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문제는 ‘정치’의 문제”…공장혁신, 인력난 해소, 마케팅 방안 골몰 

 19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울중구성동을 지역위원장

전순옥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중구성동을)은 “서민경제가 잘 돌아가고, 소상공인들이 잘 살게 함으로써 ‘정치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구나’ 실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19대 국회 임기 후 그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중구성동을 지역위원장과 소상공인연구원 상임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요즘은 소상공인의 공장(사업장) 혁신 프로그램과 일감 증대, 인력난 해소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욕심 같아선 자신의 지역구부터 ‘모범지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정치 잘 하면 우리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원내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는 전순옥 전 의원을 소상공인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곳 지역적 특성은 어떠한가? 언뜻 봐도 소상공인과 소공인들이 밀집한 것 같은데….
그렇다. 통계상으로도 전국에서 소상공인이 제일 많다. 무려 21만개의 소상공인 점포가 있고, 공장도 많다. 봉제공장이 대략 3천500여개나 된다. 수제화 공장도 무척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쇄단지인 을지로 인쇄골목이 있고, 2천500개의 인쇄업체들이 있다. 국내 패션의류산업의 전통적 근거지이기도 하다. 동대문시장이나 평화시장 등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패션의류쪽만 해도 종사 인구가 18만이 넘는다. 중구엔 또 기업체들 본사나 금융기관 본점도 밀집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나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

‘모델’이라면…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말하는가?
우선 작은 점포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흔히 소규모 제조업을 두고 3D업종이라고 하지만, 그런 관념을 깨는 ‘3L’을 실현하고 싶다. 기술자로서 배우고 혁신한다는 의미의 ‘Learning’, 그리고 장인다운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자유로워진 전문직업인이 된다는 의미의 ‘Liberation’, 그걸 통해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는 ‘Life Changing’을 추구하는 것이다. 일본이 그렇듯이, 우리도 그런 자존감과 자부심이 깃든 중소기업과 전문 직업인들이 건재하는 ‘모델’을 이 지역에 만들고 싶다. 나아가선 그런 모범지대가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라고….

현재 소상공인연구원의 상임이사장도 맡고 있다. 어떤 계획과 복안을 갖고 있는지?
소상공인연구원은 내가 (19대) 원내에 있을 때 만든 단체다.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이 직책을 어떻게 만족스럽게 수행할까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선 대략 세 가지 정도의 계획을 실행해갈 생각이다. 첫 번째는 소상공인(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전략과 방향, 과제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공인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 그 방안을 찾는 것이다. 우선 일감이 원활하게 공급되는 가운데, 인력난이 해소되어야 한다. 요즘 소공장엔 새로 일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이걸 막기 위해선 특히 작업환경이 중요하다. 화장실이나 작업장 등이 지금처럼 열악해선 젊은 인재들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게 공장혁신 프로그램이다. 쾌적한 환경이 갖춰지면 바이어들도 호감을 갖고 신뢰하게 되며, 일감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해외 바이어도 유치할 수 있다. 다품종소량 시스템과 더불어 명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

어떻게 잘 만드느냐 하는 것과 함께,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소상공인 전반의 유통시스템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유통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흔히 소공인이 대기업에 싸게 납품하고, 반대로 프랜차이즈처럼 대기업으로부터 비싸게 받아 파는 구조가 횡행한다. 그 때문에 소비자 가격은 비싸고, 소공인은 낮은 공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6월부터 몇몇 전문가들과 함께 소모임을 가져왔다. 홍보, 기획, 유통, 조직, 인사, 생산을 망라한 10명 가량의 전문가들이다. 물론 나도 포함되어 있다. 소공인들을 위해 디자인과 상품 기획, 마케팅을 지원하는게 목적이다. 그들을 위한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텐 브릿지(Ten Bridge)’로 붙였다. 10개의 ‘든든한 다리’인 셈이다.

획기적인 발상 같은데…. 순수 민간 차원인가? 외부 지원이나 도움은 없는가?
전혀 없다. 물론 공식적으론 연구원에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순수한 재능 기부 형태로 운영된다. 각자 돈까지 내고 있다. 처음 모임을 만들 때 10명이 각자 100만원씩 기금을 냈다. 또 매월 10만원씩 회비를 갹출하게 되어있다. 목적은 오로지 소공인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고, 영세 상인들이 물건을 잘 팔게 하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이루지 못한 과제도 없지 않다고 본다. 가장 아쉬웠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 또 미완의 과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신지?
몇 가지가 있지만 특히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바꿔야한다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 소상공인의 문제가 오로지 (정부)지원정책이 아니라, 육성정책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걸 위해선 현 중기청이 중기부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으면, 중소상공인을 산업적으로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18대 대선 직후 정부조직 개편 때부터, 그리고 19대국회 내내 중기부 승격을 계속 주장했지만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이 문제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과제다. 중소상공인을 육성하고, 국가경제의 중추 기반을 닦고,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소공인을 위한 특별법(‘도시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만들지 않았는가?
그랬다. 비례대표(의원) 시절에 수많은 포럼과 세미나를 열었고, 법(‘도시 소공인법’)도 만들었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열심히 한 것 같다. 사실 독일은 1953년, 이탈리아는 1985년, 일본은 2000년대초에 비슷한 법을 만들었다. 특히 독일은 최고의 제조업 기술 국가 아닌가. 제조업 종사자에 대해 최고의 대우를 하는 나라다. 우리도 비록 독일보다 60년이나 늦었지만, 워낙에 손재주와 기술이 좋기 때문에 법과 제도, 정책이 제대로만 작동하면 그들 못지않을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발전에 도움될 만한, 평소의 지론이랄까 바람이 있다면?
소상공인들께서 주인의식을 갖는게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문제를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안 하면 정당으로선 소상공인들을 이용할 뿐, 문제를 풀어주진 않는다. 소상공인들이 상대하는 정당이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 그 앞에서 당당할 필요가 있다. 지원을 받는 예산도 결국은 우리가 낸 세금이 아닌가. 정부나 정당은 그 돈을 대신 집행할 따름이다. 정치권의 눈치 볼 필요없다. 중심에 딱 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며 정당한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다. 서민경제와 소상공업이 원활하게 작동하면, 사람들도 “정치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구나” 실감할 것이다. 정치가 제대로 바뀌지 않으면 소상공인 문제도 절대 못 바뀐다. 소상공인 문제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선 정치적 문제다. “정치를 잘 하니까 우리 삶도 바뀌는구나” 하는 믿음을 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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