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는 2년여 전부터 국내시장 진입을 위해 제휴업체를 지속적으로 물색해 오고 있으며, 특히 최근엔 한·미 FTA 발효를 업고 좀 더 적극적으로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Sysco)는 1969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의 식자재 유통 공급 업체다. 푸드 서비스 업체에 식자재 및 관련 상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텍사스 주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냉동식품, 건제품, 통조림, 냉동육류, 신선육, 과일, 해산물, 가금류 등 다양한 식품을 공급한다. 사실 품목보다는 시스템을 더 높이 평가받는 시스코는, 현재 북미 식자재 시장의 14.4%를 점유하는 선두기업이다.
이런 시스코가 국내에 상륙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한미 FTA 이후 미국 유통회사 진입에 대한 우려가 늘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식자재유통 1위 업체인 시스코와 2위업체인 US푸드서비스 등이 국내시장 진입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는 2년여 전부터 국내시장 진입을 위해 제휴업체를 지속적으로 물색해 오고 있으며, 특히 최근엔 한·미 FTA 발효를 업고 좀 더 적극적으로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식자재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이 우월한 미국 업체마저 국내시장에 들어온다면 국내 업계 판도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업기법 자본력 등 경쟁력
첨단 선진 영업기법과 유통망, 가공할 자본력과 수십년 축적된 업무 노하우 등으로 무장한 이런 회사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지역 영세 식자재 공급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한국의 내노라 하는 식자재 공급업체들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특히 한미 FTA가 본격 가동되면 그 독소조항의 위세를 업은 채 국내시장 장악은 불보듯 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는 이미 2002년 캐나다의 세르카 푸드서비스(SERCA Foodservices)를 인수하여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였다. 이듬해 북미에 있는 가장 큰 아시안 푸드 배급처인 아시안 푸드(ASIAN FOOD)를 인수했다. 2009년에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푸드 배급처인 팔라스 푸즈(Pallas Foods)를 인수하였다.
시스코는 식품뿐만이 아니라 냅킨 등 식당에서 사용되는 소모품과 장비 등 시스코에서 만든 자체 브랜드까지 27만 5천 종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미국 전역 도처에 180개 이상의 식자재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8,380대의 배송차량을 가동시켜, 레스토랑, 병원, 요양원, 학교, 호텔, 모텔 등을 비롯해 40만여 개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공룡 업체다.
시스코는 시스템즈 앤드 서비스 컴퍼니(Systems and Service Company)의 줄임말로, 1969년 존 바우와 허버트 어빙에 의해 세워졌다. 2009년 기준 매출액 369억 달러, 영업이익 18억 7,000만 달러, 순이익 10억 6,000만 달러, 총자산 102억 달러, 종업원수 5만 1,000명의 위세를 떨치고 있다.
시스코의 성공 요인으로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역의 중소형 대리점 및 유통업체를 인수합병해 이뤄낸 외형 성장, 둘째,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품목을 취급함으로써 일괄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 셋째, 물류센터 간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룬 신속한 배송, 넷째, 거래처들에게 지속적으로 영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일 등.
이 중 어느 한 가지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 식자재 시장은 전근대성과 영세성에 안주해 왔다.

국내 식재료시장 급성장
최근 국내 식재료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는 식품 소비 트랜드 변화에 따라 식재료의 주요 소비산업인 외식 및 식품가공 산업의 규모 확대에 기인한 것이다. 최근 25년간 소비 가구당 식품 소비지출 추이를 보면,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이 약 49% 감소한 반면,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배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식재료산업이나 시장 규모의 경우 관련 공식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관련 업계의 내부자료를 통해 시장 규모를 추정해 보면, 2005년 약 17~18조 원이었던 것이 2008년에는 약 19~20조 원으로 추정되고, 2010년에는 22~24조 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세부시장별 규모로는, 2008년 기준으로 외식용 식재료 시장이 약 71%, 급식용 식재료 시장이 약 24%, 기타 시장이 약 5%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5년 이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공급업체나 수요업체 모두 대부분 소규모로 산업 효율성이 떨어진다. 대형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이고, 업체의 영세성은 규모의 경제 달성을 저해한다.
유통단계가 복잡하고 물류나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유통 구조도 다단계이다 보니 최종 구매자의 구매 비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유통 소요시간이 길어 선도가 떨어지고 식품 위해요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식재료 유통 업체들이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orol point) 등 식품안전 관련 인증을 받은 비율이 저조하다.
반면 시스코에는 식품 안전성, 위생 등의 기준에 의해 슈프림(Supreme), 임페리얼(Imperial), 클래식(Classic), 릴라이언스(Reliance), 내추럴(Natural) 등 5개의 품질 등급이 있다.
특히 품질관리 전문가가 식품의 산지에서부터 고객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감독하는 품질관리 시스템은 다른 회사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갖는 경쟁력은 2006년 국내 학교급식업체의 식중독 사고를 기억하면 선명해질 것이다.

정부 중소 대기업 지혜 모아야
한미 FTA가 미국 식자재 유통업체의 국내진출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유통법, 상생법 등 중소상인 보호법도 미국에 대해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상공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현재 식자재 공급 유통 사업에 종사하는 중소자영업자는 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식자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은 풀무원 계열의 푸드머스, CJ 프레시웨이의 프레시원, 이마트의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신세계푸드, 한화리조트, 동원홈푸드 등이다.
최근에는 대상, 롯데삼강, 사조그룹도 뛰어들면서 지역 식자재상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중소 식자재 업체들은 시스코같은 거대기업이 국내에 들어설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소 유통업자들은 먼저 공공기관, 공기업, 산업체 등에 1일 1000식 이하 단체급식 사업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소규모 단체급식업은 중소업체가 맡고, 대기업은 유통업체나 식당에게 공급하는 대규모 식자재 유통시장에 주력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정부는 시급히 외국 다국적 기업이 들어오기 전 국내 중소 식자재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나서야 한다.
공동브랜드 사업 지원은 물론 유통센터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골목상권침해 논란을 종식시키고 올바른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외국계 유통업체들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 및 중소업체들의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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