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시공업체 사람들(21)
디딤아트 정형일 대표

경남 남해 출생으로 올해 56세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부인과 슬하에 장성한 아들을 두고 있다. 정 대표는 나이와 달리 대표로서도 바쁠 때는 손을 놓는 일이 많지만 현장에서도 아직 활발히 뛰고 있다. 과거 오래전부터 시공과 관련되어 있어서 시공분야는 그야말로 확실한 작업자와 같다.  

간판의 인연은 부산 초량의 동신광고에서 시작했다. 70년대 말, 그때도 아크릴이 한참 유행했을 당시였는데, 동신광고에서는 붓으로 현수막을 쓰는 일이 가장 흔했고, 정 대표는 그때 붓으로 쓰는 광고에 푹 빠져 간판을 시작했다. 

그 당시의 월급이 만오천원이었으니 지금 금액으로 환산해도 적은 금액은 틀림이 없다. 그는 빠르게 전개하여 배운 실력으로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전국을 안 다녀본 곳이 없고 심지어 제주도에서 1년 반 동안 지낸 적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어디를 다녀도 기술로는 돈을 벌지 못해도 먹고 자고 움직이는데 간판기술이 매우 좋은 편에 속했다. 

MBC 퇴사 후 광고사 대표로

그러다 35년전 서울로 상경하여 개성광고와 경기 시공를 거치고 프리생활로 시공을 전문화 했다. 프리생활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88년도 12월 24일 정식으로 시험을 치루고 MBC방송국에 입사하여 광고를 포함하여 무대장치와 관련된 전문가로 3년을 보냈다.

이 기간에 참 많은 경험을 했던 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는 방송국을 나와 프리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동안의 프리생활을 접고 본격적인 광고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프리작업생활을 한 덕에 많은 프리작업자와 교류를 갖고 대형광고물 시공에서부터 전문적은 아니지만 시공에 관한 작업도 수주를 받아 진행했다.  

임기응변으로 치룬 국제행사

그가 광고를 하면서 잊을 수 없었던 한 가지는 1996년 조순 서울시장이 재임할 당시, 국제행사를 준비할 때였다. 시청의 계장으로 있었던 담당자가 라이온스 대회의 국제행사를 총책임지고 있었고, 정 대표는 사인물을 담당했다. 

서울시 담당자가 “내일 아침이 행사 시작인데, 무대가 너무 허전해서 문제가 있다”고 고민을 정 대표에게 말하자, 정 대표는 “바로 인근에서 일주일 전부터 또 다른 국제행사를 치르고 있던 백산화랑의 전시품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책임만 져준다면 우리가 그것을 가져다 설치하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세계만화대전에 있던 전시품을 화랑측엔 알리지도 않고 밤새 이전 설치했다. 다음날 백산화랑 안주인이 “정 대표 당신 목이 몇 개나 되느냐”며 난리를 쳤다. 임기응변으로 묘책을 세웠으나 후가 문제였다. 그러나 다음날 행사가 끝나고 난후, 바로 복구를 해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담당자는 지금도 연락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광고에서 시공을 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안고 운영하는 것과 같으며, 중국집 사장이 요리를 못하는 것과 같다”며 “그래서 그 어떤 제작의뢰가 들어오더라도 주위의 여러 작업자와 함께 자신만의 노하우로 어려움을 뚫고나간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그 어떤 현수막을 설치하더라도, 행여나 줄이 느슨해졌을까봐 거의 매일 꼼꼼하게 살피는 등 절대로 그냥 방치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선거철만 돌아오면, 각 정당은 현수막 제작을 위해 디딤아트 정 대표를 먼저 찾는다.

글 변기원 시공사위윈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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