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국내 유통산업사상 최초로 전국 114곳의 대형 마트가 강제휴무를 했다. 국내 대형마트 ‘빅3’의 전체 점포 365곳 중 114곳(이마트 41, 홈플러스 43, 롯데마트 30곳. 대형마트 전체의 31.2%)이 이날 장사를 하지 않았다. 유통법 개정에 따라 지난 3월 11일 전주지역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의무휴무에 이어 대형마트 의무휴무는 이제 시작이다.
2011년말 기준 전국의 대형마트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빅3를 위사해 모두 410곳이고,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 등 991곳에 이른다. 이번에 강제휴무를 한 점포는 전체 1,401개 점포를 기준으로 하면 약 8%에 불과하다. 이같은 강제휴무는 지난 연말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전국 각 지자체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에 근거해 조례를 개정하고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이날 실시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자정~오전 8시까지 제한할 수 있고, 매월 1~2일씩 의무 휴장하도록 할 수 있다.
지역별 상권벌 편차는 있으나 이날 의무휴무는 시행 첫날인 탓에 전통시장도 그 반사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휴무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휴무하지 않는 다른 마트로 발길을 옮겼고 전통시장도 마트의 휴무 사실을 잘 몰라 대비에 소홀했다. 일부 휴무 마트는 인근 타 마트가 정상영업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대형 마트들이 한꺼번에 휴무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는 향후 지자체들이 대형 마트 휴무 조례 제정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업계도 차제에 업계 생존권을 보다 튼튼히 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어렵게 쟁취한 유통법의 입법취지가 살아날 것이다. 휴무일을 일요일 외 다른 요일로 변경하는 방안과 야간 영업시간 제한도 한 방안이 될 수 있겠다. 또 골목상권 지키기가 자칫 소비자의 불편이나 선택권 제한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홍보나 서비스 차원의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대형마트들은 영업 규제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개점시간을 1~2시간씩 앞당기거나, 휴무일 전날 할인행사를 여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또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통해 영업시간을 공동으로 조율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통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여야없이 정치권은 규제강화를 공표하는 등 대형점포 관련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본지는 현안에 대한 이해와 전망을 돕기 위해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3월에 내놓은 ‘대형소매점 규제의 해외동향과 정책대응’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췌요약한다. (편집자 주)
대형소매점 규제의 해외동향과 정책대응
경기개발연구원의 ‘현실 추세 고려한 장기적 대응방안’
1. 도시계획 시스템 개선을 통한 대형마트 입지 규제
2. 노동권, 환경, 주민참여 등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규제
3. 파트너십을 통한 경쟁력 강화
4. 전문화, 차별화를 통한 중소유통업의 생존기반 확장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급증에 따른 골목상권 논란이 확대되면서 최근 대형소매점의 진입 및 영업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휴무일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조항들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으며, 정치권은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논란 속에서 규제가 실행되고 있으나 우회출점, 대형점을 선호하는 소비문화 등으로 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우리보다 앞서 대형소매점 확산에 따른 문제를 경험한 선진국들은, 처음에는 중소상인 보호를 목적으로 한 경제적 규제에 주력하였으나 규제의 실효성 저하 및 보편성 부족이라는 문제제기에 따라 시민생활 편의를 중시하는 시스템적 규제로 전환하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이 대표적인 예이다. 영업시간 제한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완화되는 추세이다. 선진국의 영업시간 규제는 노동권과 종교생활 보장을 위해 소매점 규모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경험을 교훈삼아 현행 경제적 규제에서 보편적쪾실효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파트너십 활성화, 전문화 등을 통한 중소유통업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대형마트 규제 강화와 논란
최근 3년간 중소유통업과 재래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한 대형소매점의 진입 및 영업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SSM 급증에 따라 대쪾중소유통업간 갈등이 격화되자 2009년 정부는 「상생법」에 근거한 사업조정제도를 적용하여 간접적 출점 규제를 시행했다.
각 시쪾도에 설치된 사전조정협의회를 통한 이해당사자간 합의 유도 방식으로 진행된 이 제도의 시행 효과로 2011년에는 SSM 출점이 크게 감소하기도 했다.
또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SSM을 포함한 대형점포가 전통상업보존구역내에 출점하는 것을 제한하고,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규제가 신설 및 강화됐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업계는 유통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정치권은 규제 강화를 공표하는 등 대형점 관련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회출점 등으로 효과 불확실
그동안 대형마트들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가맹점형 SSM으로 전환하여 출점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출점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2009년 시행된 중소기업청의 SSM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 SSM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2010년 중소기업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사업조정과정에서 입점을 철회했던 SSM 직영점의 3분의 2가 가맹점 형태로 전환된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8월말 까지 중소기업청에 접수된 중소상인과 SSM 사업자 간의 사업조정 신청건수인 194건 중 37건이 입점철회로 결정났다.
그러나 24곳의 직영 SSM에 대해 입점을 철회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실제로 5곳만 철회하고 나머지 19곳은 직영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GS수퍼도 8곳에 대해 입점을 철회했지만 실제로 2곳만 철회하고 6곳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운영했다.
또 소비문화의 변화 및 관성으로 대형점 규제가 전통소매업 매출 증가로 직접 연결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대형소매점의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환경뿐 아니라, 문화와 레저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특성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한국형 대형마트는 한국인의 쇼핑정서와 구매습관을 최대한 반영시킨 주부 편의형 종합할인점 형태이다.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도록 매장을 구성하고 판매전략을 실시하며 최근에는 매장이 지향하는 컨셉 자체가 진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4년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사람들의 변화된 생활양식을 반영하여 패밀리레스토랑, 갤러리, 헬스클럽, 키즈카페 등이 유치되었다. 매장의 역할이 원스톱 생활서비스 제공에서 문화와 레저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세성 저생산성의 한국 유통산업
대형소매점이 유통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재래식 소매업이 쇠퇴하는 경향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유통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바람에 유통산업의 자본집중과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실 국내 최대 규모의 이마트도 선진국에 비하면 매출액과 글로벌화 수준이 많이 낮다. 대형소매업체 성장에 따른 자영소매점의 시장점유율 축소와 전통상업 중심지의 쇠퇴 또한 대부분 국가에서 일반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외국에 비해 소매업이 영세하고 생산성이 낮은 편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자영업 시장영역에 외국 대형유통업체의 진출 여지가 크다. 대형유통업체의 시장 확장 여지가 크기 때문에 대형마트, SSM 등의 출점 경쟁은 지속될 것이며 대형점 규제를 둘러싼 갈등 또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상공인들은 이같은 현실은 외면할 수 없다. 선진국의 발전패턴을 볼 때 우리나라의 유통산업도 소매점 규모가 확대되고, 생산성이 증가하는 발전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행 대형소매점에 대한 진입 및 영업 규제가 실효성을 가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며, 규제정책과는 별개로 영세 자영업 부문의 기업화, 조직화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 노력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사례
독일
엄격한 계획적 입지규제,
평일 영업시간 규제는 철폐 추세
독일의 대형소매점 출점규제는 도시계획에 입각하여 사회?경제적 요구와 환경보전의 양립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토개발의 관점에서 시행한다. 매장면적 800㎡ 이상의 대형소매점은 주거지역과 촌락지역을 제외한 도심부와 특별상업구역 등에만 입점이 허용되며, 이와 함께 기존 상권 매출액의 10~20%가 감소하는 피해가 예상될 경우에는 「소매유통업칙령」에 따라 지자체별로 대형소매점 출점을 제한한다.
또 독일에서는 종교생활 보장, 노동자 보호 및 소형소매점 보호를 목적으로 모든 상점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모든 상점은 일요일 폐점을 원칙으로 하며, 주중에는 지자체별로 자율 규제한다. 또 「경쟁제한금지법에 따라 대형유통업체가 매입원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2007년 Netto Marken-Discount라는 유통체인점은 3개월에 걸쳐 적정 가격의 40%까지 낮은 가격으로 버터, 우유,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판매하여 벌금형(매출의 10% 이내)을 받기도 했다.
1956년 종업원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제한법을 시행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영업시간을 확대하기 시작한 상황에서도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엄격하게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국가였다. 독일 내에서도 영업시간 확대에 대해 찬반의견이 나뉜다. 독일 소매업이 경제적 자유 속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영업시간을 좀 더 늘려야 하며,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주말에 쇼핑하는 수요가 많아져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주로 대형 소매업자가 영업시간 규제폐지를 찬성하고 있는 반면, 영세 소매업자는 규제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영업시간 규제는 수요를 집중시키고 비용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영업시간이 확대되면 추가적으로 종업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영세업자로서는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또 영업시간 규제로 원하는 시간에 쇼핑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형마트보다 가까운 영세소매점에서 미리 조금씩 물건을 사는 풍토가 생겼다. 이는 쇼핑시간을 절약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저녁시간대에 소형소매점이 영업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일본
통상마찰을 계기로 경제적 규제에서
계획시스템적 규제로
2000년 이전까지는 「대규모소매점포의 소매업 사업활동의 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형소매점 진입 및 영업을 규제했다.
사전심사신고제를 통해 점포면적, 개점일, 폐점시각, 휴업일을 조정하는 사실상의 허가제다. 미국이 1997년에 비관세장벽 혐의로 이 법을 WTO에 제소하자, 일본은 이를 폐지하고 2000년에 「대점입지법」으로 대체하면서 간접규제로 전환한다.
「대점법」폐지 이후 ‘시가지만들기 3법’을 근간으로 대형소매점 입지를 규제했다. 「대점입지법」에 따라 교통 등 주민편리성, 주변 생활환경 보호 등을 위해 대형소매점 출점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규정했다. 1,000평방미터 이상의 대형소매점 신쪾증설시에는 신고 후 설명회를 개최하여,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조정 권고 등의 절차이행에 약 10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중심시가지활성화법」에서는 교외개발에 따라 침체된 중심시가지를 미국이나 영국처럼 상권단위로 지원하여 상업집적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또 「도시계획법」 개정을 통해 대형소매점 입지가능 용도지역을 축소하여, 10,000평방미터를 초과하는 대규모 집객시설 입지가능 용도지역을 6개 지역에서 3개 지역(상업, 근린상업, 준공업)으로 제한했다.
프랑스
강력했던 진입규제가
실효성 저하로 최근 완화 추세
프랑스는 대형소매점 급증으로 영세사업자들의 생존권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면서 1973년 「로와이에법」을 제정하여 출점규제를 강화했다. 이 법은 영세상인에 대한 지원이나 대형점과 소형점 간의 사업조정 등 경제적 규제는 물론 퇴직연금 등의 사회적 지원정책 및 도시계획?토지이용규제 등을 포함한다.
매장면적 1,500평방미터를 초과하는 소매점 신설을 수반하는 건설계획에 대해서는 상업도시계획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법은 제정 이후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차례 개정되었으나, 대형소매점 수가 계속 늘어나자 1996년 보다 강력한 라파랭법」이 제정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대형소매점에 대한 규제가 경제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 집권 이후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이다. 2008년 「경제현대화법」을 통하여 허가대상 기준을 종전 300평방미터에서 1,000평방미터 이상으로 완화하고,
상업도시계획위원회에서의 상인대표 비중을 축소했다.
프랑스의 대형소매점 규제는 상인 보호를 위한 경제적 규제 성격이 약화되고, 지역의 조화로운 발전, 노동권보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영업시간 규제의 경우, 근로관련법령을 통하여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모든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을 금지한다.
미국
용도지역제에 의한 계획시스템적 규제
미국의 대형소매점 규제는 상품규제?영업시간 규제 등 경제적 규제보다는 용도지역제(zoning)에 의한 입지규제가 기본이다. 용도지역제(zoning)는 미국 주정부의 도시계획정책 중 대표적 규제로서, 교통혼잡, 소음 방지를 비롯한 각종 환경 보호?보전을 목적으로 부지쪾건물의 용도와 부지 내의 건물의 위치쪾규모쪾형태 등의 측면에서 도시개발 및 토지이용 전반에 대해 규제하는 제도이며, 반드시 유통시설의 규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복리 및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중심으로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유통시설 설립을 규제하는 것이다.
뉴욕시의 도시계획 시스템을 통한 대형소매점 출점규제 사례를 한 번 보자. 몇 년 전 월마트는 뉴욕시에 월마트를 개점키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뉴욕시에서는 소규모 상점보호와 노동조합의 반대로 인해 월마트의 개점이 거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뉴욕시에는 대형유통점의 개점쪾운영을 직접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법령은 없으며, 대형유통점 개점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로는 용도지역제와 같은 도시계획법이 전부이다.
뉴욕시에서 진행되는 대부분 개발 프로젝트는 개발지의 용도지역제 성격과 부합하고 10,000평방피터 이하 소매점인 경우, 건축과의 승인만으로 공적인 평가과정 없이 개발이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월마트와 같은 대형유통점은 특별 허가 또는 용도지역제 변경이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다.
월마트가 이 지역에 개점키 위해서는 도시토지이용에 관한 평가절차(ULURP)를 거쳐야 되고,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위원회와 시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뉴욕시 노동조합들이 월마트의 최저임금 등 근로여건을 문제삼아 뉴욕시 개점을 반대하였으며, 이러한 요구에 따라 뉴욕시에서는 월마트의 개점을 도시계획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였다. 결과적으로 ULURP에서 시의회가 승인을 거부하여 월마트 개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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