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인천 지역, 중소기업청의 애매한 태도 도마 위
“대상 뿐 아니라 CJ, 이마트, 롯데 등도 식자재 사업 진출 노리고 있다.”
인천도매유통연합회 조중목 회장은 “대기업들이 중소상인의 생계터전을 침범하고 있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조 회장은 인천 삼산동 대상베스트코(달인유통) 앞에서 회원들과 함께 대기업의 위장, 불법영업을 철회하라며 이번 달로 만 1년간 천막농성 중이다.
대상 베스트코에 분통
재벌대기업들이 SSM(기업형 수퍼마켓)으로 골목상권을 초토화 시킨데 이어, 식자재 도매유통업에도 뛰어 들고 있다.
특히 대상그룹은 2010년 대상베스트코를 설립하여 전국 18개 지역에 지사와 지점을 두고, 식자재 도매 및 마트를 오픈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부터 지역 유통상인들의 생계터전을 빼앗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식자재 중소유통상인들은 대기업의 식자재 도매시장 철수를 요구하며, 대상베스트코가 지점을 오픈한 인천, 대구, 전주, 수원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식자재 도매유통상인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식자재 도소매 및 납품업을 생업으로 살아온 중소상인들이다. 유통상인들은 “식자재 도·소매업은 주로 영세 식당들과 거래하는 대표적인 서민업종 중 하나”라며 “대기업이 식자재를 납품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많아져 운영이 어려운데, 이제 영세 식당마저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상베스트코는 “원주, 진주에서 상인들과 상생합의를 했다”며, “유통상인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소유통상인들은 “원주, 진주는 대기업이 시장을 다 잠식한 상태인데 상생합의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설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소유통상인들은 지역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대기업의 사업철수를 요구하며,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고, 생존권사수 결의대회, 철야농성 등을 계속하고 있다.
SSM 이어 도매시장까지 약탈
대기업 가운데 대상베스트코는 도매유통만 하고 있는 CJ프레시웨이 등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재래시장 인근에 마트를 만들어 매장형 소매판매 시장까지 손을 뻗쳤다.
중소유통상인들은 “가격을 20％ 이상 저렴하게 책정해 현장 소매판매까지 하면 영세 식자재 업체들은 설 자리가 없다”며 “대기업들이 대형마트와 SSM으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이제 설탕, 고추장 등 식자재 납품까지 빼앗고 있어 생존권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상베스트코가 진출한 수원지역에서는 수원유통상인연합회 소속 상인들은 수원경실련,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과 ‘대상 청정원 식자재 도매업 진출저지 수원대책위’를 구성해 6월5일 우만동 대상베스트코 수원점 앞에서 1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수원사업장 철수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천막에서 철야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대책위는 6월 19일 대상베스트코 수원점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상인대회는 대상의 도매업 진출을 강력히 규탄하며, 분노한 중소상인들이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건물과 앞마당, 차량 등에 계란을 투척하는 등 격렬하게 항의 했다.
윤희대 수원유통연합회 사무국장은 “대상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파탄 내는 식자재 유통업을 포기하고 수원에서 철수하라는 게 우리의 요구사항”이라며 “대상이 철수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조정 피하려고 불법·위장영업
한편 대상베스트코는 영업을 시작하면서 지역 상인들의 법적 대응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꼼수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원대책위는 지난 5월31일 중소기업청에 대상베스트코의 영업일시정지 권고를 받아 내기 위해 사업조정을 신청했으나, 대상베스트코는 4월2일자 거래명세서를 제시하며 영업개시를 주장했다. 영업개시 후에는 사업조정 대상에 제외되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그러나 대책위는 지난 6월 3일 오후에도 대상베스크코 수원지점은 내부공사 중이었고, 1차 상인 대회가 열린 6월 5일에도 간판조차 없었으며 대상측이 영업개시 증거로 제시한 매출전표는 위장 전표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입수해 공개한 이 거래명세서에는 용인에 있는 한 업소에 19만6050원의 식자재를 납품한 기록과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의 상호,주소,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
대책위는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건물의 준공승인 날짜는 지난 5월8일인데, 이미 4월2일 영업을 하고, 거래명세서까지 발행했다”면서 “대상 측은 건물이 완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허가를 받아 영업을 했다는 것이냐?”며 불법영업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대상측이 건물 준공 전에 실제 영업을 했다면 건축법 제22조3항의 ‘건축주는 사용승인을 받은 후가 아니면 건축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실정법 위반이다. 해당 관청은 불법행위를 조사해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은 “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은 중소기업중앙회를 거쳐 6월1일 접수됐고, 이날 우리 청은 경기중소기업청과 경기도청에 현장실사를 요청해 대상베스트코 영업사실을 확인했다”며 “따라서 사업일시정지권고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기청 입장 밝혀야”
송정만 대책위 공동대표는 “최근 중소기업청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대상 측은 5월8일 건물 준공승인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4월 2일부터 영업을 했다고 거래명세서를 제출했고, 5월31일자 세금계산서 한 장을 발행해 영업했다고 한다”면서 “이는 속임수인데도 중소기업청은 대상 측의 주장을 믿고 사업일시정지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중기청을 비판했다.
윤희대 수원유통연합 사무국장은 중기청의 사업개시 결정 판단에 대해 “중기청의 사업개시 판단은 SSM 사업조정제도 시행지침과 대법원 사업개시 관련 참고 판례에 나와 있다”면서“중소기업청이 대기업 편에서 법을 편파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국장은 “중소기업청이 규정도 무시하고, 중기청이 실사 전에 전화하고 현장에 나갔다. 대상이 사전에 준비를 다하고 실사 받았다고 하는데 짜고 봐주고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중기청의 사업개시 판단 시행 지침에 따르면 영업활동을 위한 인력확보 및 이들이 사업장에 근무하는지, 본래의 사업목정 수행에 필요한 사업장 시설을 갖췄는지, 영업활동을 위한 품목 및 수량확보, 자금결재 시스템, 판매대 등 영업활동을 위한 시설, 점포간판 등 제3자가 영업시설을 인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는지 등이다.
윤 국장은 “대상베스트코 수원점은 중기청시행지침 5개 중 영업개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도 갖추지 않았다” 면서 “중기청이 무엇을 기준으로 영업개시를 판단했는지 궁금하다”고 중기청 판단을 지적했다.
대상베스트코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식자재 납품업 진출에 대해 외식업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납품해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고, 중소유통상인들과도 상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대전지역의 경우 사업시작 1년 만에 중소 도매상인들 매출이 70％가량 줄어드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며 “우리 같은 지역유통이 무너지고 나면 영세 식당들에게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에 식자재를 공급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상의 중소유통상인들과 상생 운운하는 것에 대해 “지금도 편법, 불법 난무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중복 안된다고 하나 거짓말이다”라며 “곧 홍보물 뿌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소유통상인들 분노
대상베스트코는 상인들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제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갖은 편법, 불법 등을 교묘하게 동원하고 있다.
일단 지역 상위권 유통업체를 수십억원의 권리금을 주고 인수하고, 사장도 그대로 바지사장은 두고 위장으로 영업하다가 수개월 후 대상베스트코로 이름을 바꾸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삼산동의 달인유통이다. 인천시 도매유통협회 조중옥 회장에 따르면, 대상 베스트코는 2011년에 일단 시흥에 있는 식자재납품업체인 ‘중부상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중부상사 사장이던 차 모씨를 바지사장으로 해서 대상 베스트코 인천지사장을 시켜 작년(2011년) 7월에 삼산동 농수산물시장 상가에 대상 베스트코 오픈을 시도 했다.
그러자 상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집회도 하고 삭발도 하면서 싸웠다. 이에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하고, 중소기업청의 사업일시중지 권고로 오픈을 막았다.
그런데 대상은 올해(2012년) 1월30일 바지사장 차 모씨 매형 이 모씨에게 마트를 넘기고, 대상베스트코는 달인유통에 지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차 씨는 대상베스트코를 인수한 매형 이 씨에게 인수 자금 12억 원을 빌려주고 이씨는 ‘달인유통’을 운영한다.
대상은 달인유통 옆 150평 부지를 이 씨에게 무상으로 빌려주고 물품 창고 겸 차고로 사용하게 하고, 물품을 2개월 외상으로 거래하는 파격 특혜를 준다.
조중옥 회장은 “중소기업청은 대상이 지난 1월부터 달인유통으로 위장하여 불법,편법 운영을 하고 있는데, 제재는커녕 지난 6월 영업정지권고를 해지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상인들이 증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따지니까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인천중소유통상인들은 인천법원에 위장영업 소송을 하며, 1년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인천시 도매유통연합회 조중목 회장은 “중기청이 너무 엉터리다. 영업정지해야할 할 중기청이 정지를 해지하려고 했다”며 중기청을 성토했다.
양범석 대표는 “중기청이 자금출처, 통장거래, 친인척, 무상임대, 여신 등을 보면 대상이 위장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 수 있다” 며 “중소기업청은 대기업 편이다”고 비판했다.
중소유통상인 60만명 종사
중소유통상인들의 반발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상그룹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식자재유통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대기업들이 손을 대지 않은 분야로 자본력과 조직력이 약한 중소상인들 뿐이라서 경쟁을 한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으로서는 손쉽게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불모지이다.
식자재 시장은 크게 물류창고와 차량을 통해 식당에 직접 배송하는 B2B와 마트를 만들어 식당주나 개인이 직접 현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하는 B2C로 나뉜다. 외식업체, 단체급식, 식품 제조업체 등의 기업들과 거래하는 B2B 시장은 27.3％(23조9000억원), B2C 시장은 72.2％(62조2000억원)로 중소유통상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7.8％이다. 중소상인 약 6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시장은 2005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의 큰 성장률을 보이며 86조 1000억원(2010년 기준)에 달했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와 편의성을 추구하는 식품 소비 트랜드 등으로 인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워홈,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라푸드, 삼성에버랜드 등 상위 5개사의 지난해 합산매출은 전년도인 2010년보다 33％나 증가했다.
식자재 유통시장, 적합업종 지정해야
현재 상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수년 내에 영세 식자재 시장은 깡그리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상이 진출에 성공한 지역 사례를 보면 이는 여실히 확인된다. 한시 바삐 식자재 유통 시장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할 이유다. 이와 관련해 작년 6월 소모성 자재와 관련한 대기업 MRO 업체들과 소모성 자재 중소 유통업체들과의 사업조정 과정이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대기업 MRO 업체들의 영업 대상으로, 관련 대기업들과 그 대기업들의 1차 협력업체들에 대해서까지만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대기업 식자재 업체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단체 급식 이외의 일반 영세 식당 등에 대한 영업은 자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계속 확산일로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같은 업태의 경우도 시급히 영업 행태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 광범위한 배달망으로 똑같이 중소 유통업체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 차원에서 최소한 배달이라도 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덕성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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