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식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이하 한자협) 이사장은 젊었을 때부터 자전거와 함께 인생을 같이 해 왔다. 전거 타기를 즐겨 했으며 웬만한 자전거 고장은 직접 수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직접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27년 째 같은 자리에서



인 이사장은 처음 정릉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시작해 미아삼거리, 사당, 압구정 등을 거쳐, ‘80년대 중반부터 서초동에서 본격적인 자전거 대리점을 시작, 현재까지 27년째 같은 장소에서 자전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 이사장 가족 중에서는 인 이사장 본인을 비롯, 3명의 형제가 자전거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자전거 사업이 가업(家業)으로 돼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인 이사장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매장을 딸(지선씨)에게 물려줄 생각도 갖고 있다.
여성이 자전거 판매업을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가업을 물려주고 싶은 의지와 함께, 과거에 비해 자전거 수리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지선씨도 과히 싫어하는 기색이 아니고, 아울러 마케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가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현재 지선씨는 아버지 밑에서 5년째 자전거 판매업을 돕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독주시대

인 이사장이 자전거 대리점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국내 자전거 시장은 ‘삼천리자전거’가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시기여서, 대리점을 차리는 것이 매우 힘들던 시절이었다.
인 이사장은 “당시에는 삼천리자전거 대리점 허가권을 얻는 것은 시쳇말로 국회의원 빽으로도 안된다는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삼천리자전거’ 독점체제가 자전거 기술 발달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삼천리 마크만 붙이면 자전거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팔려나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삼천리자전거는 기술개발은 물론 디자인 등에 대해서도 크게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인보식’표 자전거 탄생



이에 따라 인회장은 손수 공급돼 온 자전거 디자인을 바꾸고 색칠을 다시 하여 구워내기 시작했다. 삼천리자전거의 취약한 본체를 특유의 손기술을 발휘하여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과 보다 튼튼한 구조의 본체로 개조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보식’표 자전거가 탄생하게 됐다. 그 결과 이 자전거는 특히 세련미와 튼튼함을 선호하는 강남지역 어린이, 학생, 주부층의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원래 자전거보다 크게 높은 가격인데도 절찬리에 팔려나갔다.
물론 이를 위해 인 이사장은 많은 시간과 노동을 투자했다. 자전거에 붙이는 스티커의 원판을 제작하기 위해 자신의 결혼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했으며, 삼천리 자전거 공장을 직접 찾아가 자전거 도색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LS그룹 자전거 제동시켜

이 와중에서 자전거판매협동조합이 결성됐다. 2009년부터 준비해 2010년 정식 발족한 조합이다. 출발은 인회장이 참여해 온 작은 친목계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조합은 작게 출발했지만, 그 동안 큰 성과를 내 왔다.
우선 LS그룹 계열사인 (주)바이클로의 시장 진입에 대항해 인 이사장이 삭발투쟁까지 하면서 싸운 결과, 지난 2월에는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LS그룹은 현재의 소매점 규모를 앞으로 3년간 50%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여타의 대기업은 자전거 소매점 시장에 더 이상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조합은 자전거 판매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공동구매 사업에 열심이다. 공동구매 사업은 자전거 부품을 싼 값에 대규모로 구매하여 조합원사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은 공동구매를 통해 싸게 제품을 들여온 만큼 소비자에게도 싼값에 판매할 수 있어 이전보다 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또 조합은 자체 브랜드인 코비(KOBI) 자전거를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인 이사장은 “작년에 이 코비 브랜드 제품이 2,000대 정도 팔렸다”고 말하고,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응이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주)알톤스포츠와의 협력



아울러 자전거 제조사 중 ㈜알톤스포츠와의 협력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알톤스포츠로부터 쉐보레 브랜드 자전거를 독점 공급받게 됐다. 그리하여 이제부터 일반 사람들은 쉐보레 자전거를 공급받으려면 조합원으로 가입해야만 가능하다.
또 ㈜알톤스포츠는 조합원사들에게는 자사 브랜드 자전거 및 부품을 더 싸게 공급해 자전거 업계를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전거 업계가 활성화돼야 제조사도 발전한다는 관점이다.
인 이사장은 이러한 업계 상생 발전 과정에 삼천리 자전거 측도 합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조합 뿐 아니라 대리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삼천리 자전거 측은 매우 소극적이고, 때로는 일방적이기까지 하다.
앞으로 조합은 할 일이 많다. 자전거 인구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도로 정비 등의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고, 대량구매를 통한 가격 하락을 위해 자전거를 보관할 물류창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이제 조합이라는 발판이 구축됐으니, 서로 힘을 합쳐 나아가고자 한다. 인 이사장은 매장 뿐 아니라 조합까지 건실하게 키워 딸이 사업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물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장영환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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