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 올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79개 품목 선정 발표”(2011년 12월13일)
“전경련, 동반성장위원회가 ‘배전반’, ‘가스절연개폐장치, ‘유기계면활성제’를 적합업종으로 선정 하는 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강한 유감 표명”(2012년 1월6일)
적합업종 선정을 둘러싼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적합업종 선정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회의장에서 시작된 1차 힘겨루기는 대중 여론의 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 234개 중소 업종들이 적합업종을 신청했으나, 3분1인 79개 품목만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됐다.
신청 품목의 3분2가 반려(철회)된 것이다.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이 대기업의 시장진입으로 사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본지기사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앙회’ 공동 여론조사 참조) 적합업종 선정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신청업종 중 3분의1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대기업은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며 다양한 논리들을 동원하여 반대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판매업 분야도 적합업종 선정 대상에 포함된 가운데, 동반위 위원장이 교체되고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등 적합업종 선정을 둘러싼 사회 정치적 조건들에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적합업종 신청을 준비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작년에 적합업종을 신청했던 업종들의 경험을 되짚어 보면서 새로 보완해야 할 점이나 중점을 두어야 할 점 등에 대한 사전점검을 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 과정은 형사재판과 비슷”
작년에 적합업종을 신청했다가 판단이 유보된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이하 컴판협) 김대준 이사장은 적합업종 선정 과정을 “장소만 법정에서 ‘동반위 회의실’로 바뀐 형사재판” 에 비유했다. ‘동반위’가 조사자 및 재판부의 역할을 하고, 대기업이 피고소인, 해당 중소기업이 고소인이 된 형사재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적합업종의 선정 과정은 먼저 대기업의 시장 진입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중소기업 업종이 동반위에 ‘중소기업적합업종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중소기업협동조합’과 ‘기업단체’, ‘동일품목의 중소기업 5개 이상’ 만이 가능하다. 신청가능 업종도 작년까지는 제조업만 해당되다가 올해부터 유통쪾서비스 업종도 포함됐다.
신청서를 접수한 ‘동반위’ 사무국은 먼저 서류심사 단계에서 서류가 미비하거나 자격미달인 품목은 제외시킨다. 그리고 서류심사를 통과한 품목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분류하여 해당 실무위원회로 보고한다.
현재 동반위 내에는 5개의 주요 기능별 실무위원회와 기계쪾플랜트, 전기쪾전자, 자동차, 철강금속, 조선 등 12개의 업종별 실무하위원회가 있으며, 각 실무위원회는 실무위원장 1인을 비롯해 대기업 측 5인(담당자 3인, 전문가 2인), 중소기업 측 5인(담당자 3인, 전문가 인명) 등 1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무위원회는 해당 품목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담당자 및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 쪽의 의견수렴 및 의견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동반위’는 별도의 전문기관을 선정, 해당 업종에 대한 객관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의견수렴 및 조정에 반영한다. ‘동반위’ 오환진 대외협력부장은 “사실 실무위원회 검토 단계에서 적합업종 선정의 실질적인 결정이 대부분 이루어진다”고 했다.
실무위 조정과정에 불만
그러나 중소기업 측에서는 실무위원회 의견수렴 및 조정 과정에 대한 불만들이 많다. ‘컴판협’ 김대준 이사장은 “실무위원회 의견수렴 과정에서 각각의 품목당 개별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품목에 대한 심의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1개 품목당 적합업종 신청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짧은 시간의 설명을 듣고 실무위원회 참석자들이 해당 품목의 현황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동반위’ 측은 전문기관을 통해 실태조사를 미리 하기 때문에 업종의 현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3분의 2 가량의 품목이 탈락한 것도 대부분 이 실무위원회 의견수렴 및 검토 단계에서 결정됐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동반위’가 탈락 업종을 선정하는 과정을 좀 더 신중하고 심도 있게 진행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실무위원회 검토를 거친 안건은 2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동반성장위원 회의에서 최종심의 및 확정을 하게 된다.
물론 실무위원회 단계에서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품목은 동반위원 1차 회의에서 바로 확정을 하기도 하나, 합의가 잘 안된 품목에 대해서는 심의를 계속 하는데 의견 대립이 심한 경우 5차 회의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동방성장위원 회의는 위원장(유장희)을 비롯해 대기업 측 위원 9인, 중소기업 측 위원 9인, 공익 위원 6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소기업 협상대표는 사장인데 반해,
대기업 협상 대표는 과장 부장급
‘컴판협’ 김이사장은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대기업과의 협상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사전준비 부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적합업종 선정 협상에 나오는 대기업 측 대표들은 사전에 치밀한 자료와 대응논리 등을 준비해 나오는 데 반해 중소업종 대표들은 정보력 부족, 자금력의 한계 등으로 사전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이사장은 협상전술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동반위’ 실무위원회 회의에 중소기업 측 대표로 참석하는 사람들은 사장들인 반면 대기업 측 대표는 대부분 과장이나 부장급들이 참석하고 있어,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성이나 권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임원급 이상이 나오지 않으면 협상을 거부하는 것도 전술적으로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협상회의를 수시로 개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과쪾부장급들과 협의하다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반위’ 담당자는 “대기업들에게 임원급 이상의 참가를 요구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이사장은 대기업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먼저 협상조건을 제시하기보다는 대기업의 제안을 유도하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주장을 듣고 있다가 논리적 허점들을 찾아내 반격을 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어 가는 전술을 구사하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대기업이 먼저 협상 조건들을 제시하게 유도하면서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여 더 많은 요구를 획득하는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적인 대응 절대 필요
다음으로 김 이사장은 여론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고도의 전략적 대응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소상공인들은 여론에 대한 대응력이 너무 취약하다”며, “작년의 협상 과정을 통해 여론에 대한 조직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의 조직적인 대응은 올해 들어 전경련이 ‘적합업종 대상에 유통 및 서비스업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물론 이미 선정된 적합업종 품목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안 문제들을 지적하고 나선 것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여론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대기업의 여론 장악력에는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작년의 적합업종 선정을 둘러싼 대기업-소상공인 싸움에서는 전경련과 소상공인 개별업종 간의 대결로 전개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 단체들은 올해 공식 출범 예정인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이사장은 금년에 ‘연합회’가 공식으로 출범하면, ‘중앙회’와 함께 적합업종 선정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어 조직적인 대응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합회 산하에 ‘적합업종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적합업종’ 선정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컴판협’이 적합업종 선정에서 ‘판단유보’ 판정을 받은 원인 중의 하나로 사전준비 부족을 들고 있으나, 컴판협이 동반위에 제출한 ‘적합업종 신청사유서’를 살펴보면 그의 말과 달리 사전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데스크탑 PC의 대기업, 중소기업, 수입업체별 시장규모 및 점유율, 향후 시장전망’,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 및 가격, 연구개발 내용’, ‘고용측면에서의 중소기업의 중요성’, ‘대기업자본의 최저가 오픈마켓팅 활성화에 따른 지나친 가격경쟁 문제’ 등 적합업종 선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준비했다. “이렇게 사전준비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의 협상 과정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고 김 이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대기업이 풍부한 인력과 광범위한 정보망을 활용해 손쉽게 자료를 준비할 수 있는데 반해 사장 혼자서 업무를 거의 도맡아서 처리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입장에서는 서류준비를 하는 일 만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장영환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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