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소통하겠습니다"

“분열의 책임 인정, 상처 입은 분들께 죄송”

최승재 회장은 2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거리낌없이 인터뷰에 임했다. 예민한 질문에도 피하지 않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도 해명할 것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만일 사전에 연출하는 인터뷰를 원했다면 아마 서면 인터뷰를 가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있는 그대로 사실에 입각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와의 인터뷰는 근 2년여 만이었다. 유독 최회장은 본지에 대해서만은 일정하게 거리감을 두어왔다. 그렇지만 그는 이번 인터뷰의 의미에 대해 재통합 후 첫 인터뷰라고 말했다. 이제 그는 자신과 정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하고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현재의 감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 소상공인 한 명 한 명이 느끼는 억울한 점과 불합리한 점, 잘못된 정책과 관련되어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소상공인연합회가 태동했죠. 법이 통과돼 발효가 된 후에도 벌써 3년이나 흘렀습니다. 이제야 통합 연합회가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야 통합이 됐구나 하는 안도감도 느끼지만, 그 동안 저를 비롯한 리더들의 잘못으로 이렇게 장기간 연합회가 표류했던 것, 그로 인해 많은 소상공인들이 좌절하고, 연합회로부터 지원 하나 제대로 받기 어려웠던 점, 크게 반성합니다.

명실상부한 단일 회장으로서의 각오는

: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상호합의를 통해서 회장으로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쉬운 건 아니겠죠.

지금부터 새롭게 도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통합회장으로서 회원들을 포용하고 회원들의 마음을 다독거려서, 연합회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그거는 회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얻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합회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힘든 과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열에 대해 회장으로서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만

: 회장으로서 연합회의 분열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해요. 분열이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가, 어떤 사람의 책임인가를 따지기 전에 소상공인연합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권익을 대변하고 추구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고,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게 지연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져야죠. 리더로서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의 책임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스스로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리더는 자기의 잘못을 변명하기보다는 반성을 통해서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해요. 리더로서 분명히 반성해야 합니다. 리더가 먼저 말과 행동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조직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 일환으로 진즉 물러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 사실 물러나자 하고 마음 먹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연합회 내부의 혼란과 업무 지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가 물러날 경우 그 동안 저에 대해

펴져 나갔던 많은 오해들, 의구심들을 결국 제가 사실인 것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동안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싶었고, 진정성을 갖고 몸을 던지겠다 하는 의욕도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만 두면 한편으론 혼란을 만든 사람이 또 다른 혼란을 야기시키는 결과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단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뭔가 이뤄내자. 그렇게 해서 어떤 결과가 만들어지면, 이거야말로 내가 진짜 원하는 거였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결론적으로 최승재라는 사람은 자기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소상공인연합회의 테두리 안에서 소상공인들을 합심시키고 소상공인연합회를 튼튼한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의 과정을 거쳐 왔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 명분을 너무 소홀히 해오지 않았나 하는 비판도 있습니다

: 인정합니다. 저에 대한 오해가 커질수록 그 오해를 빨리 벗으려면 뭔가 빨리 결과를 보여주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정한 무리수를 범하기도 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로 인해 일정하게 상처를 입었던 분들, 어려움을 느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이제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원칙을 지킬 생각입니다. 그 사이에 저도 많이 성숙했고,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갈등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적극적으로 연합회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인데도 권리와 책임의식에 대한 균형 감각이 떨어질 수 있어요. 또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자신의 생각과 입장이 전체 사람들에게 얼마나 파장을 미치는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일만이 최고의 일이라고,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랬을 때 극심한 혼란이 오잖아요. 그런 걸 중간에서 조율해주고 조절해주는 게 필요하죠.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 중소상공인 희망재단과 관련되어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 제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로부터 렌털 차량을 무료로 제공 받았다는 것은 경찰을 통해 충분히 해명했습니다. 광범위하게 계좌 추적도 이뤄졌지만, 저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렌털차량 이외에 그 이상 제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인 제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희망재단의 기금을 유용했다는 미래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미래부에 대해 세세히 해명을 했고, 일부 돈은 반환하기도 했습니다. 희망재단에서 정액제로 급여를 받은 것은 제가 집행권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해명을 했고, 이에 대해 이사회에서도 동의를 해줬어요. 다른 사항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대부분 해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고광석 기자

소상공인호의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은

이젠 희생과 포용과 신뢰의 리더십이다

원래 제 성격이 도전하고, 효율성 있게 일을 추진하고, 그런 후에 빨리 결과를 창출하는 데에 주로 관심이 팔려 있습니다. 이런 성격이 지금까지 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일정하게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한데 이제 저는 그러한 리더쉽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지금은 희생과 포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원래 도전적인 사람

소상공인 단체가 어떤 이유로든지 많은 상처를 받았죠. 자신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받은 것도 있고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자신이 받은 것도 있고 오해로 인해서 받은 것도 있어요. 근데 누군가는 가서 다독거려 줘야 한다, 연결시켜 줘야 된다는 거죠. 그러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제가 먼저 다가가서 포용하는 게 필요해요.

동그라미는 미세한 부분을 채웠을 때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어요. 그런 동그라미를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다수가 동그라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절대로 동그라미가 채워질 수 없고 굴러갈 수 없어요. 그래서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채워야 한다는 거죠.

예전에는 성과를 빨리 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중요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하든지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다가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업계를 위해서 꼭 하고 싶은 것은

소상공인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연합회 만들터

소상공인의 숫자가 많아요. 그런데 많은 소상공인들이 소상공인연합회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집단이냐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요. 연합회 일을 사람들은 단지 앞에서 앞장서는 사람, 내가 좀 아는 사람,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 정도로만 보고 있죠. 그뿐만 아니라 내부 분열과 세력 다툼을 겪고 있는 집단으로 비쳐진 게 사실입니다.

구멍가게 사장, 빵집 사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소상공인연합회가 우리를 위하는 곳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바뀌지 않으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어떤 역할도 제대로 완수할 수 없죠. 제 임기 동안에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단체가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소상공인들이 정책적으로 소외당하지 않고 불공정하게 대우받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리고 소상공인들이 정말 열심히 사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비쳐지는 것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서 국민 열 명 중에 세 명이 행복하고 일곱 명이 불행한데도 대한민국 전체가 행복한 것으로 호도되는 것을 바꿔야겠죠.

국민 열 명 중에 최소한 일곱 명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소상공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인 화두라고 봅니다. 그 화두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 소상공연합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사업가로서 최승재 회장은?

의류 회사의 잘 나가는 영업맨 출신

PC방 사업도 승승장구, 소상공인 운동하면서 하나씩 매도

최승재 회장은 군대에 갔다 와서 바로 의류 회사에 들어갔다. 당시로서는 꽤 큰 의류 회사의 명동지사였다. 그런데 그는 원래 출근 시간이 8시 30분인데 제일 먼저 7시 20분까지 출근해서 청소를 다 해놓았다. 이러한 과정을 지사장이 눈 여겨 보고 있다가 강남지점의 지점장으로 발탁했다. 20대 후반 나이의 초고속 승진이었다.

지점장이 되고 나서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좋은 음악을 틀어주고, 매장의 음악을 잔잔하게 깔아주어서, 손님이 쇼핑을 기분 좋게 하도록 만들었다. 또 손님이 들어오면 전 직원이 인사를 했다. 그런 노력들이 매출에 영향을 주어서 전국의 470개 매장 중에서 1위를 했다.

470개 지점 중 1위 의류매장 일궈

그러다가 1996년에 의류업체를 직접 차려서 일본으로 수출을 했다. 그런데 1997년에 외환위기가 닥쳐왔다. 환율 때문에 받아야 할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몇 배 더 많아졌다. 결국 부도가 났다. 그때 의류를 보관하는 창고가 몇 개 있었다. 그곳에 피시방을 차렸다.

피시방을 시작하면서 일하는 사람을 잘 뽑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아르바이트 인원이 5명이 필요하면 30명을 뽑는다. 인건비와 차비까지 주면서 3일 동안 일을 시켜본다. 문 여는 거, 카운터 보는 거, 청소하는 거 등을 가르치면서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청소하는 모습만 지켜봐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다. 마대자루를 갖고 힘을 줘서 청소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마대자루를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걸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직원을 뽑으니까 장사가 잘되었다. 영업을 시작한 첫날부터 대박이 나서 피시방을 여섯 개나 벌였다.

장사가 잘 되니까 컴퓨터를 고칠 새가 없었다. 100평 되는 창고에 새 컴퓨터를 장만해 놓고 고장 나면 바로 교체해 주었다. 아르바이트하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직원이 80명 정도 됐다.

자영업자로서 돈도 잘 벌리고 가족과도 즐겁게 지내면서 나름대로 행복했다. 그런데 동네의 여러 자영업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불합리한 대접을 받아야 하나 생각했다. 그래서 소상공인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상공인 운동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피시방 일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어 사업이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도 아침마다 눈을 뜨면 행복했다. 오늘도 나가서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해결할 일이 있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 해서 사업가 최승재는 소상공인을 위해서 헌신하는 일꾼으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소상인연합회 최승재 회장

▷소속 :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경력사항

2015.08~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2015.04~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2014~ 소상공인연합회 공동 회장

2014 중소상공인희망재단 등기이사, 운영위원장

2013~ 전국소상공인살리기운동본부 대표

2013~ 국회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공동단장

2013~ 한국콘텐츠공제조합 등기이사

2012 중소기업 규제개혁 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