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의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은 엇갈린다. 나들가게로 새단장 해 매출이 크게 신장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한 점포가 있는가 하면, 되레 부담만 늘어났다며 울상인 경우도 적잖다. 각각의 경우 처지는 모두 다르다. 애당초 매장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 나들가게로 전환 신청하자마자 인근에 SSM이 들어서려 해서 사업조정신청을 해둔 채 전전긍긍 하는 경우, 막상 일을 벌이고 보니 정부의 지원이 기대치에 못미친다고 생각하는 경우, 지도요원의 교육이 현장감이 떨어져 별도움이 안된다는 경우 등등. 물론 아무리 정부가 부축해 준다고 해도 업주의 성공의지가 중요한 관건이기도 하다.

8,863개 점포가 지원 신청

중기청이 최근 조사한 ‘전국 슈퍼마켓 대비 나들가게 신청 개점 현황’을 보면, 2010년, 2011년 등 지난 2년간 전국에서 8,863개 점포가 나들가게 신청을 하고, 이 가운데 2011년 10월말 현재 4,965곳이 개점을 했다. 참고로, 전년말(2009년말) 기준, 나들가게 신청자격이 되는 슈퍼마켓은 전국에 걸쳐 92,552곳이었다.

첫해인 2010년에는 신청이 4,428곳, 이 가운데 개점이 2,302곳이었다. 지역별 분포 비중을 보면, 서울이 2009년말 기준, 슈퍼마켓 수가 14,448곳(15.6%)이며, 이 가운데 나들가게 신청을 한 곳은 약 절반인 715곳(전국 신청자 대비 16.1%), 개점은 신청자 수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339곳(전국 대비 14,7%)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17,040곳(전국 대비 18.4%)으로 슈퍼마켓 숫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신청은 777곳(전국 대비 17,5%), 개점은 369곳(전국 대비 16%)을 기록했다. 이 해 전국 나들가게 개점 지원비율은 수도권이 856곳(37.1%), 비수도권이 1,446곳(62.9%)으로 집계됐다. 분포와 비중으로 볼 때 대략 전국적으로 고른 신청과 개점이 이뤄졌다고 평가되는 대목이다.

사업 시행 2년째인 올해에는 10월말 현재 신청 4,435곳, 개점 2,663곳으로, 개점비율로 볼 때 수도권이 36.2%(962곳), 비수도권이 63.9%(1,701곳)으로 나타나 전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2년간 이같은 내용으로 나들가게 사업을 시행해 온 중기청은 올해 연말까지 약 5,300개의 점포가 개점될 것으로 전망하고, 같은 추세로 내년 말이면 전국적으로 1만 여곳의 가게 개점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제도 개선에 반영

중기청은 지난 8,9월 두달간 전국 1,104개 나들가게(개점 3개월 이상 경과된 곳)를 대상으로 2011년 상반기 나들가게 실태를 조사했다(설문 회수율 99.1%). 우편 및 현장방문을 통해 실시된 이번 조사는 나들가게 육성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점을 발굴하여 향후 제도개선 등에 반영하기 위해 시행됐다. 조사는 점포 일반현황, 신청동기, 개점 전후 매출변화, 만족도 및 지도요원 평가, POS활용 등 지원내용을 점주 입장에서 평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나들가게 개점 전후 하루 매출액과 방문 고객 수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점포의 87.2%라는 절대 다수가 하루 평균 매출이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개점 전 79.1만원에서 개점 후 101.8만원으로 매출이 약 22.7만원 늘었는데, 이는 28.7%라는 놀라운 신장세다. (매출 감소를 포함한 응답자 전체 평균은 개점 전 81.4만원에서 개점 후에는 100.3만원으로 약18.9만원, 23.2% 증가했다.)

매출 증가의 주요원인으로는 다소 포괄적 질문이기는 하나 점포 내외부 환경 개선(68.4%)이 압도적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상품배열 방법 개선(7.1%), 상품구색 강화(5.2%)가 뒤를 이었다. (사실 상품배열 방법 개선이나 상품구색 강화라는 항목이 점포 내외부 환경 개선이라는 항목과 어떻게 차별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반대로 매출 감소 요인으로는 주변 경쟁점 입점(65.6%)이 단연 핵심으로 나타났다. 현재 골목상권의 실태를 여실히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어 경기불황(16.4%), 계절적 요인(9.1%) 순으로 나타나는데. 위에서 지적했듯 사실 이 대목도 통계방법상 질문 문항의 범주상 일관성이 결여돼 다소 무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한편 하루 평균 방문 고객 수에 있어서도, 개점 전 139.8명에서 개점 후 169.3명으로 약 29.5명(21.1%) 늘어났다. 고객 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점포는 전체 응답 점포의 86.1%(942곳)였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1곳의 점포는 증가율이 30%미만이었으나, 45곳(4.1%)에선 전에 비해 손님이 배가 늘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POS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48.9%)이 단순 계산기로 활용한다고 대답했고, 4,8%는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거나(51.0%), 기존 POS와의 호한이 안돼서(19.6%)라고 대답해 영업합리화 내지 현대화라는 나들가게 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현장에 밀착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24시간 운영 점포도

이밖에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80.5%가 가족이 무급으로 일을 돕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93%가 9시 이전에 개점하여 50.4%가 24시에 폐점한다고 했다. 24시간 전일영업을 하는 곳도 4.8%에 달했다. 배달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은 55.9%(하루 평균 3.5건 배달), 나들가게 육성지원 자금을 받은 곳은 37.8%(평균 3,456만원)이었다. 특히 최근 1년내 정부지원이 아닌 본인 부담으로 시설을 개선 보수한 점포는 86.7%(투자금액 평균 794.7만원)에 이르러 점주들의 영업개선 의지가 돋보였다.

나들가게를 알게 된 것은 ‘체인/조합의 안내를 통해서’가 40.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지인소개 20.0%, 신문을 통해서 12.0%, 주변나들가게를 보고 10.6% 등이었다. 나들가게 신청 동기는 매출증대가 60.1%로 단연 으뜸이었고, 그 뒤를 이어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이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16.1%, 간판 포스 등 무상지원이 13.8%였다. 나들가게 개점 후 고객 반응 조사에 있어서도, 손님들이 좋아한다가 55.4%로 가장 높았고,나들가게에 궁금해한다 31.0%, 별로 반응이 없음이 12.6%였다.

SSM 규제가 전제되어야

이같은 중기청의 조사를 보면 나들가게 전망이 매우 장밋빛인 것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나들가게 점주들이 겪는 고충이나 나들가게 제도 자체의 문제점, 나아가 나들가게 개점 여부에 상관없이 전국 9만 여 곳 동네슈퍼마켓 업계 전체가 겪는 운영난 등을 고려할 때, 현행 나들가게 정책이 갖는 한계도 외면할 수 없다.

우선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가 전제되지 않으면 ‘소상공인 육성’이라는 나들가게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별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만만찮다. 이들은 돈과 힘과 조직에서 우세한 그들에게 끝끝내 맞서기란 사실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근본적으로 규제 않고, 나들가게를 내세워 돈 몇 푼 지원한다고 ‘소상공인이 육성’ 되겠는가. 기업의 영업전략을 정부가 못 따라가기 때문에 나들가게도 장기적으로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며, 결국 정부의 나들가게 정책은 영세상인들 ‘밥그릇 뺏고 빵 던져주는 격’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정부에서 아무리 저리로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결국은 다 개인의 빚이 아닌가, 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일정 규모에도 못미치는 작은 매장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의 경우, 정부 방침에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지원은 80~100평 규모의 큰 매장에나 효과가 있을 뿐 작은 가게들이 지붕 뜯어고친다고 게임이 되겠냐는 일갈이다. 한마디로 실효성이 없고 영세상인들의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나들가게 1만 개를 만들겠다는데, 그럼 전국 나머지 8만 여 슈퍼는 도태되어야 하는가. 나들가게 옆 이웃 영세 골목가게는 망하는 길 밖에 없는가. 달랑 나들가게만 내세울 게 아니라 애당초 전국 슈퍼마켓 업계 전체를 고려한 합리적이고도 공생적인 정책이 입안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단장 이후 손님 부쩍

다소 개선 및 보완의 여지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들가게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삼정미니슈퍼’를 운영하는 권수안 사장은 나들가게 개점 이후 하루종일 손님을 맞느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권 사장은 17년간 동네 슈퍼를 운영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는데,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하루 매출이 20만원 대로 떨어지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지원신청을 했다고 한다.

“재개점 후 하루 매출이 약 75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처음 개점하였을 때 ‘여기 언제 가게가 있었어요’ 하는 질문과 ‘나들가게로 변한 후 많이 좋아졌네요’ 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이 변한 건 저 자신이었습니다.”

권 사장은 자신도 처음에는 과연 나들가게로 바꾼다고 영업이 잘 될까, 지금도 어려운데 괜히 투자까지 받아서 리뉴얼을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단다. 그러나 이와 할 거면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나들가게’로 간판을 바꿔단 권 사장은 가게 안팎 새단장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 마케팅기법도 전수받았다. 간판을 바꾸고 외부 인테리어를 말끔하게 고친 데다 꾸준하게 이어지는 손님들의 발걸음까지 더해져 가게는 언뜻 보기에도 활기차 보인다. 온갖 상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가게 입구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천장에 깔린 조명은 어두침침하던 분위기를 환하게 바꿔 놓았다. 손님이 상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고객의 동선을 감안해 상품 진열을 바꿨다. 라면, 맥주 등 슈퍼에서 많이 찾는 제품은 박리다매로 팔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인근 대형마트를 방문해 수시로 가격을 체크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저와 비숫한 환경에 처한 소매점 점주님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첫째,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변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지만 있으면 나들가게는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투자에 대한 두려움도 버려야 합니다. 아울러 시간을 내서라도 소매점을 위한 교육에 꼭 참석하시라는 말도 전합니다.”

나들가게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동네슈퍼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동네슈퍼는 SSM 등과 대비해 인건비 부담이 낮고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유리할 수 있다.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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