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현장을 가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15일 ‘초·중·고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수업용 교재 구입비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방과 후 학교 수업료에 대해서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교재 구입비로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학교 등에서 구입한 교재 구입비’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즉 학교 밖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한 방과 후 수업 교재의 경우에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또 다시 손질에 들어가 지난 6월 28일, ‘학교 외에서 구입한 초·중·고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수업용 도서의 구입비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단서 조항에 추가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김 모 사무관은 지난 8월 1일 가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방과 후 수업이 정착됨에 따라 관련 교육비 공제 확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졌으며, 기획재정부 내부적으로도 개정 필요성을 느껴서 두 차례에 걸쳐 시행령을 개정하게 됐다”며 “특히 학교 외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한 방과 후 수업용 도서 구입비도 소득공제로 포함시켜달라는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가 있어, 지난 6월의 두 번째 개정 시 이를 단서 조항에 포함시키게 됐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해 당사자들이 누군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또 교육부가 이해 당사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비껴갔다.

학교는 장사치…
이처럼 김 모 사무관은 즉답을 피했지만, 그 이해 당사자가 마치 학부형이나 도서 관련 단체들의 요구인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말꼬리를 흐렸다. 즉, 교육비 공제 항목이 더 늘었고, 학교 밖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한 도서 구입비에 대해서도 소득공제가 되니 학부형 입장에선 더 좋은 것이 아니냐는 식이었다.
특히 그는 학교의 일괄구매가 아닌 학교 밖 개별구매를 통한 도서 구입비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해줌으로써 학교 앞 서점을 찾는 학생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생을 둔 금천구의 한 학부형은 “소득공제 관련 증빙자료를 매년 챙겨왔지만, 관련 시행령이 어떻게 바뀌는가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학교에서 학부형을 대신해 교재를 일괄구매한 후 그 비용을 통장에서 수시로 인출해가는 상황에서 어느 학부형이 교육비 공제에 관심을 갖겠느냐”라며 반문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준비물 없는 학교 만들기’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학교에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또 그 통장에 관련 비용을 입금해야만 하는 사실에, 배움의 터전이어야 할 학교가 마치 장사치로 보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학부형도 “지난해 체육복 구입비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국세청에 수차례 문의 했더니, ‘문구점이 간이사업자라서 안될 것이다, 문구점에 체육복을 납품해주는 업체를 통해 증빙자료를 받아야 한다’ 등 통화할 때마다 다른 답변을 들었다”며 “결국, 국세청으로부터 관련 서식을 받아 문구점에서 받으면 된다는 최종 답변을 들었지만, 포기한 채 증빙자료를 만들지 않았다”라고 실토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구점과 별반 차이가 없는 학교 앞 서점에서도 소득공제에 필요한 증빙자료를 챙긴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학부형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교내 상행위 금지
“교육비 공제, 그 중에서도 학교 외에서 구입한 방과 후 도서 구입비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해주면, 학교 앞 서점을 찾는 학생 수가 늘 것이라고 기획재정부는 기대하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박대춘 회장의 주장이다. 특히 박 회장은 “이미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일괄구매입찰을 통해 학습준비물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화됐는데, 어느 교장이 이를 무시하고 학교 앞 서점에서 관련 도서를 구매토록 얘기하겠습니까”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박 회장은 또 “우리 입장은 하나”라며 “학교 앞 동네서점을 살리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방과 후 교재비 관련 내용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지난 8월 2일 기획재정부 담당과에 면담요청을 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박 회장은 담당 직원관의 면담에서 ▲ 학습준비물의 공동구매에 따른 문제 ▲ 동네서점 활성화에 역행하는 이번 개정안의 부당성 ▲ 동네서점 손님이 늘 것이라는 확대해석의 문제 ▲ 영수증도 발급할 수 없는 동네서점의 영세성 등을 집중 거론한다는 계획이다.
“동네서점,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라며 또 다시 말을 이은 박 회장은 “학습 관련 도서의 경우, 예전에는 교내 상행위를 철저히 금지시켰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전교감
상황이 이렇다보니 또 다른 일각에선 “교육부가 이번 개정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기획재정부와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은 “조달청의 나라장터나 학국교직원공제회의 교내장터를 통해 일괄구매입찰을 하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곳곳에 나타났다”며 “전화 한 대만 설치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전문브로커 난립도 골칫거리였지만,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저가 입찰에 따른 질 낮은 제품의 공급”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학습준비물에 대한 일괄구매입찰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터지자 이를 무마하는 한편, 교육부의 입찰참여 권한에 정당성과 법적 효력을 부여키 위해 이번 개정안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준비물 없는 학교 제도’의 명분쌓기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교육부와 관련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교육부와 어떤 협의가 있었고, 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답변해줄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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