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 이녀 중 막내 딸로 태어난 나는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 하며 건강하게 자랐다. 큰오빠와 둘째오빠는 나와 나이 차가 있어서 나를 업어주며 귀여워했고 언니와 막내오빠 역시 나를 사랑해 주었다.’

최영희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이 지난 2001년 펴낸, ‘보물창고를 열어보세요’란 제목의 자서전에 나오는 유년시절의 한 대목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기억하고 있는, 행복했던 유년시절은 여기서 멈춘다. 그의 자서전은 1000회 미용강의 기념으로 만들어졌다.

“세 살 때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과, 이후 가족을 돌보기 위해 중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마저 중 3때 병으로 작고하시자, 오빠와 언니들 모두 뿔뿔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학업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남의 집 애기를 돌보는 등 고난의 삶 속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최 회장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그의 자서전에서 ‘행복과 불행의 양면성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내 인생의 전환점 찾아와

“약 2년 만에 다시 만난 언니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색채 감각이 남보다 뛰어나니 미용학원에서 미용기술을 배워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후 남보다 빨리 미용사 자격증과 면허증을 땄으며, 부산의 동네 미용실에서 미용사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19살 되던 해였는데, 제 인생의 개화기였던 것 같습니다.”

분명, 최 회장에게 삶의 전환기가 찾아왔던 것이다. 전문 미용사로서 내실을 다졌던 최 회장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중단했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낮에는 현업에서, 그리고 밤에는 책과 씨름하는 주경야독의 힘든 시간을 보낸 끝에, 일년 만에 고등 과정을 독학으로 수료하게 된다.

최 회장은 “그 때 피나게 익힌 기초 과목이 내가 성공한 미용인으로서 살아가는데 토양이 되었습니다”며 “아마 다시 태어나도 미용사를 할 것입니다. 그만큼 미용업은 제게 하늘이 준 직업입니다”고 고백했다.

우물안 개구리서

미용에 대한 최 회장의 욕심은 해가 거듭될수록 커져만 갔다. 바로 선진 미용국가의 기술을 접하는 것이었다.

당시의 경제적 여건으로 비춰볼 때 외국은 그저 꿈에서만 실현할 수 있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 1982년, 국내 미용인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의 메로스 뷰티스쿨에서 한 달간 머물며, 철저한 기초기술부터 창의적인 테크닉까지 전반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최 회장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은, 그녀를 국내외 최고의 미용사로 인정받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1984년 경기도 IBS미용대회 최우수상과 전국대회 금상을 각각 수상한 최 회장은 1985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IBS대회 출전권을 거머쥐게 된다. 자신의 존재감을 전 세계 미용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최 회장은 같은 해 일본에서 개최된 아시아 챔피온쉽에도 국가 대표로 출전, 단체상인 국가상과 개인상에서 각각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 세계 속의 최영희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봉사로 맺어진 인연

“제가 현장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고, 일본 미용스쿨에서 기술을 배우고, 또 국내외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미용사회란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대한미용사회에 몸담고 있지만, 미용인으로서 첫 발걸음을 뗄 때부터 미용사회 회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최 회장은, 조직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회원에 대한 봉사로 되돌려주겠다고 결정, 지난 86년 동두천지부장 선거에 출마해 피선되게 된다. 대한미용사회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셈이다.

6년간 동두천지부를 이끈 최 회장은 주위의 권유로 경기북부지회장 선거에서도 당선됐으며, 또 다시 6년간 이 지역 미용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앞장서게 됐다.

최 지회장은 “동두천지부 최초로 미용경연대회를 개최한 것이나 경기북부지회가 제1회 중앙회장배를 무사히 치룰 수 있었던 것도 회원 간 단합과 화합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며 “그 때의 그러한 노력과 땀들이 있었기에, 중앙회장이란 중책을 맡은 지금에도 전국 182개 지회와 지부, 8만5천여 회원업소를 둔 대한미용사회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세계속 뷰티로 달려가는 최 회장

회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미용인들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최 회장의 굳은 결의는, 지난 2006년 3월 대한미용사회중앙회 제20대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본격 가동된다.

실제로 최 회장이 후보로 나서면서 약속했던 미용업법 제정, 카드수수료 인하, 2016년 OMC(세계이미용협회) 헤어월드 유치 등이 실현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발의된 미용업법은 지난해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미 9부 능선은 넘었기 때문에 19대 국회에선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도 세계헤어월드 유치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2013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에서 살바토레 포데라 회장을 비롯한 OMC 수뇌부들이 한국의 발전된 뷰티산업의 현주소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며 “또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미용 수준이, 전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헤어월드의 개최 자격을 방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고 강조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의 ‘줄탁동시’의 뜻처럼, 최 회장은 “회원들이 안에서 껍질을 쪼는 줄이 되고, 중앙회는 밖에서 껍질을 깨는 탁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현직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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