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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매뉴얼화로 새로운 유행 창출“무자격 업자들 때문에 법 지키는 업체만 손해봐”
고광석 기자 | 승인 2016.12.29 16:15

부산옥외광고협회 동구지부는 지난해부터 간판의 매뉴얼화를 이루어냈다. 회원들이 간판을 같은 콘셉트로 디자인하고 설치하는 것으로,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간판만 보면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노후간판도 매뉴얼에 따라 작업한다.

한승호 지부장은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묻자 “새로운 유행을 창출하고 동구의 여건과 실정에 맞게 간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개별적으로 작업하고 공사하는 경향이 강한 옥외광고업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그만큼 동구지부의 회원들끼리 합심하고 협력해서 함께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잘 모아낸 것이다.

동구지부에서 협회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분위기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부산협회는 작년에 부산시와 협의하여 전국에서 최초로 육교현판을 제작할 때 허가서류에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의 가입증을 의무적으로 첨부하는 것을 2015년에 시 조례로 만들었다. 2016년에는 옥상광고탑 제작에도 적용했다. 그 덕분에 동구를 비롯한 각 지부에서 회원사 가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의 잦은 이동…“전문성 떨어져”
동구 등 부산 지역은 무자격 업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은 컴퓨터와 각종 장비의 도입으로 옥외광고업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예전보다 많이 쉬워졌다.

그러다 보니 간판 제작 및 시공 기술을 1, 2년 배우고 나서 일당을 뛰는 사람들이 직접 주문을 받는 일이 흔하다. 그들은 불법으로 간판을 만들면서 세금을 안 내니까 단가가 쌀 수밖에 없다.
또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간판을 불법적으로 제작하고 설치해준다. 당연히 법 테두리 안에서 간판을 만드는 업체들의 일이 거의 없어 피해가 극심하다. 법과 규정을 지키는 업자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자격 업자들은 간판을 대충 달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결국 지속적으로 안전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부산에서 태풍이 지나간 지역에 가보면 불법간판이 많이 떨어져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법제화 등으로 불법간판을 없애는 방안을 마련해서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기존에 불법으로 제작, 설치한 간판은 철거명령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한승호 지부장은 “불법간판이 많으니까 차라리 양성화하자는 명분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신고하면 인정해주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분야를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호 지부장은 담당 공무원들이 관련 서류를 검토할 때 시공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아무리 길어도 3년 만에 바뀌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호 지부장은.

실사출력의 선구자…고품질 간판도 제작

2015년 1월에 취임한 한승호 지부장은 본격적으로 옥외광고업에 종사한 지 31년 되었다. 부친이 간판을 만들어서 어릴 때부터 따라다니며 음식, 연장 심부름을 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17살 때 처음으로 줄을 타고 시공을 했다.

군대에 갔다 온 다음에 부산에서 제일 큰 실사출력 업체인 제일기획에 실장으로 들어갔다. 제일기획은 실사출력기 미켈란젤로를 전국에서 세 번째로 도입했다. 입사했을 때가 실사출력을 도입한 지 3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는데 아직 시스템이 덜 구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한승호 지부장은 제일기획에 근무하면서 컴퓨터로 편집해서 기계로 넘기는 시스템을 3개월 만에 만들었다. 슈퍼그래픽이라는 용어도 최초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2002년 11월에 개업하면서 일반 간판보다는 고품질 간판, 색다른 간판을 제작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자리를 잡았다. 굵직굵직한 작업들을 많이 맡아서 해왔는데 대표적인 거래 업체로는 한국항공이 있다.

2000년에 제일기획을 나와서 대산에서 과장으로 근무할 때 업체가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디자인을 한 것이 이후에 계속 거래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 한국항공의 공장장이 1차 디자인을 보고 오케이한 전례가 없었고, 다시 오더를 준 다음에 만족스러워서 앞으로 이 업체에 일감을 주라고 지시한 것도 최초였다고 한다.

고광석 기자  webmaster@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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