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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영업지역’ 가맹계약서 보셨나요?가맹사업법 영업보장 ‘글쎄’...“공정위 거리제한 규정 부활해야”
관리자 | 승인 2016.02.17 17:49


프랜차이즈 가맹점 간 거리제한 규정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이 지난 2014년 5월 폐지된 이후, 영업지역 보장을 둘러싼 본사와 가맹점의 다툼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아래 가맹사업법)’에 영업지역에 대한 조항이 도입된 이후 모범거래기준이 폐지되었지만 정작 가맹사업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개정안 손질 당시 공정위에서는 “제12조 4항의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조항’을 통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거리기준을 보다 더 엄격히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관련 조항이 영업지역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통제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공정위가 지난해 5월 가맹점 재계약시 이전의 영업지역 축소를 요구하는 등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지엔푸드(브랜드명 굽네치킨)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1700만 원을 부과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 역시 가맹사업법상 영업지역 보장조항을 적용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정위가 지엔푸드의 거래상 지위남용을 인정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거리제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오히려 더 늘고 있다는 게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가맹거래사들의 주장이다.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동주 정책위원장은 “모범거래기준 폐지에 따른 후유증이 곳곳에서 곪아터지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장 대표적인 횡포가 일방적인 영업지역 설정”이라고 말했다.

상권보장 10m...누가 살아남을까
특히 가맹사업 관련 경영과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는 몇몇 가맹거래사를 취재한 결과,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10m 가맹계약서가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길가맹거래사무소’ 소속 정종열 가맹거래사가 건네준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 업계 A사의 2개 가맹점이 계약서상에 ‘10m를 영업지역으로 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들어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B사의 정보공개서에도 ‘점포 중심으로 도보 거리 30m를 영업지역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근 A사는 비상식적인 영업보장 거리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계약서에 명시된 종전의 10m를 500m로 수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10m, 30m짜리 가맹계약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최근에 확인했다”며 “만약 공정위의 거리제한 규정이 지금까지 있었다면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과연 비상식적인 이런 계약서를 만들 수 있었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본사의 갑질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편의점 업계에서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맹점주와의 협의를 통해 최소 250m의 영업지역을 보장해주려는 본사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나 다름없는 영업지역 보장과 함께, 일부업계에 만연된 본사의 일방적이고 실질적인 영업지역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이 부활될 필요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2월 1일 통화에서 “화장품 업계의 특성상 화장품 대리점이 특정지역에 밀집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범거래기준이 적용될 당시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며 “거리문제로 인해 민원이 접수될 경우, 이 부분에 대해 적극 검토를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대상 받았지만 가맹 본사 아니라니...
최근 셀프빨래방 업계에서도 거리제한을 둘러싸고 본사와 가맹점 간 마찰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C업체와 ‘1km 영업보장을 한다’라는 특약을 넣어 D셀프빨래방 가맹계약을 체결한 문아무개씨도 “본사가 1km 영업보장 계약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2013년 800m, 2014년 600m 지점에 가맹점을 잇따라 오픈해주었다”며 “이에 수차례 시정요구를 했지만 본사는 들어주지 않았으며, 또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결국 지난해 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13일에 있었던 1심 선고공판에서 ‘판매금지 기간은 무제한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약정의 유효기간은 5년을 초과할 수 없다’ 등의 이유로 C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재판부는 가맹사업법의 적용 여부는 배제한 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 민법 제103조에 준해, ‘5년이라는 기간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C업체 측도 재판과정 내내 가맹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변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C업체 관계자는 2월 2일 통화에서 “창업문의가 들어올 때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점을 주지시키는 한편, 지금까지 일체의 가맹비도 받지 않았다”며 “D셀프빨래방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고객들에게 관련 장비만 판매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관련 장비의 판매매출을 올리기 위한 홍보수단으로 홈페이지 상에 160호점까지 상호명을 공개했다”며 “프랜차이즈란 오해의 소지를 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시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계약서에 상권보장 약정을 받아도 5년이 지나면, 모두 무효가 된다는 것을 말해준 판결”이라며 “자영업자 5년 생존율이 20%인 상황에서, 재판부가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상권보장마저 도외시한다면, 과연 어느 소상공인들이 살아남겠느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현재 문씨는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하고 항소를 한 상황이지만, 관련 단체들은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C업체가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가맹본사라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항소심에서도 계속 가맹본사가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씨는 “가맹점 입장에서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담보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영업지역 보장”이라며 “2심, 3심까지 가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 적극 변론하는 한편, C업체가 가맹사업을 하고 있다는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겠다”라고 다짐했다.
C업체는 2009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주관하는 ‘한국프랜차이즈대상’ 서비스업 부문에서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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