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월 27일 본회의를 열어, 신용카드 관련법인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사는 정당한 사유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18조 3항을 신설하고, 동조 2항에서는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신용카드업자가 위와 같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함에 있어서 준수해야할 사항’을 정하게끔 규정했다. 이에 따라 큰 틀에서 가맹점 수수료는 특별한 이유없이 대형 및 중소가맹점간 수수료 차이를 둘 수 없게 됐다. 매출 대비 정률로 공제되는 가맹점 수수료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심각한 부담이었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연 1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할 때 음식점은 가맹점 수수료로 259만원(2.59%), 숙박업 326만원(3.26%), 패션잡화점 320만원(3.20%)의 수수료를 물게 된다. 반면 백화점은 226만원(2.26%), 대형 할인점 189만원(1.89%) 종합병원은 150만원(1.5%), 정부는 국세 수수료로 120만원(1.2%)의 수수료를 문다.
패션 잡화점은 종합병원에 비해 2배 이상의 수수료를 물고 있는 것이다. 패션 잡화점을 예로 들 경우 연 1억원의 매출을 올릴 때 순수익은 약 600만원(이윤율 6% 기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중 326만원이 가맹점 수수료로 빠져나간다면, 순수익 대비 50%가 넘는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셈이다.
후속조치가 문제다
이 법은 준비기간을 거쳐 올 12월부터 시행되게 된다. 문제는 이후의 후속조치다. 즉 이번 개정안의 18조의 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용카드업자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함에 있어서 준수해야할 사항’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이를 어떻게 규정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소상공인업계는 그 항목에 ‘동일 업종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의 차이를 두어서는 아니 된다’ 라고 하는 조항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즉 똑 같은 옷을 사는데, 대형마트에서 사면 1.8%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거리의 의류점에서 사면 3.2%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불합리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갈래를 추려보려면 가맹점이 왜 수수료를 무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의문부터 풀어봐야 한다.
왜 가맹점 수수료는 내야 하나
가맹점 수수료는 애초 카드 매출이 외상 매출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외상으로 결제를 하면 일반적으로 매출이 불어나는 효과가 있고, 가맹점은 그로 인한 카드 시스템 유지비용을 수수료로 부담하는 것이다.
더불어 카드 고객이 외상으로 카드를 긁고, 한 달여 후에 돈을 내는 대신 카드사들이 앞서서 가맹점에 돈을 지불하는데 들어가는 이자 비용도 포함돼 있다. 또 과거 초창기 카드가 막 나왔을 때 일일이 전표를 수거하여, 전산에 입력하는 밴사 비용도 들어있다.
따라서 이 같은 카드 시스템을 유지하는데서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는 카드 시스템으로 돈을 더 버는 대형 가맹점들이 더 많이 물어야 하는 구조가 상식적이다. 이번에 개정된 개정안의 후속조치가 마련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지 주목된다.
카드사들의 반발
이번에 개정안 통과 막바지까지 쟁점이 됐던 사항은 금융위원회의 우대수수료 결정권한의 문제였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직접 우대수수료율을 정하도록 규정(18조의 3의 3항)했다. 이 같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사업장 규모는 연 매출 3억원 규모 이하의 사업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야간 합의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금융위원회까지 가세함으로써 과연 원안 통과가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금융위는 이례적으로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을 규제하면 헌법 제15조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이에 따른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매년 모든 카드사의 원가를 분석해 수수료율을 제시하라는 법은 집행할 수 없다”고 거부의사를 공식화했다.
카드수납의무화 제도 위헌
이같은 금융위원회의 입장에 대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회장 김경배, 이하 연합회) 또한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2002년 정부는 세원 투명화를 명분으로 가맹점 카드 수납 의무화 정책(여전법 19조 1항)과 이의 위반시 형사처벌(70조 3항 5호)하는 조항을 도입했다”라고 밝히고, “이를 통해 정부는 카드사들로 하여금 가맹점에 단말기 하나씩 설치해 두고, 매월 소상공인로부터 정률의 고혈을 짜내가도록 엄청난 특혜를 베풀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어 “만일 금융위원회가 헌법이 정한 영업의 자유를 중시했다면, 진즉부터 가맹점 카드 수납 의무화 정책(여전법 19조 1항)을 수정했어야 했으며,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이같은 처벌조항(70조 3항 5호)을 삭제하고, 가맹점들로 하여금 신용카드보다 수수료율이 낮은 현금영수증제나 직불카드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는 자유를 보장했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연합회는 “지난 10년 동안 이를 방치해 놓고, 이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대해, 위헌 운운하는 금융위원회가 과연 정부기관인가, 아니면 카드사 대변 기관인가”하고 몰아세웠다.
가맹점수수료 국가개입 명문화
하지만 국회는 카드사들과 금융위원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애초 정무위원회에서 채택한 여야 합의안을 원안 통과시켰다. 이로써 국회가 결국 카드 재벌들의 로비에 의해 휘둘리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는 한낱 기우였던 것으로 판명났다. 이에 대해 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대기업들의 온갖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여야 가리지 않고 서민의 손을 들어준 참으로 용기있는 모습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법이 통과되자마자 오는 4월 국회에서의 재개정을 주장하는 카드사들에 대해 연합회는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고자 하는 행동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법 개정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그 동안 사적 영역에 불과했던 가맹점 수수료가 이제 공적 부분으로 상당부분 넘어오게 됐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즉 중소상인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를 일차적으로 카드사들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에 이를 촉구하고, 정부로 하여금 좀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또 정부는 의무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원가를 산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즉 우대 가맹점 수수료를 정하려면, 가맹점 수수료 원가부터 산정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및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원가도 일정하게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형 및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 차이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이훈 기자 ihjung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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