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공격적 확장전략으로 선회, 대책마련 시급
지난 해 3월 코스트코 코리아의 프레스톤 드레이퍼 대표이사가 미국 LA를 방문했다. 한인 부동산 전문가를 찾기 위해서였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드레이퍼 대표는 “한국에서의 성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매장 확대를 위해 우선 이중언어가 가능한 부동산 전문가를 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분야의 인재들도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원 광주 인천 등 잠재력이 있는 도시들도 많다. 앞으로 계속해서 매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미국계 다국적 유통재벌인 코스트코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9월말 코스트코 울산점 개점 예정
작년 말 코스트코 울산점 공사가 시작됐다. 코스트코 울산점은 울산 북구 진장동 진장유통단지 안에 지상 4층, 연면적 3만1159㎡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과 해당 구청인 울산 북구청의 건축승인 보류로 1년 4개월여 동안 표류돼 왔다. 하지만 울산시에 행정심판을 요청하는 우회적인 절차를 통해 끝내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갔다. 건축기간은 9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여 올 9월께는 개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당 지역 상인 단체들은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코스트코 광명점 입성은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광명시가 유치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6월 말 양기대 광명시장은 KTX 광명역 인근 일직동 163-3번지 일대에 글로벌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가 들어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코스트코 유치에 적극적인 광명시장
코스트코 코리아(주)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토지 3만4천19㎡를 30년간 유상임차 한다. 또 이곳에 250억원을 투자해 매장과 주차장 등을 갖춘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스트코는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신청해 지난 해 8월 도면 일부 변경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중 코스트코 광명점을 개장하는 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트코 광명점에는 현재 코스트코 양평점의 한국 본사도 이전할 예정이다. 코스트코 본사가 이 곳에 옮겨오면 그 상징성이 매우 클 전망이다. 쾌속으로 영호남 남쪽 끝까지 접근할 수 있는 우리나라 유통의 심장부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통 심장부 진입효과
당장 수도권 남부 지역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곳에 코스트코가 개점하면 서울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신림동 일대와 시흥 및 부천, 광명, 안양, 군포 의왕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 곳에 코스트코가 들어서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2014년 개통되는 강남순환고속도로 개통이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에서 이 곳까지 불과 20분이면 접근이 가능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코스트코 양재점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다.
이외에 부천 오정물류단지에도 코스트코가 유치된다는 소문이 나돌아 현지 중소 상인들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해 7월 부천시수퍼마켓협동조합(이사장 백원선)을 비롯한 지역 상인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코스트코가 입점하면 가까이는 부천시 오정구와 인천 부평쪾계양구, 서울 강서구를 상권으로 할 것이며, 이미 입점한 서울 양평점, 고양시 일산점, 입점예정인 광명 KTX역사점 등과 더불어 부천시를 포위하듯 입점하여 부천시의 중소유통상인쪾재래시장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반발했다.
가공할만한 브랜드 효과
실제 코스트코의 입점은 일반 국내 대형마트 개점에 비해 몇 배의 위력을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난 2010년 회계연도(2009년 9월~2010년 8월) 매출은 1조 5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국내 대형마트 기존점 매출이 뒷걸음질쳤던 것과 대비된다.
국내 7개의 점포당 연간 평균 매출은 2255억원으로 1000억원 수준인 이마트의 두 배가 넘는다. 코스트코 양재점의 연간 매출은 3700억~38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형마트 ‘빅3’의 1위 점포인 이마트 은평점, 홈플러스 월드컵점, 롯데마트 월드점 연간 매출(2200억~2500억원 수준)을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코스트코 공격적 확장의 배경
코스트코는 지난 2005년부터 작년까지 불과 2개점을 오픈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올해에만 이미 두 곳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공격적 개점은 국내 코스트코의 최고 경영자에 의해 지난 해 3월부터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이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중국의 경우는 아직껏 코스트코 매장이 한 곳도 없다.
현재까지 중국 입점을 계속 보류해 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내 법규의 문제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그 만큼 코스트코는 보수적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국내에서의 공격적 확장 전략에 대해, 한미 FTA 발효가 일정한 계기가 됐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발효는 코스트코 코리아에게 호조건으로 작용한다. 우선 관세의 철폐로 국내 코스트코 매장의 30%에 이르는 미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한미 FTA의 ISD의 효과
또 한미 FTA의 ISD(투자자 국가 제소 조항) 제도로 인해 국내 영세상인들의 반발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코스트코는 울산점 개점 건축 허가를 받는데 1년 4개월이 소요됐다. 울산 북구청이 영세 상인들에 대한 악영향을 이유로 계속 건축허가를 보류했기 때문이었다. 건축 허가를 받은 후 코스트코는 울산 북구청을 상대로 10억여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현지 상인 단체들은 건축 허가를 받은 코스트코를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올 9월 개점 예정으로 있는 코스트코 개점에 일정한 진통이 예상된다.
문제는 올 3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치단체의 건축허가 보류나 영세 상인을 위한 사업조정 제도가 더 이상 먹혀들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 한미 FTA로 인한 피해 인정
중소유통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코스트코는 한미 FTA 상의 ISD 조항을 내세워 즉각적인 가처분 소송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실 임종룡 실장도 인정했다.
임 실장은 지난 해 말 진행된 KBS 토론에서 국내 소상공인들에 대한 ISD 조항의 여파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놓았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문제점을 얼버무렸다.
조약 상의 문제가 당사국 정부의 구두 약속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상식 이하의 답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지난 해 말 어렵게 통과된 유통법 개정으로 현재 지자체마다 대형 유통업체의 의무 휴업일 지정 및 영업시간 단축 조례안 제정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 또한 코스트코는 한미 FTA 협정 위반으로 묵살할 수 있다.
소상공인업계 비상
실제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지방 소도시에 일정 기간 대형 유통업체 입점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다 좌초되기도 했다. 한미 FTA에 위배된다는 법적 해석 결과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코스트코가 국내 유통업계를 대신하여 총대를 메고 국내 유통법, 상생법, 그리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 법안을 무력화시킬 경우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국내 대형 및 중소 유통업체간 균형추 역할을 해온 법적 장치들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리게 된다.
한미 FTA 발효와 함께 코스트코의 공격적 확장 전략이 맞물려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소매업계 판매 1위인 월마트마저 무서워한다는 코스트코에 맞설 수 있는 국내 소상공인업계의 비상한 대책이 절실하다.
정이훈 기자 ihjung815@hanmail.net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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