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H공사, 정체불명의 관리단 내세워 가든파이브 파행 운영
가든 파이브 관리단, SH공사의 거수기
현재 가든파이브의 관리기구는 △SH공사에서 파견한 사업단 △입주자 대표기구인 관리단, △관리단이 실질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관리회사들인 (주)가든파이브라이프, (주)가든파이브웍스, (주)가든파이브툴 등 3가지 체제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SH공사를 대리하는 사업단 이외에 상인을 대표할 관리단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문제다. 이 관리단은 처음 구성할 때부터 말이 많았다. 2009년 8월 관리단을 구성할 당시 분양은 8300개 점포 중 130여개 점포만 분양 등기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관리단 구성은 총 23명 중 SH공사 측이 12석을 가져가 의결권을 행사했고, 각층에서 실제 영업을 하는 상인은 11석 밖에 갖지를 못했다. 여기에 SH공사는 공사측 관리단에 SH공사 출신 임직원들 상당수를 배치해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가든파이브 운영과정에서 상인들의 여론은 철저히 배제됐다. 가든파이브 상인들은 실제 상가 운영 데이터도 알 길이 없다. 상가 분양이 얼마나 됐고, 그 중 청계 상인들이 얼마나 분포하며, 또 임대 상인 비율, 영업하지 않는 분양상인 비율 등 기본적 데이터마저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그리고 SH공사의 허수아비와 같은 관리단은 대형업체 입점 결정이나, 대외 홍보, 상인들에 대한 지원책 결정 등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SH공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문제는 제1대 관리단 임기 종료로 이뤄진 지난 3월의 선거에서도 똑 같은 양상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분양상인 숫자가 더 늘긴 늘었지만, 여전히 50%를 넘지 못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따라서 여전히 SH공사 몫으로 12명의 관리단이 선출됐다.
이에 따라 여전히 상가 운영은 상인들의 요구와는 상반된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관리단은 상인을 대표하는 조직이 아닌 SH공사를 대변하는 위압적인 조직으로 계속 남아있게 생겼다.
상인들은 상가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전략을 원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위해 전대 허용, 현실에 맞는 층별 MD 변경 허용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계속 실질적인 논의 없이 헛바퀴를 돌 것으로 보여진다.
2 청계 상인들은 왜 외면했나
분양가 인하, 청계천의 핵심 도매업체 이주 재추진해야
서울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상가인데도 청계상인들은 왜 외면하고 있나. 현재 실평수 7평 기준 분양가는 지하 2억원대, 4층 1억 7천만 원, 9층 1억 2천만 원 선이다. 이는 인근 지역 상가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계상인들은 입주를 꺼리고 있다.
호화스러운 마감재, 비싼 분양가
애초 청계 상인들 중 이주 대상 상인은 약 6천여 업체로 꼽힌다. 그런데 2008년 11년 가든파이브 준공 후, 가든파이브에 분양을 받거나, 임대 입주한 상인은 약 1천여 업체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처음부터 입주를 포기하게 됐던 것은 2003년 당시 시장이었던 이명박 시장이 애초 약속했던 분양가와 실제 분양가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분양가를 실평수 7평 기준 7천만 원~1억여 원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괜찮은 상가 입지의 경우 1억 5천만 원에서 2억원을 넘었다.
SH공사 측은 원가가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상인들은 상가가 너무 호화스럽게 지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상인들이 영업하기 위한 기능과 구조가 아닌 미관 위주로 지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래저래 대다수 상인들이 입점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가든파이브의 파행 운영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도매상가의 특성상 집단 이주가 보장되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상인들이 입주하기는 어렵게 된다.
개별이주 어려운 도매상가
가든 파이브 전기전자부품발전협의회 임풍혁 회장은 “우리는 여타 업종과 다르다. 수백만 가지의 각종 부품을 다루는 업체들이 한꺼번에 이동해야 입주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가든파이브 툴관에서 영업하고 있는 한 상인도 “공구업종은 대표적인 집적업종이다. 콤프레샤를 사러 온 사람은 커넥터, 전기선, 배관까지 한꺼번에 사려고 돌아다닌다”라고 말했다. 바이어들을 상대로 하는 도매상가의 특성상 비슷한 도매업체들이 많이 몰려 있을수록 더 많은 상인들이 몰리게 돼 있다. 여기에 일반 개별 소비자들도 좀더 저렴하게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도매상가를 찾게 된다.
따라서 입주 초기부터 높은 분양가라는 문제가 빚어졌을 때부터 상가 분양을 주도한 SH공사는 중대한 방향 모색을 다시 했어야 했다. 하지만 SH공사는 이 문제를 적극 해소하려 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SH공사의 잘못된 전략
2009년 3월 취임한 두산 그룹 부사장 출신 유민근 신임 SH공사 사장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다. 그 핵심은 키 테넌트(key tenant, 핵심매장 - 소비자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매장) 유치였다.
이에 따라 2010년 6월 이랜드 계열 NC백화점이 10년간의 임대 계약을 체결하여 입점했고, ‘툴(Tool)관’ 지하 1층에는 대형 할인마트의 선두주자인 이마트가 3만3000㎡ 규모로 분양을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의류전문매장 ‘엔터6’가 연이어 입점했다.
그리고 이들 업체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NC 백화점을 유치하기 위해 SH공사는 비교적 저렴한 임대 보증금을 책정했고, 더불어 임대 보증금과 맞먹는 인테리어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했다. NC 백화점은 SH공사로부터 인테리어비용을 지원받고도 또 다시 NC백화점 입주업체로 하여금 인테리어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중으로 인테리어 수입을 얻게 된 NC 백화점은 지원받은 인테리어비용으로 임대 보증금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 지원은 작년까지 입주한 업체에 한해서 한시적으로 지원한 것이었다. 한데 올 3월 입주한 ‘엔터6’에도 인테리어비가 지원됐다. 반면 여타의 영세 상인의 경우 올해부터는 인테리어비용 지원을 중단했다.
청계천 핵심 도매상권 유치에 나섰다면
만일 방향을 바꾸어 청계상가의 키테넌트(핵심매장) 유치에 적극 나섰다면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가든 파이브 전기전자부품 발전협의회 임풍혁 회장은 “전기전자 부품업 분야에서 2천억~3천억대의 매출을 보이고 있는 대형업체들이 입점하고, 그와 거래하거나 연관돼 있는 업체들이 같이 이동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계상가의 핵심업체 입주를 추진하고 또 그와 함께 집단 입주를 하고자 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을 따로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도 SH공사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아니라면, 진즉 분양가를 현실적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현재 툴관에서 공구업을 하고 있는 임 모 사장은 “SH공사는 상가 활성화 차원에서 대형업체 이외에도 일률적으로 인테리어비를 천만 원씩 입주 분양업체에 일괄 지원했다. 인테리어비와 같은 지원을 하는 대신 분양가 인하라는 방법을 처음부터 선택했다면 상황은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든파이브가 처음부터 분양과 임대를 병행해 최근 상가시장 트렌드인 임대운영 방식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동탄 메트로폴리스나 신도림 디큐브시티 등은 대형 상가임에도 불구하고 임대방식으로 운영에 성공한바 있다. 현재 가든파이브 임대료는 청계 상가 임대료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좀더 매력적으로 가다듬었다면 역시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3 서울시 SH공사는 손해를 봤는가
활성화단지 분양해 비용 충당
가든파이브의 밑그림은 매우 좋았다. 문정 법조타운, 위례신도시, 제2롯데월드 축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송파 장지역 역세권에 위치하며, 강남 대치동에서 승용차로 10분도 안걸리는 위치에 있다. 분당, 판교로부터도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곳은 서울의 마지막 남은 개발단지로 투자여건이 뛰어나다. 가든파이브 활성화단지 안에 있는 한화건설의 오피스텔은 순식간에 100% 분양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는 15,000여실 규모의 대규모 오피스텔이다.
따라서 이 곳을 개발한 주체인 서울시 SH공사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SH공사는 이 곳을 개발하는데 1조 3천억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SH공사는 이미 활성화단지의 땅을 분양해 이 돈을 거의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SH공사는 활성화단지 내 업무시설용지와 교육복합용지를 각각 2760억 원, 2600억 원에 팔았다. 또 활성화단지 내 복합시설용지를 작년 6,8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개발이라는 취지로 평당 250~300여 만원의 낮은 가격에 수용하여 약 2,800만원 대의 높은 단가에 팔아 큰 차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 툴관에 들어선 E마트를 800여 억원에 팔았았고, 여타의 상가 분양수익까지 합치면, SH공사는 애초 투입 금액을 다 뽑고도 남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재 입주해 장사를 하고 있는 6,000여 곳의 입주민들과 분양을 받은 5,000여 곳의 상가 주인들은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4 애초에 설정된 층 단위 용도는 적정한가
처음 설정된 용도 크게 훼손
가든파이브는 대형 매장들이 들어오면서, 애초의 청계 도매 상인들의 이주상가의 모습은 크게 퇴색됐다. 그리고 처음 설정된 건물별, 층별 용도(MD)는 골간부터 크게 훼손됐다.
SH공사는 가전제품 전용 건물인 테크노관에 의류 매장인 엔터식스를 유치하기 위해 용도를 변경했다. 또 엔터식스 외에도 NC백화점, 이마트, 찜질방 등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건물별로 정해 놓은 용도를 변경했다. 이렇게 해서 의류를 팔아야 하는 층에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가 들어왔고 공구전문매장에 이마트, 찜질방, 웨딩홀이 들어왔다.
웨딩홀은 라이프관, 웍스관, 툴관 3개 건물에 모두 들어섰다. 웍스관 지하에는 2700평의 위용을 자랑하는 휘트니스 및 골프연습장이 들어섰다. 이렇게 시초의 건물 용도가 완전히 바귀는 과정은 SH공사와 그의 대리인인 관리단에 의해 모두 이뤄졌다.
하지만 일반 상인들의 층별 용도 변경 요구는 묵살되기 일쑤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백화점, 마트를 찾는 손님들이 이동하기 편하도록 통로를 만들어주면서도, 기존 상인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심지어는 NC백화점이 이웃해 있는 리빙관과 테크노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는 것도 방치됐다. 또 NC 백화점에 남아 있는 일반 상인의 분양 점포 주변을 벽으로 막아도 상인들은 항변하지 못한다. 반면 SH공사는 패션관 9층에 입주한 알렌시아 웨딩홀을 위해 창고라인을 터서 수도, 가스, 환기구 설치를 허용했다.
관리단을 앞세운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상가 운영에 대해 상인들의 불만은 터지기 직전까지 차오르고 있다.
이와중에서 지난 해 새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2월 상가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은 가든파이브의 전반적인 점검과 방향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박원순 시장측은 최근 SH공사에 가든파이브와 관련된 신규사업을 자제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가든파이브 사장 임기가 3월에 끝나고, 새 사장 응모를 4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새 사장이 선임되면 가든파이브와 관련한 전향적인 대책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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