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법, 상생법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편법 개점을 일삼고 있다. 롯데 마트가 중규모 유통업체인 CS유통을 인수하여 일거에 점포수를 늘린 후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혈안이 돼 있다. 더불어 대기업들이 도매업에도 뛰어들어 영세 도매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모두 소비만 하는 게 아니다. 각자 직업을 영위하고 있다. 소득을 뺏어가면서 소비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것은 대기업에도 바람직한 게 아니다. 소매업은 물론 도매업까지 대기업이 시장을 뺏어가고 있어 국가 기능 무력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김승훈 본부장)
# 건설업체에 안전모, 안전 벨트, 면장갑 등을 공급하는 업을 해 왔다. 전국에 천여 개 업체들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업체들이 대기업 MRO 때문에 다 죽게 됐다. 이미 매출의 30% 이상을 뺏어갔다. 어떻게 대기업들이 면장갑까지 판다고 나설 수 있나. 빠른 시일 내에 적합업종 지정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큰일난다. 절실한 마음으로 빨리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한다.(안전보호구협회 관계자)
# 현대기아, 르노 삼성 등 자동차업체들이 AS센터를 차려 일반 정비업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은 처음 오픈할 때 자체 AS 정비만 하기로 하고 오픈을 했다. 한데 일반 자동차 정비까지 손대고 있는 것이다. 이들 한 곳이 오픈 하면 인근 지역 100여 개의 영세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피해를 입는다.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 달라.(정비업체 종사자)
# 자동판매기 운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커피를 200-300 원에 팔고, 음료수를 500-600원에 팔고 있다. 그런데 30여 년간 쌓아온 시장에 대기업들이 진입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영세한 이러한 업종에까지 대기업이 들어오면 어떻게 되나. 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해서 적합업종 지정을 서둘러 달라. 그리고 그 이전에 대기업 스스로 사업에서 철수해 주길 바란다.(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배영식 이사장)
# 지류도매업 분야에 400여 업체가 어렵게 시장을 형성해 왔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영세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분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심지어 폐지를 모아 압축해서 판매하는 폐지 재생업 분야에도 진출해오고 있다.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 하지 않나. 한두 대기업만 남고 우리는 다 죽게 생겼다.(서울시지류도매업협동조합 김동완 상무)
# 35년째 자전거 점포를 운영해 오고 있는 사람이다. 현재 자전거 점포업에는 전국 2,500여 업체가 골목 어귀에서 알탕갈탕 살아가고 있다. 시장은 약 2500억 원 정도 되고, 각 업체들은 평균 연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자전거 점포 사업을 한다고 뛰어들었다. LS 그룹이 자전거 점포업에 뛰어들어 전국에 14개의 점포를 냈다. 그로 인해 인근 점포들은 30-50%의 매출이 줄었다. 그 속에서 어떻게 업체들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국가적으로 제발 이를 막아달라.(자전거 점포업 종사자)
방청석 질의 봇물 터지듯
지난 달 24일 열린 ‘서비스분야 적합업종 도입 필요성 및 추진방안’과 관련한 공청회장에서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터졌다. 하도 참석자들의 발언 요청이 많아 사회자가 이를 제어하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 급기야 주최측인 중소기업중앙회 조유현 정책본부장이 “공청회 후에라도 각 단체의 애로점을 제출해주면 적극 수렴하겠다”라고 얘기해 어느 정도 무마가 됐다.
이날 공청회는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와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공동주최로 마련됐다. 동반성장위워회는 작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사업을 강하게 밀어부쳤다. 그 결과 총 82개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그 것은 모두 중소 제조업과 연관된 품목이었다. 이에 제조업 이외 서비스업종의 적합업종 지정 필요성도 소상공인업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그 결과 지난 해 말 국회는 서비스업종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적합업종 지정 빠르게 진행될 듯
하지만 사안의 시급성과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계속 지연돼 왔다. 특히 3월 그 동안 동반성장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정운찬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더 이상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크게 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유장희 위원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동반성장위원회는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중앙회는 일찍부터 ‘서비스업의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가이드 라인’ 채택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였다. 이번 공청회는 연구용역을 진행한 중소기업연구원이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 후 서비스업종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 사업은 발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인사말에서 유 위원장도 “서비스업종의 적합업종 지정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관한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도 “사회 양극화는 결국 그 사회의 총체적 붕괴를 몰고 온다. 1928년 미국 대공황과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결국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로부터 비롯됐다”라고 말하고, “우리나라 또한 상위 1%의 집단이 부의 16%를 소유하고 있어,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하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말하며, 서비스업종의 적합업종 지정 사업을 빠르게 진행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거의 모든 영역 대기업 진출
그 동안 이번 용역의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해온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연구위원은 연구 보고서에서 대기업들의 서비스업 진출 현황을 소상히 밝혔다.김 연구위원은 이런 업종을 중심으로 적합업종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날 토론자로 참여한 소상공인단체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진정한 시장 경제는 무한경쟁을 허용하는 것인가. 그래서 힘없는 업체들은 도태되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대기업들은 흑자나서 기뻐하고 있는데, 한 쪽 골목 상권에서는 피흘리고 쓰러져가는 소상공인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경북 안동시에만 이마트 하나로 마트 등 대형 마트 4곳이 한 곳당 800억원씩 연 2400여 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만큼 지역 경제도 골병 들고 있고, 세탁업, 의류상, 과일점 등 자영업도 싹쓸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하고, “헌법 정신처럼 큰 기업 중간기업, 영세 기업이 다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적합업종 선정사업이 시급하다. 핵폭탄 터지듯 대기업 한 곳으로 인해 인근 상권과 관련 업종이 몰살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기업측 토론자로 나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상혁 본부장은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업종 시장 진입의 불가피성을 밝혀 좌중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생존권 운운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다가 외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독차지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서비스업 분야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FTA를 밀어붙이기 위해 그렇게 기를 쓰더니, 이제 그 FTA를 내세워 국내 시장까지 모두 독차지하려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서비스 적합업종제도 도입방안
서비스 적합업종 도입은 품목별 지정방식과 상권별 지적방식, 가이드라인 지적 방식 등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품목별 지정방식
우선 품목별 지적방식은 자영업자 비율(밀집도), 생계형서비스업(규모의 영세성), 고용흡수력, 대기업 진입(예정)여부 등을 고려하여 영세자영업자의 보호필요성이 있는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이다.
상권별 지정방식
또 상권별 지정방식이란 영세자영업자가 밀집되어 있는 전통상업지구, 주거밀집지역(골목상권) 등을 대상으로 영세자영업자 보호지역을 지정하여 품목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을 보호하는 방안을 말한다. 주거밀집지역에 대해서는 토지용도(zoning)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이드라인 지정방식
끝으로 가이드라인 지정방식은 품목 지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영세 자영업자와 동반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형태로 적합업종을 운영하는 방안(MRO 적합업종과 유사하게 운영)을 말한다.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합의가 어렵거나 지정 대상을 정의하기 어려운 품목,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동반성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입 대상은 최근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품목이나 업종을 우선 검토 대상에 우선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되 음식점업 중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 MRO를 제외한 소규모 자본 참여 업종, 개인서비스업 중에서 영세규모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
서비스업 유형별로 다양한 형태의 매트릭스를 구성하여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통계를 이용하여 업체수 및 종사자 비중이 높은 업종을 추출하고, 대기업 진입업종(공정위), 생계형서비스업(한국은행), 규모의 영세성(소상공인진흥원)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체 총조사 자료와 연계한 뒤, 전문가 그룹을 통한 골목상권형 품목을 선정하여 사업체 총조사 자료와 연계하여 품목별지정/가이드라인지정을 위한 공통 품목 추출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범위
서비스 적합업종 적용대상을 결정하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 정도일 것이다. 첫째,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둘째 유사업종으로의 진입 가능성(주력분야와의 연관성), 세째 해당품목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으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 정도, 마지막으로 해당 품목의 시장진입여건(시장창출, 표준화에 따른 시장 진입의 용이성 등) 등이다
서비스업의 성격상 중소기업기본법 상 대기업을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서비스적합업종 도입취지에 부합한다. 다만 중견기업 중에서 주력분야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 진출한 경우에는 적합업종 대상에 포함하는 게 맞겠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서비스업 진출 현황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대기업의 주력분야가 아닌 서비스업에 진출한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는 적합업종 대상에 무조건 포함시켜야 한다.
잠정적 가이드라인
서비스 분야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은 제조업에서 적용된 항목을 적용하되 서비스업에 적합한 항목으로 일부 변경해 보았다. 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제도 운영의 효율성(10%)
① 시장 규모 : 해당 업종(품목)의 시장규모(매출액)
② 중소기업수(소상공인수, 소상공인비율) : 해당업종(품목)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수(소상공인수, 소상공인 비율)
□ 중소기업 적합성(40%)
③ 창업 자본금 : 해당업종의 창업에 필요한 평균 자본금 규모
④ 점포 규모 : 해당업종의 평균 점포 크기
⑤ 생활형 서비스 : 일상생활과 관련한 서비스업으로 구매빈도가 높고 5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사업주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을 포괄
⑥ 골목상권 :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주거밀집지역에 위치한 골목형 상권에 포함되는 업종
□ 중소기업의 성장가능성(30%)
⑦ 적합업종 선정의 실효성 : 해당 업종(품목)의 적합업종 선정으로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보호가능성 여부
⑧ 소상공인의 조직화 가능성 : 해당 업종(품목)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조직화(조합, 협회)의 가능성 여부
⑨ 서비스 경쟁력 수준 : 서비스 경쟁력 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어 적합 업종·품목으로 선정하여 일정기간 보호할 경우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이 가능한 품목
□ 부정적 효과 방지(20%)
⑩ 소비자 만족도 : 대기업의 참여가 배제되더라도 서비스 품질 수준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감소되지 않거나 소비자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는 품목
⑪ 외국계기업의 진입 가능성 : 해당 업종(품목)의 국내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외국기업의 국내 시장 침투 가능성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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