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 10명 결성, 소공인 생산․유통․판매 묶은 전략적 가교 역할

전순옥 전 국회의원 주도, 제조․유통․기획․홍보․브랜드 등 분야별 전문가 참여

전순옥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 사진)은 “소공인들이 ‘절규’한다”고 했다.“예를 들어 공임은 5만원인데, 백화점에선 100만원입니다, 소공인들은 이제 아예 우리가 만든 물건, 우리가 직접 팔자, 우리 몫을 찾자고들 합니다. 간절한 바람이자, ‘절규’죠.”피땀 흘려 만든 제품이 엄청난 마진의 고가로 팔리면서도, 정작 소공인들 몫은 쥐꼬리만한 현실을 두고 하는 얘기다. 전 의원은 “그런 불합리한 시장의 착취에 저항하는 소공인들의 목소리를 평소 뼈아프게 들어왔다”고 했다.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최근 그를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직거래 중개 네트워크, ‘텐 브리지(Ten Bridge)’다. 곧 ‘열개의 다리’란 뜻이다. 소공인들과 시장을 직접 연결하여, 그들이 제대로 된 몫을 차지할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준다는 취지다.

주문, 생산, 판매, 적정이윤 보장

많은 소공인들은 제작과 생산에 있어선 ‘달인’급이다. 그러나 만드는 것과 파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분들(소공인들)에게 자체 매장이 생기면 스스로 물건도 잘 판다? 그건 아니죠. 물건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하긴 장사를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건 잘 만들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사주는 것도 아니다. 나름의 스킬과 마케팅 전략이 있어야 하고, 장사에 걸맞은 안목과 배포가 있어야 한다. ‘텐 브리지’의 출범 배경엔 이런 고민이 묻어있다.그래서 전 전 의원과 소상공인연합회 권오금 소공인위원장 등이 중심이 되어 각 분야 시장 전문가 10명이 뜻을 함께 한 것이 ‘텐 브리지’다. 소공인들의 생산․유통․판매를 묶은 전략적 네트워크인 셈이다. 단적으로 말해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는 제품 주문과 생산, 판로 개척과 원활한 물류, 적정한 공임과 이윤 보장이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 품질, 기술, 포장기법 등도 조언하거나 도와준다.이를 위해 전 전의원 등은 전통시장이나 소공인 업계 등 현장을 돌며, 이에 맞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물색했다. 이들은 모두 소공인 진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완벽히 갖춘 ‘맞춤형’ 전문가들이다. 온라인 결제시스템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명품급 통가죽 소품의 장인, 패션과 의류 제조의 명인, 기획 전문가, 홍보의 달인, 인쇄 장인, 그리고 감동브랜드의 권위자도 있다. 전체 조직을 아우르는 총괄기획 본부장은 권 위원장이 맡았다.

각 분야별 현장 전문가들 섭외, 참여시켜

전 전의원과 권 회장은 전문가 그룹의 네트워크를 구상하면서 현장을 직접 답사했다. 신촌, 청계천 등의 장터와 전통시장을 샅샅이 훑으며 유통 전문가를 만났고, 협동조합(하나온협동조합)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 전국을 다니면서 가내공업 수준의 제조업체 물건을 팔아주고 연결시켜주는 전문가도 발견했다. 그는 소공인들과 작은 공장들 제품만으로 무려 14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판매의 달인’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텐 브리지’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 100만원씩을 갹출, 출범 기금으로 삼고, 매월 10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다. 지금껏 각자가 벌여왔던 사업도 ‘텐 브리지’를 매개체로 삼도록 했다. 매주 수요일엔 정기 원탁회의를 갖고, 실천 방안과 전략을 숙의하고 있다. 물론 ‘텐 브리지’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먼지와 소음 등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종일 작업에 몰두하는 소공인들을 향해 그저 “물건 잘 팔아주겠다”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들더러 홍보에 쓸테니 제품 사진 잘 찍어달라, 팔기좋게 포장도 세련되게 해달라 하는 건 비현실적”이란 얘기다.

정작 디자인, 품질, 기술, 포장 등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고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차별화하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기업 못잖은 명품급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유도해야 하는가 등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실행방안의 일환 ‘별도 법인’ 계획

‘텐 브리지’는 우선 손쉬운 선택으로 업종별 협동조합들과의 연계를 구상하고 있다. 의류, 수제화, 주얼리, 가방, 안경, 도자기 등의 협동조합이나 특화지원센터와 연결하여 이들을 모두 연결, 유통시킬 계획이다.

당장 어떤 제품을 선택해서 어떻게 팔아줄까 하는 것도 시급한 현안이다. 그래서 원부자재를 소공인 업체와 연결하여 실제 제품화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텐 브리지’ 전문가들은 그 실행방안으로 별도 법인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컨설턴트 전문가로부터 컨설팅도 받고, 워크숍, 토론회 등도 진행 중이다.

총괄본부장을 맡은 권 위원장은 “가급적이면 법인 대표로 청년층을 내세울까 생각도 하고, 품질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요건에 대한 검증위원회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소상공인연구원에서 그 방법론이나, 소공인들의 인프라 구축, 디자인, 브랜드 등에 관한 지원방식 등을 연구,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연구원장이기도 한 전 전의원도 이에 공감한다. “그 동안 소공인, 기술자는 그들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현장과 동떨어진 노력만 해왔어요. 현장과의 괴리를 좁혀야 합니다. 그걸 위해 ‘텐 브리지’나 소상공인연구원이 적극 나설 겁니다.”

“소공인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 100개 만들 것”

‘텐 브리지’라는 용어는 본래 구성원 중 한 사람인 감성브랜드 전문가 차재헌 교수(UAUT 교수)의 작품이다. 그는 “브리지는 ‘다리’이자, ‘부(富)리지’ 즉, ‘부’로 이끈다는 이중적 뜻이 있다”고 했다. 또한 세 가지 함의가 깃들어있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는 “잘 팔고싶다”는 소공인의 바람을 진정으로 새기며, 그들이 주축이 되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두 번 째는 수 십 년 장인으로서 자부심에 걸맞은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그들의 기술이 후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엔 세계적으로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는 ‘글로벌화’를 실현한다는게 세 번째 화두다.

‘텐 브리지’의 이런 취지가 이뤄지려면 정부 지원도 필수적이다. 전 전의원은 “산만하거나 겉돌지 않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실질적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면서 “특히 정부가 브랜드 창출사업을 지원하도록, 우리 나름의 R&D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뛰어난 장인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어주고, 그들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가 탄생하게 한다는 취지다.

전 전의원은 “소공인들 중엔 세계적 브랜드보다 더 뛰어난 제품의 장인이 많다”고 했다.

“우리 소공인들도 브랜드 100개 정도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어요. 얼마든지 ‘글로벌’ 명품으로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텐 브리지’는 그런 원대한 목표를 이루는 가교 역할을 할 겁니다.”

<박스기사>

“소공인이 직접 판매가도 정한다”

소재․가공 등 가격 형성 과정 참여, 결정…“주체적 자존감 회복”

“경기가 조금만 안 좋으면 주문업체가 공임부터 깎습니다. 소공인들은 어떻게든 공장은 유지해야 하므로, 그냥 감수할 수 밖에 없어요.”전순옥 전 의원은 “설사 다시 경기상황이 좋아져도 한번 깎인 가격은 그대로 간다”면서 소공인들의 열악한 처지를 설명했다. “지난 세월 늘 그렇게 당해왔죠. 최근엔 ‘그럴 바엔 우리가 팔자’고 나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전 전 의원은 그래서 ‘소공인의 주체적 참여’를 말한다. “가격을 정하는 논의 구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텐 브리지’ 출범에 깃든, 본질적 가치”라고 했다.“원단, 공임 등은 얼마니까, 얼마에 팔자…. 그런 걸 논의하는데 소공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죠. 그런 논의 구조에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을 포함시켜, 그들이 가격을 같이 논하고 의견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흔히 자의와 무관하게 시장 가격이 정해지는 풍토에 소공인들은 늘 무력감에 젖곤 한다. ‘텐 브리지’는 그런 현실을 개선하고, 장인다운 자존감과 자부심을 부활시켜주는 중대한 역할도 한다.예컨대 봉제 장인 A씨가 원단이나 염색업체와 직접 연결되어 캐주얼 면바지를 하나 만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A씨와 각 공정별 소공인들이 직접 원단값과 염색비, 포장과 홍보용 사진 촬영비 등을 따져볼 수 있다. 그리곤 “이걸 얼마에 팔까”를 서로 토론하고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유통마진으로 새어나갔던 가격 모순도 파악하게 되고, “이 정도 값에 팔면, 나도 만족하겠다”싶은 계산도 선다.

전 전 의원은 이를 두고 “‘돈’의 문제를 떠나 주체적 자존감의 회복”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생산자로서 존재감이 선명해집니다. 내가 왜 물건을 잘 만들어야 하느냐? 그것에 대한 확신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장인’으로서 자존심과 혼을 다하게 되고,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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