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골모 의원 특별인터뷰

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법 개정은 600만 소상공인들의 숙원이었다. 이번 쾌거에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소상공인 업계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90여 명의 의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중골모. 회장 김영환 정태근 의원)’ 소속 의원들이다. 본지는 이들 가운데 정태근 공동대표를 비롯한 6명의 의원들을 만나 저간의 사정과 각자의 정치적 포부를 들어 보았다.


중골모(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
공동대표 정태근 의원
(무소속, 서울 성북 갑)
“역경딛고 올곧은 한 길” 생선가게집 막내
정의구현 민생안정 자기쇄신 소신의 의정활동
동네슈퍼 죽이는 기업형슈퍼(SSM) 합리적 규제

#상황1-한미 FTA 단식농성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정태근 의원의 단식농성은 국회와 정치를 살리기 위한 자기 희생의 결단으로 높이 평가한다. (중략) 그 동안 우리 소상공인업계는 정태근 의원이 의정활동을 통해 얼마나 서민들과 소기업 소상공인들을 대변하기 위해 애써왔는지 잘 알고 있다. (중략) 우리는 그러한 정태근 의원을 단식농성장이 아닌 의정현장에서 다시금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마지 않는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회장 김경배)는 지난해 11월 14일,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여야 합의 처리와 국회폭력 추방을 촉구하며 그 전날(13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 공동대표이자 한나라당 의원(당시)인 정태근 의원(서울 성북갑)을 격려차 방문했다.
이날 농성장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박지원 전 원내대표, 송영길 인천시장 등 야당 의원들의 격려 방문도 이어졌다. 민주당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은 농성장에서 정 의원의 건강과 국회 평화를 기원하는 108배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농성장을 찾아 “이런 의원들이 많아야 우리 국회가 잘된다”며 격려했다. 정 의원의 평소 덕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정경이다.
정 의원은 또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공동대표 김영환, 정태근 의원)’을 만들어 지난 9월 ‘대중소기업 상생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했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법률안’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그 어떤 의원들보다 성실히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해 애써 왔다.
#상황2-민생법안 처리 문자메세지
지난 12월 13일 당내 쇄신에 대한 이견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정태근 의원은 비록 무소속 이지만, 선량으로서 민생을 외면할 수 없다는 충정으로 27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민생법안 처리를 간곡히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적인 처지보다는 공적인 의무를 앞세우는 그다운 행동이다.
정 의원은 문자메시지에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이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 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점을 안타까워 하며, 또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상생법 개정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 이미 합의했는데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대기업 위장 계열사가 공공구매에 참여하는 것을 규제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판로지원법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로비로 좌초돼 간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에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 55개 재벌계열사의 참여를 금지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심의가 안 되고 있고 전기사업법 개정안 역시 심의조차 안 된다”고 비판했다.
#상황3-“왈가왈부할 필요 없다니”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심의 강화를 놓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이날 정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심의 강화가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반드시 심의를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말들이 오갔다.
(정 의원) 이러니 이명박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 위원장) 이명박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없다.
(정) 단언하나? 한 번도 없나?
(최) 그렇다.
(정)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 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조항 가운데 ‘공익’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사실을 아는가.
(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게 아니라, 그 때는 그 법이 시행된 것이니까
(정) 무리하게 법집행을 하게 되니까 그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
(최) 법을 시행하게 되면, 시행 과정에서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
(정) 과오를 범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이 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원인이다.)
(최) 그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 없다.
정 의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갑윤 예결위원장에게 “지금 국회의원의 질의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며 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할 것을 요청했다. 정갑윤 위원장이 “방금 답변 과정에서 용어 선택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대체로 성립되는 것 같다”며 “사과의 말씀을 하라”고 요구했다. 주의를 받은 최 위원장은 유감을 표시했다. 정 의원은 이에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젊은 사람들이 웃자고 얘기한 것, 풍자한 것까지 법의 잣대를 대서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 상처를 주고, 그게 SNS에서 조롱된다. 그런 것이 표로 심판된다”고 지적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 일컬어지는 현 정권 실세이며,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할 당시 정무부시장에 발탁된 친이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둘 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다.
생선가게 집 막내아들
정태근의원은 서울 성북구 보문동 ‘토박이 중 토박이’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 상이용사다. 전쟁 직후 부모님이 보문시장에 생선가게를 연 이후 막내아들 정태근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 번도 동네를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생선 장사를 하시며 6평도 안되는 조그만 가게에서 평생을 일만 하신, 그래서 남보다 손이 두 배는 두터운 아버지를 존경한다. 아버지는 그의 부시장 취임 직전 타계하셨다.
“지금도 보문동 뿐만 아니라 인근 안암동 삼선동 돈암동의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은 저를 ‘아, 그 생선가게 집 막내아들’하시며 평생 손에 물마를 날 없이 다섯 남매를 키운신 부모님의 자식으로 기억하십니다.”
그는 민주화운동의 한 가운데서 활동한 386의 대표주자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민학련을 결성했던 학생운동의 리더 가운데 하나였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학생운동을 하며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꼬박 27개 월을 독방에서 지내기도 했다. 5공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 문화원 점거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을 주도한 혐의였다. 지명수배를 받고 도피 중에는 부모님도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수모와 고초를 많이 겪으셨다. 어머니는 그가 미결수로 지내는 동안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면회를 왔다.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께서 면회를 오시지 않는 것이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누나를 만나러 가다 계단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지셨더라구요. 제가 부산구치소로 이감되고는 다리를 깁스한 상태로 부산까지 내려오시곤 했죠. 지금도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나온 삶의 과정과는 달리 정 의원의 외모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지성파 신사형이다. 사실 그가 살아온 길은 외모처럼 의젓하고 의연했다.
어르신들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의도 알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선후배 의리도 알고, 우리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도 절감했다.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온갖 상을 독차지 하는 듯하다. 낭중지추라고나 할까.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러한 그에게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지원대상을 수여했고,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소상공인이 뽑은 최고 국회의원상(초정대상)을 수여했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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