들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거나 부족하면 빚을 내어 점포 임차권을 샀으며 점포에 거금의 인테리어 시설비용을 투자한 소상공인들에게 서울시는 신의 성실의 원칙을 어겼다”고 밝혔다.

또 민간에서는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권리금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어떤 명분에서든 자영업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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